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에서 자동차로 2시간 반 정도 거리에 떨어져 있는 바다와 사막이 절묘하게 공존하는 신비의 지역이 있다. 사람들은 대부분 사막이라 부르고 사막투어를 떠난다고 말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바다에서 불어오는 모래바람이 쌓아올린 사구(沙丘,sand dune)가 정확하다.
그런데 나도 사막이라 부른다. 사막과 다를 바 없이 끝이 안보이게 펼쳐진 모래 산등성이는 넘고 넘어도 모래 모래뿐이다. 산호가 부서진 모래 알갱이들은 황홀할 정도로 부드럽고 가볍고 섬세하다. 발이 푹푹 빠지다가도 아주 단단하게 견고한 모래바닥을 만들기도 한다. 발바닥이 데일 정도로 뜨겁게 달구어진 모래들 틈을 발가락들이 비집고 들어가 걷고 걸을 때의 부드러운 촉감은 드넓고 황량한 외로운 이 길을 얼마든지 혼자 걸을 수 있을 것도 같다.
바다 해변과 사막이 어우러진 풍광은 독특한 아름다움과 묘한 신비로움을 주었지만 내 마음은 온통 사막 쪽에 쏠려있을 뿐이었다. 주어진 자유시간 전부를 아무도 오지 않는 곳 까지 걸어가 온전히 혼자의 시간을 가졌다. 텅 빈 사막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너무 작고 미세한 모래 바람이 해변 쪽에서 연신 불어오기 때문에 선그라스를 끼지 않으면, 태양 빛과 모래 가루 때문에 눈을 뜨기가 힘들다. 카메라나 스마트폰에 모래가 끼어 망가질 염려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몇 장 찍은 사진이 좀 아쉽기는 했다.
포트스테판에서는 샌드보딩, 사륜구동차를 타고 사막을 누비는 사막투어 등을 즐길 수 있다. 조금은 짝퉁(?)스러운 사막이지만, 모래썰매의 즐거움과 낙타와의 교감, 사륜구동 자동차의 질주처럼 사람들은 제각각의 즐거움을 누리며 행복해했다.(참치)
사막에 가자
금동원
그리움을 만나러 가자
지난 것들에 대한 목소리를 듣고
잃어버린 가슴을 찾아
엉켜버린 실타래의 마음 길을 풀고
힘겹게 엮어놓은 나의 역사를 위해
새로 만든 이정표를 찾아 사막에 가자
외로움을 묻으러 가자
눈 깜짝할 새 사라져버리는 신기루처럼
다가갈수록
멀어져가는
혼돈과 무질서의 근원을 버리고
사랑으로 읽히는 별의 길을 따라
다시 사막에서 만나자
어느새 모습을 바꾼 내 안의 나
바람아 쓸어가라
방향을 잃고 흔들리는 방
욕망을 날리고 온전히 떠나자
죽은 사유와 썩은 의지를 버리고
텅 빈 사막에서 다시 시작하자
-『우연의 그림 앞에서』,(계간문예,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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