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레즈 데케루』
-프랑수와 모리아크/ 조은경 역/펭귄클래식코리아
진실의 추구에서 빚어지는 불안과 혼란
자유를 억압하는 숨 막히는 집안 분위기 속에서 남편의 몰이해와 의사 단절로 인해 고통 받으며 살아가던 테레즈는 남편을 독살하기 위해 그가 상용하는 심장병 약 속의 비소량을 조금씩 늘린다. 하지만 비소의 양이 지나치게 늘어난 처방전을 수상히 여긴 약제사의 제보로 독살은 미수에 그치고 만다. 체포된 테레즈는 체면을 중시하는 집안사람들의 허위 진술 덕분에 공소 기각 판결을 받고 풀려나지만, 평생 동안 의좋은 부부를 연기하며 유폐 생활을 할 것을 강요당한다. 절대 고독 속에서 테레즈의 생명은 서서히 좀먹어 들어가는데…….
작가 소개
프랑스 소설가. 1885년생으로, 1909년에 시집 '합장'을 발표하면서 데뷔했다. 보르도 대학 문학부에 입학하여 본격적으로 문학 공부를 하면서부터 세인의 주의를 끌기 시작했으며, 제1차 대전 때 위생병으로 징집되었다가 돌아온 후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전개했다. 『나병 환자에의 키스』를 출간하면서 소설가로 인정을 받기 시작했고, 1925년에는 『사랑의 사막』으로 아카데미 소설상을 받기도 했다. 1925년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그는 3년 후에는 영국의 드 골 수상으로부터 레지온 드 누르 훈장을 받았다.
○출판사 리뷰
그의 작품은 영혼을 파고드는 분석과 예술적 강렬함으로 인간의 삶을 해석해 냈다.
_ 노벨문학상 선정 이유
모리아크의 가장 유명한 여주인공의 운명을 그리고 있는 소설 『테레즈 데케루』와 그 속편인 『밤의 종말』이 펭귄클래식에서 출간되었다. 모리아크는 스물한 살 때 보르도 중죄재판소에서 본 독살을 시도한 여인을 통해 작중 인물을 창조해냈고 피고석에 선 여인의 파리한 얼굴에서 영감을 받아 가족과 가정에 갇혀 숨 막혀 하던 한 이지적인 여인이 남편을 독살하려 시도했던 비극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이 작품에서 모리아크는 예리한 필치와 시간의 구성을 뒤집는 환상적인 문체로 사랑의 부제와 신을 잃어버린 인간의 고뇌를 그려냈다. 끊임없이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벌어지는 음울하고 준엄한 이 한 편의 심리드라마는 젊은 부인에 의한 남편의 독살 미수가 외형적 줄거리이지만 그 속에는 인간의 외적 행위로 표출되지 않은 내면의 범죄의사에 대한 치밀한 분석이 담겨 있다. 모리악은 이 소설을 통해 예술에 있어서 원숙한 경지에 도달했다는 평가를 얻었다. 눈에 띄지 않는 내적 욕구나 우리의 마음속 밑바닥에서 꿈틀거리는 본능을 묘사함으로써 진실의 추구에서 빚어지는 불안과 혼란을 그리고 있다.
평생 모리아크를 떠나지 않았던 여인 테레즈
『테레즈 데케루』를 발표하고 나서도 테레즈는 모리아크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니코틴으로 누렇게 변색된 손톱, 삭은 얼굴을 가진 이 여인은 모리아크의 곁에 머물러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를 주장했다. 그는 단편 「의사의 집에서의 테레즈」,「호텔에서의 테레즈」를 쓰고 1935년 『밤의 종말』을 써서 자신의 여주인공에서 구원의 가능성을 부여하길 원했다. 모리아크는 그의 가련하고 슬픈 주인공을 사랑했다. 그는 남편을 독살하려 했던 테레즈 데케루를 사랑하며, 독자들로 하여금 그녀를 사랑하도록 만든다.
“그녀는 물론 나 자신은 아니다. 나 자신이었다면 플로베르가 ‘보바리 부인은 바로 나다.’라고 말한 의미로 그렇지 않을까. 그녀는 나의 대척점에서 한 걸음 이상 더 멀리 있지만, 그럼에도 내 안에서 내가 극복하고, 돌아가거나 무시해야 하는 모든 것들을 바탕으로 창조되었다.”
_모리아크
삭막한 자연 환경과 그 안에 유폐된 인간, 정열과 허무 사이의 대비
비극적인 분위기에서 작중 인물들은 현명하게 구성된 리듬에 따라 각자의 운명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모리아크의 소설은 이야기 줄거리의 긴장감이기보다는 감정의 긴장감에 의해 정의된다. 모리아크는 능란한 기법으로 작중 인물들의 내면적 갈등을 깊이 있게 그려주고 있으며 줄거리에서 사건들은 이 내면적 갈등의 기회를 제공하는 기능으로써만 존재한다. 작가는 독자들이 주인공들의 외관상의 이야기보다는 가정과 각 개인의 내부에서 멸시와 증오, 사랑의 내적인 심연의 발견하길 원했고, 주인공들 저마다의 비극, 징벌, 구원을 점진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시간의 팽창과 수축 현상이 교차되는 가운데, 줄거리 내부에서의 시간 처리는 속도의 변화를 나타내며, 이야기의 흐름은 속도 변화에 얽매인다. 또한 구성의 능란한 솜씨와 엄격성에 분위기의 강렬함이 결합되어 있다. 모래, 랑드 지방과 가느다란 소나무들의 고독하고 혜택을 받지 못한 배경 위에서 부각된다. 작가는 비극적 배경을 테레즈의 마음속에서 행하여지는 비극에 대유법적으로 접근해 어떻게 한 존재가 어린 시절의 순수성으로부터 범죄에로 미끄러져 들어갔는지 보여주고 있다.
○[강신주의 편집자팩토리] 중에서
○혼자 있을 수 있는 여자
유부만두 | 2014-02-18 |blog.yes24.document/7593169
주인공 마나님 테레즈 데케루의 권태와 범죄 사이의 관계는 분명하지 않다. 그저 그녀는 "본질적인 테레즈"를 원했고, 무심한 남편 베르나르가 견딜 수 없었으며 강요된 모성이 끔찍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녀의 범죄는 뭔가를 흉내낸 기분이 들었고, 김형경의 담배 피우는 여인 처럼, 테레즈는 손가락이 누렇도록 담배를 피워대다 시트에 구멍을 낼 뿐이다. 이 여인은 아무것도 안한다. 책을 좀 읽었다지만 그녀의 독서는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 플래시 백으로 보여지는 회상 장면은 영화 장면처럼 생생하지만 툭툭 끊어지는 그녀의 기억처럼 테레즈는 별 의욕이 없다. 차라리 안나 카레리나 처럼 연애을 확실하게 하던가, 테레즈 라캥 처럼 바닥을 치던가, 보바리 처럼 상류 사회의 로맨스를 꿈꾸던가.... 이도 저도 아닌 마나님의 한숨은 답답하기만 했다. 언뜻 지나가는 열여덟살 여드름 남자의 이름도 장 아제베도. 전혜린이 애닲게 부른 그 이름 처럼 이 책은 그저 현실이 따분한 여인의 푸념인가 싶었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 숲을 떠올리면서 혼자 가고싶은 대로 걷는 테레즈는 사실 아무것도, 아무도 필요하지 않은 여인이다. 모리아크가 쓴 나머지 테레즈 연작은 읽지 않으려한다. 파리에서, 아니면 다시 고향에서, 그녀가 살아있는 숲을 생각하며 혼자 잘 살아낼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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