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원 시인의 TI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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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동원의 우연의 그림 앞에서

시인의 詩를 읽다

어떤 날/ 전혜린

금동원(琴東媛) 2017. 12. 19. 22:30

 

어떤 날

 

전혜린

 

 

나의 운명이 고독이라면,

그렇다, 그것도 좋다.

이 거대한 도회의 기구 속에서

나는 허무를 뼛속까지 씹어보자.

몇 번씩 몇 번씩

나는 죽고 죽음 속에서,

또 새로운 누에가 눈뜨듯

또 한번,

또 한번!

나는 고쳐 사는 것이다.

다시 더!

하고 소리치며

나는 웃고 다시 사는 것이다.

과거는 그림자 같은 것, 창백한 것,

본질은 나이고

현실은, 태양은 나인 것이다.

모든 것은 나의 분신,

자아의 반사에 불과했던 것이다.

 

-어떤 날, 1960, 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