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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동원의 우연의 그림 앞에서

나의 詩

치매찬양/ 금동원

금동원(琴東媛) 2019. 3. 24. 00:19

치매찬양

       -알츠하이머3

 

금동원

 

 

차라리 축복이라 하자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더 이상 기억하지 못함을

아름다운 날들은 안개낀

강가의 희미한 풍경화로 남아

들을 수도 들려 줄 수도 없는 연민으로

이제 눈과 눈빛 만으로는

더 이상 이야기 할 수 없다.

 

결코 듣고 싶지 않은 슬픈 목소리의 이야기와

어쩌면 아름답지 않았을 지 모르는 일생

 

차라리 기쁨이라고 하자

그렇지 않은가

인간의 생이란 참 선명하기도 하여

아, 곤란하다

인두로 지진 듯 온몸에 찍힌 욕창

그것들은 질긴 생명력의 표식처럼 살아 움직이지만

곧 까맣게 타다가 사그라져간다

 

허물을 벗듯 떨어지는 삶의 각질, 그 살들

낙엽이 이보다 더 아름다운 별똥별일까

 

모든 건 한순간이라고 해주자

부끄러움 사라진 몸뚱이 사이를 흰 연탄재처럼

산화된 기억만이 창백하게 서성이고

식욕과 성욕으로만 숨 쉬는

박제된 한 마리의 검은 새

의식과 무의식의 시계추는 방향없이 흔들리고

모래시간은 하염없이 쌓였다 무너져 간다

 

 

나는 사라져 간다

신기루도 사라져 간다

 

 

-『우연의 그림 앞에서, (계간문예, 2015)

 

 

 

 

 

시간이란 무엇일까?
왜 사람들은 같은 시간 속에서도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여기,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채 써보지도 못하고 빼앗겨 노인이 되어버린 25세의 억울한 여자가 있다.
그리고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스스로 내던져 버리고 하루빨리 늙어 세상을 떠나고 싶어하는 26세의 남자가 있다.
 
시간을 주무르는 능력을 가졌음에도, 시간 앞에서 아등바등 거리기만 한 여자.
누구보다 찬란한 시간을 가졌음에도, 시간 앞에서 무기력하기만 한 남자. 
 
같은 시간 속에 살아가지만 서로 다른 ‘시간’을 지닌 그들을 통해 시간의 의미를 다시 그려보고자 한다. (출처:눈이 부시게 공식 홈페이지)

 

○제작진

연출: 김석윤

극본: 이남규

극본 : 김수진

 

○등장인물 소개

눈이 부시게 인물관계도

 

 

 ■ '눈이 부시게', 명품 드라마의 시작과 끝

 [일간 스포츠] 입력 2019.03.19 15:54       

 

 

 인생의 참맛을 알게 해준 '눈이 부시게'. 

 묵직한 메시지로 마지막까지 그 여운을 가져갔다. '웰메이드작'이라는 호평이 쏟아졌다.

  JTBC 월화극 '눈이 부시게'가 오늘(19일) 12회를 끝으로 종영된다. 대본, 연출, 연기 삼박자를 고루 갖춘 짜임새 있는 작품이었다. 지상파 3사를 압도하며 월화극 1위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시청률과 완성도 모두를 충족시키며 소시민의 삶을 담은 가슴 따뜻한 작품으로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주어진 시간을 다 써보지 못하고 잃어버린 여자와 주어진 시간을 스스로 내던지고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남자의 이야기를 담아낸 '눈이 부시게'. 처음엔 시계를 통해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타임리프 드라마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커다란 반전이 있었다. 25살 한지민(김혜자)이 70대 김혜자로 변한 이유가 등가교환의 법칙에 따라 나이가 들었던 것이 아니라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었다는 것이다. 10회 반전 엔딩이 큰 충격을 선사했다. 알츠하이머 증세로 기억을 점점 잃어가는 가운데, 인생의 가장 행복했던 순간만 오래도록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김혜자의 모습이었다. 무엇이 인생에서 중요한 것인가, 아름다운 것인가에 대해 진한 메시지를 남긴 작품이다. 

  이 마약 같은 드라마는 알츠하이머를 무겁게만 풀어내지 않았다. 인간의 삶을 단맛과 짠맛으로 표현했다. '올드미스 다이어리' '송곳' '이번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 영화 '조선명탐정' 시리즈를 연출한 김석윤 본부장이 직접 메가폰을 잡았던 만큼 웃음과 눈물을 적절하게 오갔다. 한 회 안에서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게 했다.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김혜자의 꿈 속으로 떠나 초반 이야기를 풀어냈다면, 후반부엔 현실로 돌아와 현재의 삶을 조명했다. 이남규, 김수진 작가는 마지막까지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로 공감대를 형성했다.

  배우 김혜자는 10대까지 사로잡을 수 있는 연기로 '국민배우'의 파워를 입증했다.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주며 '눈이 부시게' 속 '단짠'을 대표했다. 겉모습은 70대지만 25살 김혜자의 내면을 표현할 때는 한지민과 겹쳐 보일 정도로 순수한 20대를 실감 나게 표현했다면, 알츠하이머인 사실이 밝혀졌을 땐 70대 김혜자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이질감 없이 표현했다. 눈빛으로 말하고 답하는 배우였다. 그 품격을 눈으로 직접 확인케 했다.

  남주혁은 인생작을 만났다. "주변에서 내 눈이 슬퍼 보인다고 하더라. 그런 말을 요즘 많이 듣고 있다"고 밝힌 것처럼 우수에 찬 눈빛을 가진 이준하로 활약했다. 찬란한 순간을 스스로 내던지고 살아가고 있는 무기력한 모습으로 짠함을 상징했다. 손호준은 물오른 코믹 연기로 웃음을 책임졌다. 분량을 뛰어넘는 신스틸러로서 '눈이 부시게' 인기를 견인하는 데 톡톡히 공을 세웠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눈이 부시게'는 치매라는 질환을 통해 노년의 시간과 기억에 대해 다뤘다. 또 김혜자와 한지민을 오가며 다양한 세대가 공감하면서 들여다볼 수 있는 지점을 마련했다. 세련되게 연결시켜 놓은 타임리프 설정도 흥미롭다"면서 "희극과 비극을 넘나드는 이야기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데 김석윤 감독이 이를 잘 표현했다"고 평했다. 

 

  황소영 기자 hwang.soyoung@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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