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S *인생
금동원
전화를 건다
거의 모든 전화는 1588-????/1544-???? 따위로 시작된다
안녕하세요 라는 인사도 없이 보이지 않는 저쪽에서 말한다
빠른 서비스를 원하시면 #을, 일반상담은 1번, 상담원 연결은 0번... 1번을 누른다
주민등록번호와 #을 누른다
다시 시작되는 1번을, 2번을, 또는 3번을
신용카드번호나 비밀번호, 사업자등록번호를
전화 속 저편에서 시키는 대로 끝도 없는 미로찾기는 계속되고
난 목소리만 예쁜 그녀를 알지 못한다.
보이지 않는 전화통 속에서 그녀가 기계처럼 차갑게 이야기한다.
처음메뉴를 원하시면 #을, 아니면 원하시는 선택버튼을 눌러주세요.
난 아직도 그 미궁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보이지 않는 얼굴과 숨소리를 찾아 계속 버튼을 눌러대고 있다.
*ARS [ Automatic Response Service ] 는 자동응답시스템을 말합니다
-시집『여름낙엽』, ( 월간문학출판부,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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