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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詩

ARS 인생 /금동원

금동원(琴東媛) 2019. 1. 6. 11:37

ARS *인생

 

금동원

 

전화를 건다

거의 모든 전화는 1588-????/1544-???? 따위로 시작된다

안녕하세요 라는 인사도 없이 보이지 않는 저쪽에서 말한다

빠른 서비스를 원하시면 #을, 일반상담은 1번, 상담원 연결은 0번... 1번을 누른다

주민등록번호와 #을 누른다

다시 시작되는 1번을, 2번을, 또는 3번을

신용카드번호나 비밀번호, 사업자등록번호를

전화 속 저편에서 시키는 대로 끝도 없는 미로찾기는 계속되고

난 목소리만 예쁜 그녀를 알지 못한다.

보이지 않는 전화통 속에서 그녀가 기계처럼 차갑게 이야기한다.

처음메뉴를 원하시면 #을, 아니면 원하시는 선택버튼을 눌러주세요.

난 아직도 그 미궁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보이지 않는 얼굴과 숨소리를 찾아 계속 버튼을 눌러대고 있다.

 

*ARS [ Automatic Response Service ] 는 자동응답시스템을 말합니다

 

 

-시집『여름낙엽, ( 월간문학출판부,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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