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원 시인의 TI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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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詩를 읽다

너에게 / 김남조

금동원(琴東媛) 2018. 10. 29. 00:22


너에게


김 남조



아슴한 어느 옛날
겁(劫)을 달리하는 먼 시간 속에서
어쩌면 너는
알뜰한 내 사람이었는지도 모른다

지아비의 피 묻은 늑골에서
백년해로의 지어미를 빚으셨다는
성서의 이야기는
너와 나의 옛 사연이나 아니었을까

풋풋하고 건강한 원시의 숲
찬연한 원색의 칠범벅이 속에서
아침 햇살마냥 피어나던
우리들 사랑이나 아니었을까

불러 불러도 아쉬움은 남느니
나날이 새로 샘솟는 그리움이랴 이는
그 날의 마음 그대로인지 모른다

빈 방 차가운 창가에
지금이사 너 없이 살아가는 나이건만

아슴한 어느 훗날에
가물거리는 보라빛 기류같이
곱고 먼 시간 속에서
어쩌면 넌 다시금 남김 없는
내 사람일지도 모른다.


-제6시집 『정념의 기』




https://youtu.be/9E6b3swbnW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