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목』
유홍준 저/눌와
알아보는 이가 없으면 탁월한 작품도 외로이 잊힐 뿐,
알아보는 눈, 안목의 소중함을 깨우치는 유홍준 교수의 신간. 건축·백자·청자 등 다양한 주제를 넘나들며 역사 속 높은 안목의 소유자들은 어떻게 대상에서 아름다움을 파악했는지를 알아보고, 뛰어난 안목으로 미술품을 수집하고 미담을 남겨 우리 문화사에도 기여한 역대 수장가들의 이야기로 안목의 중요함을 재차 확인해보자. 독자들이 자신만의 미를 보는 눈을 키우는 데 보탬이 되도록 우리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회고전에 부친 유홍준 교수의 순례기, 현대미술 작가들의 예술세계를 넓고 깊은 시각에서 바라본 작가론과 평론을 더했다.
작가 소개
194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미학과,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과(석사),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동양철학과(박사)를 졸업했다. 198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으로 등단한 뒤 미술평론가로 활동하며 민족미술인협의회 공동대표, 제1회 광주비엔날레 커미셔너 등을 지냈다. 1985년 2000년까지 서울과 대구에서 ‘젊은이를 위한 한국미술사’ 공개강좌를 십여 차례 갖고 ‘한국문화유산답사회’ 대표를 맡았다. 영남대학교 교수 및 박물관장, 명지대학교 교수 및 문화예술 대학원장, 문화재청장을 역임하고, 현재 명지대학교 미술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제주 추사관 명예관장도 맡고 있다.
평론집으로 『80년대 미술의 현장과 작가들』, 『다시, 현실과 전통의 지평에서』, 『정직한 관객』, 답사기로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전6권), 미술사 저술로 『조선시대 화론 연구』, 『화인열전』(전2권), 『완당평전』(전3권), 『유홍준의 한국미술사 강의 1』 등이 있다. 간행물윤리위 출판저작상(1998), 제18회 만해문학상(2003) 등을 수상했다.
○목차
안목: 미를 보는 눈
1 안목 환재 박규수 ㅡ미를 보는 눈, 세상을 보는 눈
2 건축 김부식의 《삼국사기》 ㅡ검이불루 화이불치
3 불상 절대자의 이미지 ㅡ한일 국보 반가사유상의 1,400년 만의 만남
4 청자 서긍의 《선화봉사고려도경》 ㅡ세밀해서 가히 귀하다 하겠다
5 백자 달항아리 예찬 ㅡ한국미의 영원한 아이콘
6 화론 남태응의 〈청죽화사〉 ㅡ연담·공재·허주, 세 화가를 평한다
7 평론 강세황의 《표암유고》 ㅡ단원 김홍도를 키워낸 당대 예림의 총수
8 감식 추사 김정희의 ‘금강안’ ㅡ금강역사처럼 눈을 크게 뜨고 보아라
9 서화감정 위창 오세창 ㅡ한국서화사를 집대성한 문화보국의 위인
10 한국미술사 혜곡 최순우 ㅡ한국미를 정립한 우리 시대의 대안목
애호가 열전
1 안평대군 이용 ㅡ그래서 안평의 빠른 죽음이 더욱 안타깝다
2 석농 김광국 ㅡ알면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면 모으게 되나니
3 송은 이병직 ㅡ저 백지 속엔 수많은 그림이 들어 있다오
4 수정 박병래 ㅡ진정한 애호가의 ‘백자에의 향수’
5 초기 수장가들 ㅡ소장품의 최종 목적지는 다 달랐다
6 소전 손재형 ㅡ전쟁 중에 일본에 가서 〈세한도〉를 찾아오다
7 간송 전형필 ㅡ민족의 자존심을 위해 전 재산을 바치다
회고전 순례
1 변월룡 탄신 100주년전 ㅡ잊혔던 고려인 화가의 위대한 시대 증언
2 이중섭 탄신 100주년전 ㅡ백 년의 신화가 오늘에 환생하는 듯
3 박수근 서거 50주기전 ㅡ역사 인물로서 박수근 화백을 그리며
4 오윤 서거 30주기전 ㅡ민중미술의 전설, 오윤을 다시 만나다
5 신영복 서거 1주기전 ㅡ‘함께 여는 새날’을 그리며
평론
1 작가론 수화 김환기 ㅡ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났는가
2 평론 대가들의 종이 작업 ㅡ예술혼을 위한 또 하나의 선택
3 비평적 증언 1980년대의 미술 ㅡ리얼리즘의 복권을 위하여
○출판사 리뷰
아무리 뛰어난 명작이라 해도 알아보는 이가 없이는 묻히기 마련. 그래서 미를 보는 눈, 안목은 중요하다. 유홍준 교수와 함께 안목이란 무엇인지, 역사 속 높은 안목의 소유자들은 어떻게 대상에서 아름다움을 파악하였는지를 건축·백자·청자 등 다양한 주제를 넘나들며 알아보자. 뛰어난 안목으로 미술품을 수집하고 미담을 남겨 우리 문화사에도 기여한 역대 수장가들의 이야기로 안목의 중요함을 재차 강조하였다. 또한 독자들이 자신만의 미를 보는 눈을 키우는 데 보탬이 되도록 변월룡·박수근·이중섭·오윤·신영복·김환기를 비롯한 우리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예술세계를 넓고 깊은 시각에서 바라본 유홍준 교수의 회고전 순례기와 평론을 더했다.
지금은 시대를 대표하는 대가로 인정받지만, 정작 생전에는 불우한 삶을 살았던 예술가들은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러나 세상이 아무리 괄시해도 그들의 예술세계의 진가를 알아본 이들이 있었기에 후일 재평가와 복권이 이루어졌다. 이처럼 미를 보는 눈, 안목은 창작의 재능만큼이나 중요하다. 높은 안목의 소유자는 문화와 예술을 고양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는가 하면, 앞선 시대의 문화재나 미술 작품들의 가치를 알아보고 이를 세상에 알리거나 지켜내는 데 공헌하기도 한다. 대중과 호흡하며 한국 문화유산의 진수를 갈파해온 유홍준 교수가 이번에는 독자들의 미를 보는 눈을 트여줄 책, 《안목》으로 돌아왔다. 《안목》의 출간으로 이미 나온 《국보순례》, 《명작순례》가 함께 묶여 ‘유홍준의 美를 보는 눈’ 시리즈(전 3권)를 구성하게 되었다.
“추사 김정희의 글씨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하는 자들은 괴기한 글씨라 할 것이요, 알긴 알아도 대충 아는 자들은 황홀하여 그 실마리를 종잡을 수 없을 것이다. 원래 글씨의 묘(妙)를 참으로 깨달은 서예가란 법도를 떠나지 않으면서 또한 법도에 구속받지 않는 법이다.”
- 유최진(1791-1869)
안목은 어느 한 분야에 한정되는 개념이 아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기괴하다고 느껴질 법한 추사 김정희의 글씨를 보면서 그 오묘함과 조화로움을 알아채는 것, 고려청자의 깊고 고운 색에 감탄하는 것, 우리 전통건축을 보면서 주변 환경과 절묘하게 어울린 자리앉음새에 감탄하는 것들 모두 뛰어난 안목의 예이다. 《안목》의 첫 장에는 ‘불상’, ‘건축’, ‘청자’, ‘백자’ 등 10개의 주제로, 제각기 다른 눈으로 한국미의 탁월함을 꿰뚫어보았던 역사 속 인물들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복잡한 이론 해설이 아닌, 고려를 방문한 중국 송나라 사신 서긍과 조선시대의 문인들부터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어 서서》의 혜곡 최순우에 이르기까지 실제로 높은 안목을 갖고 있던 이들이 남긴 말과 글을 보며 안목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미(美)를 대해야 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알면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면 보게 되고, 볼 줄 알면 모으게 되니, 이때 모으는 것은 그저 쌓아두는 것이 아니다.”
- 《석농화원》 발문 중에서
안목 높은 이의 미술품 애호는 그저 양만 불리는 데 집착하는 수준 낮은 미술품 수집과는 달리 한 개인의 취미를 넘어 역사적인 의미를 갖기도 한다. 《안목》의 두 번째 장, ‘애호가 열전’에서 유홍준 교수는 우리 문화사에 족적을 남긴 역대 수장가들을 소개한다. 그림과 글씨를 수집하고 안견의 재능을 아끼며 문인들과 두루 널리 교유하여 〈몽유도원도〉라는 희대의 명작을 탄생시킨 안평대군, “서화 전적과 미술품은 조선의 자존심”이라며 귀중한 문화유산들을 수집해 지켜낸 간송 전형필, 한평생 아껴 모은 백자들을 “시집보내듯”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수정 박병래 등. 이들은 세상 사람들이 흔히 부유한 이들의 도락으로 치부하곤 하는 미술품 수장의 진정한 의의가 무엇인지, 안목이 왜 중요한지를 삶으로 증명한 분들이다.
“이 글들을 쓰면서 나는 비록 대학 강단에선 정년퇴직하였지만 평론의 현장에선 여전히 현역으로 대중과 교감하며 미를 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내심 기꺼운 기분이 들기도 했다.”
- ‘책을 펴내며’ 중에서
안목이란 무엇인지 감을 잡았다면 이제는 실전에 들어갈 차례다. ‘회고전 순례’와 ‘평론’은 유홍준 교수가 어떤 방식으로 미를 바라보는지를 보여주는 글들의 모음이다. 디아스포라의 슬픔을 안고 산 고려인 화가 변월룡, 그리움을 그린 화가 이중섭, 정직하고 순수한 서민들의 삶을 캔버스에 새긴 박수근, 민중미술의 전설 오윤, 그리고 《안목》의 출간에 즈음하여 1주기를 맞는 신영복 선생까지. 이 작가들의 회고전에 부친 유홍준 교수의 글들은 처음 우리나라 근현대미술을 접하는 이들에게는 친절한 가이드가 되어주고, 미술 애호가들에게는 익히 보아온 그림들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볼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수화 김환기의 삶과 예술을 다룬 작가론, 현대미술 작가들의 전시회에 부친 미술비평들은 답사기의 명성에 상대적으로 가렸던 바가 있는, 유홍준 교수의 미술평론가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글들이다
[독자 리뷰]
■최고의 감동
자목련 | 2017-04-10 |
우리는 쉽게 착각한다. 익숙해서 잘 안다고 믿는 것이다. 그곳 그 자리에 있으므로 언제나 가서 볼 수 있으니까 더 많은 애정을 쏟지 않는다. 문화재, 문화유산이 그렇다. 심지어 특정한 이가 관리하고 특별한 날에만 생각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여기기도 한다. 나 역시 그렇다. 박물관에 가야만 그것들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하고 너무 머니까 나중에 가야겠다고 미루고 미룬다. 어쩌면 나 같은 생각을 가진 이들에게 유홍준의 『안목』은 가장 유용한 책인지도 모른다. 아니, 유홍준의 부드러운 질타에 부끄럽고 창피한 것이다.
유홍준의 해설을 따라 문화재를 만난다. 잘 몰랐던 부분, 전혀 관심이 없던 문화재의 숨결을 느낀다. 우리가 지켜야 하는 우리의 것에 대해 생각한다. 최근에 <천년의 컬렉션>이라는 방송을 시청하면서도 같은 생각을 했다. 문화재의 아름다움을, 그 속에 담긴 우리의 숨결을 확인하는 시간이 아닐 수 없다. 백자 달항아리에 대한 예찬에서는 먹먹함을 느꼈다. 예술작품이 우리에게 전하는 궁극적인 감동이 유홍준의 문장에 있었다. 실제 도자기 아닌 책 속 사진 속 도자기를 가만히 바라보면서 빠져드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도자기는 우리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도자기를 보면서 잘생겼다, 멋지다, 아름답다, 우아하다, 품위 있다, 귀엽다, 앙증맞다, 호방하다, 당당하다, 듬직하다, 수수하다, 소박하다 등등 여러 감정을 본 대로, 그리고 느낀 대로 말한다. 그런 미적 향유와 미적 태도를 통해 우리의 정서는 순화되고 치유된다. (52쪽)
누군가는 눈길 한 번 주지 않은 것들을 누군가는 소중하게 아끼고 수집하고 보관한다. 그런 애호가들이 없었더라면 우리 문화재는 여전히 길을 잃고 주인을 잃어 방황하고 있을 것이다. 때문에 애호가의 수집 이야기는 특별하게 다가온다. 거기다 좋은 글과 그림을 자신만의 것으로 새길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회고전 순례는 더욱 인상 깊게 남는다. 이중섭과 박수근의 그림을 보는 즐거움을 선사함과 동시에 그들의 삶을 상상하게 만든다. 거창하고 대단한 것을 그린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가족과 일상을 담은 그림들. 이미 알고 있었더라도 유홍준의 글로 다시 한 번 만나니 애틋함이 커진다. 안목(眼目)을 키우는 일, 유홍준의 이 책으로 충분하다. 우리의 것이 가장 소중하다는 최고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다.
이중섭의 그리움은 잃어버린 행복, 따뜻했던 사랑에 대한 그리움이었다. 이중섭에게도 행복했던 순간은 있었다. 사랑하는 아내, 귀여운 두 아들과 함께 살던 원산 신혼 시절, 아직 가족과 오붓하게 생활하던 서귀포 피난 시절, 그런데 세월이 그것을 앗아갔다. 때문에 이중섭의 그림은 더욱 애절하고 아픔이 느껴진다. 그런 이중섭의 예술을 가장 잘 드러내는 작품은 <황소>이다. (217쪽)
박수근의 그림은 그 모두가 그 시대의 일상적 풍광이고 사물들이다. 그는 화려하거나 거룩한 것이 아니라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것을 화면에 고착시킴으로써 오히려 화가로서 성공하였다. 이는 단순히 소재의 소박함에 머무른 것이 아니라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 단원 김홍도의 풍속화와 마찬가지로 소재의 현실성을 적극적으로 획득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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