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원 시인의 TISTORY

이 곳은 시인의 집! 문학과 예술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듣고 말합니다

금동원의 우연의 그림 앞에서

영화 이야기

다가오는 것들 (2016)-Things to Come, L'avenir

금동원(琴東媛) 2017. 12. 11. 21:00

 


  다가오는 것들 (2016)-Things to Come, L'avenir

  감독) 미아 한센-로브                                      

  주연) 이자벨 위페르


  “왜 그걸 말해?
  그냥 모르는 척 하고 살 순 없었어?”

  파리의 고등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치는 ‘나탈리(이자벨 위페르)’는 두 아이의 엄마이자 한 남자의 부인, 그리고 홀어머니의 딸로서 바쁘지만 행복한 날들을 지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의 갑작스러운 고백과 함께 그녀의 평화롭던 삶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파리의 한 고등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치는 나탈리. 열정적인 교사인 그녀는 사고하는 즐거움을 가르치는 것을 좋아한다. 결혼해서 아이가 둘이나 있지만, 시간을 쪼개 자신의 가족, 가르쳤던 학생들, 집착이 심한 엄마를 만나며 바쁜 날들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나탈리의 남편은 다른 여자가 생겼 다며 갑작스레 이별을 통보한다. 느닷없이 찾아온 자유. 나탈리는 이제 자신의 인생을 온전히 다시 시작해야만 한다.



  ○프로그램 노트


   2016년 베를린영화제 감독상 수상작. <다가오는 것들>은 이미 많은 것을 경험해서 인생에 더 이상 새로울 것은 없다고 생각하던 철학교수 나탈리가 예상치 못한 변화를 맞으며 시작된다. 학생들은 교육은 교실이 아니라 사상의 실천을 위한 시위 현장에서 이뤄진다며 나탈리의 권위에 맞서고, 출판사는 그녀가 저술한 철학 교과서의 표지를 젊은 독자의 구미에 맞게 바꾸려 한다. 결정적으로 남편이 불륜을 고백하고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나면서, 그녀의 삶은 완전히 흔들린다.

 

  나탈리는 애제자였던 파비앙이 조직한 대안 공동체에 잠시 머물지만, 68세대로서 급진적 운동에 참여한 적 있는 나탈리는 다소 회의적이다. 영화는 혁명을 원하는 젊은 세대와 균형을 지향하는 중장년층,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관찰적인 태도를 취한다. 대신, 따뜻하고 휴머니즘적인 시선으로 확실성에서 불확실성으로, 확신에서 도래할 세계에 대한 수용으로 서서히 이동하는 나탈리의 미묘한 변화에 초점을 맞춘다.

 

  감독의 부모가 철학교수인 만큼 지적 토론과 아카데미에 대한 묘사가 생생하게 살아있다. 나탈리가 “역겨운 스탈린주의자”라고 독설을 내뱉거나 리뉴얼한 철학교과서 표지가 M&M 초콜릿 같다고 비꼬는 장면, 죽은 어머니가 남긴 검은 고양이의 알레고리 등, 관련된 유머 또한 훌륭하다. 이 완벽한 자연스러움은 또한 이자벨 위페르의 놀라운 연기와 빛의 흐름을 포착한 촬영에 빚지고 있다. 이혼 후의 불안감을 로맨스로 손쉽게 해소하지 않은 설정과 지적인 여성 캐릭터의 생동감 넘치는 묘사는 세련된 페미니스트적 성취다. 지적이면서 감각적이고 위트로 넘쳐나는 <다가오는 것들>은 신선하면서도 성숙하다.
  (조혜영/2016년 제18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파리의 고등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치는 나탈리는 완벽하게 균형 잡힌 삶을 살고 있다. 그러나 남편이 다른 여자가 생겼다며 갑작스러운 작별을 고하자, 나탈리는 요동치는 일상의 중심을 다시 잡으려 분투한다.
  (2016년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



  프랑스 EDM에 대한 헌사와 같았던 <에덴: 로스트 인 뮤직>을 연출한 미아 한센-로브 감독의 신작이다.
파리의 한 고등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치는 중년 여성 나탈리. 두 자녀와 나이든 어머니 그리고 남편까지 그녀는 작은 가정을 꾸리고 있으며, 학생들에게 자신의 삶을 할애한다. 일에 대한 열정과 사유에 대한 즐거움으로 살아가는 나탈리에게 어느 날 남편이 그녀의 곁을 떠나고 싶다고 고백한다. 균형 잡힌 삶을 살아가던 그녀의 일상에 균열이 생긴다. 미아 한센-로브 감독의 세밀한 연출력과 이자벨 위페르의 뛰어난 연기력을 확인할 수 있는 영화로 2016년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감독상)을 수상했다.
  (2016년 제4회 무주산골영화제)








https://youtu.be/m-jwCVMLQj8



  ■[이동진의 어바웃 시네마] '다가오는 것들' 어느 날 문득


  고등학교에서 철학 교사로 일하고 있는 50대 여성 나탈리는 평온한 삶을 누리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어느 날 남편 하인츠가 다른 여자를 사랑한다면서 불쑥 결별을 선언한다. 불안증 때문에 수시로 나탈리를 찾는 어머니는 거듭된 자살 시도 후 요양원에 들어간다. 학생들은 시위를 벌이는 과정에서 나탈리에게 가시 돋친 말을 하고, 출판사는 철학 교재의 개정판을 내면서 오래도록 저자로 참여해온 그녀를 배제한다. 

 

    출처: 영화 <다가오는 것들>


  철학을 가르치긴 하지만 사실 나탈리는 평범한 사람. 자기연민에 젖어 신세한탄의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교사와 저자로서의 특권 상실에 당혹스러워 뒷걸음질 치기도 한다. 갑자기 닥쳐온 총체적 위기 앞에서 이제 나탈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프랑스 감독 미아 한센-러브의 아름다운 영화 <다가오는 것들> (9월29일 개봉)은 지적이고 시적이다. 쇼펜하우어와 레비나스의 책이 의미심장하게 언급되고 파스칼이 길게 인용되기도 하는데, 극 중 이런 대목들은 나탈리가 철학 교사라는 점에서 그녀의 일상과 정체성을 드러내는 효과적인 디테일이 된다. 책과 인간의 관계를 이토록 섬세하게 다뤄낸 작품도 드물 것이다.



  출처: 영화 <다가오는 것들>


   청천벽력 같은 남편의 고백 장면에서조차 이 영화는 감정적 파국을 요란하게 전시하지 않는다. 당혹감 속에서 끊긴 부부 사이의 그 대화 직후에 이어지는 장면은 교정의 나무 그늘 아래 혼곤하게 낮잠에 빠졌던 나탈리가 때마침 불어온 바람에 서류들이 흩날리자 황망하게 주우러 다니는 모습이다. 그리고 그녀에게 갑자기 몰아닥친 것 같은 가정생활의 위기는 사실 그보다 몇 년 전의 가족 여행을 스케치한 이 영화의 프롤로그에 이미 맹아로 웅크리고 있다. (그 첫 장면에서 남편과 두 자녀는 비 내리는 갑판에 나가 있는 반면에 나탈리는 홀로 선실에 앉아 ‘남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은 가능한가’를 주제로 글을 쓰고 있다. 그리고 배에서 내린 네 가족이 들른 시인 샤토브리앙의 쓸쓸한 바닷가 묘지에서 떠날 때는 남편 혼자 우두커니 남아 있다.) 지난 40년간 가장 중요한 프랑스 배우라고 할 수 있을 이자벨 위페르는 그녀만의 정감과 존재감으로 내내 예민하고도 굳건하게 연기하며 감탄을 안긴다. 

 


 출처: 영화 <다가오는 것들>


   <다가오는 것들>은 비범하고도 깊다. 이 이야기에서 나탈리의 삶에 결정적 충격을 가져다주는 것으로 보였던 로맨스의 상실은 또 다른 로맨스의 도래로 간단히 대체되지 않는다. 젊고 잘생긴 제자 파비앙과의 교류가 그녀의 결혼생활이 종말을 맞는 과정과 병치되는 극 초반을 보면서 관객은 또 다른 사랑 이야기를 기대하게 되지만, 미아 한센-러브는 그렇게 달콤하고도 손쉬운 해결책에는 눈길조차 돌리지 않는다.

극 중 파비앙으로 대변되는 세계는 이전에 나탈리가 놓여 있던 세계와 정반대 방향에 놓여 있다. 그 세계는 도시가 아닌 전원이고, 이념적으로 하인츠와 대조되는 좌파적 지향을 가지며, 개인주의적인 나탈리 가족의 삶과 달리 공동체적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파비앙은 사실상 나탈리의 과거다. 하인츠로 대변되어온 세계가 사라졌지만, 그렇다고 나탈리는 파비앙의 세계로 접어들 수도 없다. 


 

 출처: 영화 <다가오는 것들>


   위기 앞에서 갈팡질팡했던 평범한 인간 나탈리는 외부로부터 불어닥친 거대한 충격에 대해 자신의 내부에서 길어 올린 것으로 맞서며 위엄을 드러낸다. (같은 상황에서 <블루 재스민>의 재스민은 어떻게 행동했던가.) 그녀의 힘은 하인츠나 파비앙 같은 남자와의 관계가 아니라, 그녀가 읽어왔고 가르쳐왔던 책, 그리고 ‘다가오는 것들’을 두려움 없이 직시하는 삶의 상상력에서 온다. 

  이건 피해자와 가해자로 간단히 나뉘어 역할놀이를 하는 멜로가 아니다. 미아 한센-러브의 <다가오는 것들>은 바람 불어오는 삶의 한 지점에서 온전히 자유와 품위를 찾아낸 한 인간의 여정을 다룬 탁월한 여성영화이면서 감동적인 휴먼 드라마다. 


  -글쓴이 : 이동진 영화평론가





'영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1987 (2017)  (0) 2018.01.21
빌리 진 킹: 세기의 대결 (2017)  (0) 2018.01.09
아이 캔 스피크 (2017)  (0) 2017.10.05
영화 <택시 운전사>가 참고한 영화 세 편  (0) 2017.08.18
택시운전사 (2017)  (0) 2017.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