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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詩를 읽다

친구들에게/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금동원(琴東媛) 2017. 10. 22. 19:09

친구들에게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지구에서 별에 이르는 저 광활한 우주 공간을

속속들이 꿰뚫고 있는 박식하기 짝이 없는 우리들이

고작 대지에서 머리까지인, 이 짧은 사정거리 안에서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

 

회한에서 눈물에 도달하기까지

행성과 행성 사이를 떠돌고 있다.

거짓에서 진실로 향하는 여정에서

너는 더 이상 청춘이 아니다.

 

초고속 제트기는 우리를 즐겁게 한다.

비행과 소리 사이를 관통하는

침묵의 갈라진 틈바구니,

그것은 일종의 세상에 관한 기록.

 

제트기의 이륙이 좀 더 빨랐다.

뒤늦게 공명하는 소리의 잔향이

몇 년의 세월이 지난 후에

비로소 우리를 꿈에서 끄집어낸다.

 

"우리는 결백합니다!"

애타는 고함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진다.

누구의 외침일까?

우리들은 창문을 와락 열어젖힌다.

 

순간 소리가 멈춘다.

창문 너머로 무수히 쏟아지는 별들의 무리.

집중 포격을 받은 새하얀 벽에서

후드득 후드득 회반죽이 떨어져 내리듯.

 

 

 

-『끝과 시작』, (2007, 문학과 지성사)-- 예티를 향한 부름(1957)

 

 

 

 

 

 

 

 

                                                                                                                                                           사진출처: 여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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