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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詩

7월의 논/ 금동원

금동원(琴東媛) 2018. 7. 17. 22:41

7월의 논

 

금동원

 

 

침묵하고 돌아앉은 논두렁,

농부도 없이

땡볕으로 가득 찬 들녘

그늘에 걸터앉은 건 한가한 바람 뿐이다

 

아직 설익어 보잘것 없기는

벼이삭이나 풀벌레나 똑같은 품새

홀연히 날아든 호랑나비 몸짓

아슬아슬 어설프다

 

배추흰나비의 날개짓이 들꽃처럼 산뜻하고

덩치 큰 우물처럼 깊어진 7월의 논

마음을 들킨 듯 겸손해져

고요하고 정갈하다

 

욕심이 사라진 바람의 손길도

넘치지 않아 여유롭고

뒷산에서 들리는 이름 모를 새 소리

메아리도 없는 허전한 소식만 빼면

모든 것이 제자리다.

 

 

-『마음에도 살결이 있어, (2011, 월간문학출판부)

 

 

  (작은노트)  어린시절 외가에서의 소소한 추억 몇 조각이 떠오른다. 큰 느티나무 그늘 정자 마루바닥이나 외가 툇마루에 누워 외할머니가 주시던 쌀막걸리(설탕을 섞은)를 한 모금 마시면 달큰했던 맛의 기억, 동네 어른들(주로 여자)의 왁자지껄한 수런거림에 잠이 스르르 들었던 기억, 덥다는 느낌보다는 산들산들 불어오는 바람이 피부를 기분좋게 간지럽히던 나른한 감촉, 뒷산에서 이름 모를 새 소리가 들려오면 어린 마음에도 이상스레 슬픔이 차올랐던 묘한 기분... 작지만 아련한 것들이다. 전국이 찌는 듯한 가마솥 무더위로 온통 난리 북새통이다. 오래 전 어느 시골 여행지에서 만난 아득하고 고요했던 논의 풍경이 떠오른다. 웅숭깊은 우물같던 뜨겁고 한가로운 7월의 논이 문득 그립다.(금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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