커피 스캔들
금동원
사랑을 해본 적이 있는가
그와의 사랑을 기다리며 흥분된 적이 있는가
처음 만나 설레고 낯서롭던 그 첫맛을 기억할 수 있는가
꿈꾸던 사랑이 끝난 뒤
가득히 고여 오던 포만감의 느슨함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수많은 염문을 뿌리며
이 맛 저 향기를 쫓는 꿀벌처럼
그러나 끝나지 않을 황홀한 갈구
또다시 시작될 새로운 사랑의 기운들
브라질산 수마트라의 흙 내음 깊은 묵직함
골드코스트의 도시적이며 세련된 달콤함
인도네시안 슬라웨시의 강렬하고도 우아함
이디오피아 사다모의 꽃향기 품은 깔끔함
여과지 끝에 매달린 마지막 한 방울의 진액조차도
혀끝에 스몄다 되살아나는 나의 생명수
얼마나 더 많은 그들과의 사랑이 남아있을지
언제쯤 정갈한 사랑의 편력으로 끝이 날 지 모르지만
향기가 깊을수록 그리움은 커지고
커피와의 스캔들을 오늘도 기다립니다
-『여름낙엽』, (월간문학출판부,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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