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날
전혜린
나의 운명이 고독이라면,
그렇다, 그것도 좋다.
이 거대한 도회의 기구 속에서
나는 허무를 뼛속까지 씹어보자.
몇 번씩 몇 번씩
나는 죽고 죽음 속에서,
또 새로운 누에가 눈뜨듯
또 한번,
또 한번!
나는 고쳐 사는 것이다.
다시 더!
하고 소리치며
나는 웃고 다시 사는 것이다.
과거는 그림자 같은 것, 창백한 것,
본질은 나이고
현실은, 태양은 나인 것이다.
모든 것은 나의 분신,
자아의 반사에 불과했던 것이다.
-「어떤 날」, 1960, 7,25
'시인의 詩를 읽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화의 강 /마종기 (0) | 2018.02.02 |
---|---|
흰빛의 날들 / 잉게보르크 바흐만 (0) | 2018.01.15 |
곡시(哭詩)--탄실 김명순*을 위한 진혼가 /문정희 (0) | 2017.11.20 |
여기(Tutaj)/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0) | 2017.11.05 |
미노이의 사막 / 최종월 (0) | 2017.10.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