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원 시인의 TI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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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동원의 우연의 그림 앞에서

詩 이모저모

내가 좋아하는 가을 시 두 편

금동원(琴東媛) 2017. 9. 28. 23:48

가을 마을

 

황지우

 

저녁해 받고 있는 방죽둑 부산 억새밭,

윗집 흰둥이 두 마리 장난치며 들어간다

중풍 든 柳氏의 대숲에 저녁 참새 시끄럽고

마당의 殘光, 세상 마지막인 듯 환하다

울 밖으로 홍시들이 내려와 있어도

그걸 따갈 어린 손목뎅이들이 없는 마을,

가을걷이 끝난 古西 들에서 바라보니

사람이라면 핏기 없는 얼굴 같구나

경운기 빈 수레로 털털털, 돌아오는데

무슨 시름으로 하여 나는 동구 밖을 서성이는지

방죽 물 우으로 뒷짐진 내 그림자

나, 아직도 세상에 바라는게 있나

 

 

-『어느 날 나는 흐린 酒店에 앉아 있을 거다』, ( 1998, 문학과 지성사)

 

 

 

  黃芝雨, 본명 : 황재우 1980년대 민주화 시대를 살아온 지식인으로서 시를 통해 시대를 풍자하고 유토피아를 꿈꾼 시인. 그의 시에는 정치성, 종교성, 일상성이 골고루 들어 있으며 시적 화자의 자기 부정을 통해 독자들에게 호탕하되 편안한 느낌을 준다.

  198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연혁(沿革)」이 입선하고, 「문학과지성」에 「대답없는 날들을 위하여」 발표, 등단한 시인 황지우. 제3회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한 그의 시집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1983)는 형식과 내용에서 전통적 시와는 전혀 다르다. 기호, 만화, 사진, 다양한 서체 등을 사용하여 시 형태를 파괴함으로써 풍자시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이 시집은 극단 연우에 의해 연극으로 공연되기도 하였다. 『나는 너다』(1987)에는 화엄(華嚴)과 마르크스주의적 시가 들어 있는데 이는 스님인 형과 노동운동가인 동생에게 바치는 헌시이다. 또한 다른 예술에도 관심이 많아 1995년에 아마추어 진흙조각전을 열기도 하고 미술이나 연극의 평론을 쓰기도 하였다.

  1991년 현대문학상을 수상작인 『게눈 속의 연꽃』(1991)은 초월의 가능성과 한계에 대해 노래했으며 『어느날 나는 흐린 주점에 앉아 있을 거다』는 1999년 상반기 베스트셀러였다. 『어느날 나는 흐린 주점에 앉아 있을 거다』는 생의 회한을 가득 담은 시로 대중가사와 같은 묘미가 있는 시집이다. 이 시집에 실려 있는 「뼈아픈 후회」로 김소월문학상을 수상했고, 같은 시집으로 제1회 백석문학상을 수상했다.

 

  ○작가 한마디:

  젊었을 때는 시에 포박이 돼서 20대에는 하루 종일 시만 생각했어요. 저는 좀 편한 길로 가고 싶었지만 시에 포박을 당한 이후로는 마치 시가 내 삶을 멱살을 끌고 어디론가 가는 것 같았어요

 

 

 

가을 저녁의 시

 

김춘수

 

 

누가 죽어가나 보다.

차마 다 감을 수 없는 눈

반만  뜬 채

이 저녁

누가 죽어가나 보다.

 

살을 저미는 이 세상 외롬 속에서

물같이 흘러간 그 나날 속에서

오직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면서

애터지게 부르면서 살아온

그 누가 죽어가나 보다.

 

풀과 나무 그리고 산과 언덕

온 누리 위에 스며 번진

가을의 저 슬픈 눈을 보아라.

 

정녕코 오늘 저녁은

비길 수 없이 정한 목숨이 하나

어디로 물같이 흘러가 버리는가 보다.

 

-『처용』, (1995, 민음사)

 

 

 

  KIM,CHUN-SOO,金春洙 경상남도 통영시 동호동에서 출생하였다. 경기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1943년 니혼대학[日本大學] 예술학과 3학년에 재학중 중퇴하였다.경북대 교수와 영남대 문리대 학장, 제11대 국회의원, 한국시인협회장을 역임했고, 제2회 한국시인협회상, 대한민국예술원상, 문화훈장(은관) 등을 수상하였다.

  1945년 유치환, 윤이상, 김상옥 등과 「통영문화협회」를 결성하면서 본격적인 문학 활동을 시작했으며, 1946년 광복 1주년 기념시화집 『날개』에 「애가」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대구 지방에서 발행된 동인지 『죽순』에 시 「온실」 외 1편을 발표하였다. 1948년에 첫 시집 『구름과 장미』를 내며 문단에 등단한 이후, 「산악」·「사」·「기(旗)」·「모나리자에게」를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주로 『문학예술』·『현대문학』·『사상계』·『현대시학』 등의 잡지에 작품을 발표하였고, 평론가로도 활동하였다. 초기에는 릴케의 영향을 받아 삶의 비극적 상황과 존재론적 고독을 탐구하였으며, 1950년대에 들어서면서 사실을 분명히 지시하는 산문 성격의 시를 써왔다. 그는 사물의 이면에 내재하는 본질을 파악하는 시를 써 '인식의 시인'으로도 일컬어진다.

  시집으로 첫 시집 외에 『늪』·『기』·『인인(隣人)』·『꽃의 소묘』·『부다페스트에서의 소녀의 죽음』·『김춘수시선』·『김춘수전집』·『처용』·『남천(南天)』·『꽃을 위한 서시』·『너를 향하여 나는』 등이 있으며, 시론집으로 『세계현대시감상』·『한국현대시형태론』·『시론』 등이 있다. 이 외에도 『한국의 문제시 명시 해설과 감상』(공저) 등의 저서가 있다

 

 

  ○작가 한마디:

   사람들은 생선이나 과일이 들어 있는 깡통을 놓고, 그 안의 내용물만 보고 정작 깡통 자체는 보지 않습니다. 깡통의 내용물을 버리고 그 깡통의 본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내 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