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 리폼드 (2017)
(감독) 폴 슈레이더
(주연) 에단 호크, 아만다 사이프리드
나는 오늘부터 기도로 다 하지 못한 진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이제는 역사 속 관광명소가 되어버려 신도들은 잘 찾지 않는 퍼스트 리폼드 교회의 목사 '톨러'(에단호크)는 자신의 하루를 털어놓을 수 있는 일기를 쓰기로 한다. 일기는 컴퓨터가 아닌 노트에 직접 써서 지우고 수정없이 솔직한 자신을 그대로 남기기로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신도 '메리'(아만다 사이프리드)가 찾아와 말할 수 없는 근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자신의 남편을 만나달라는 간청을 하는데…
■[ABOUT MOVIE ]
로튼토마토 신선도 93%, 203개 매체의 호평!
‘인생 최고의 연기를 선사하는 에단 호크’
‘슈레이더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들기 위해 이 행성에 온 것만 같다’
<퍼스트 리폼드>는 연출, 연기, 스토리 세 가지를 모두 잡으며 203개 매체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 93%를 기록하고 있는 <퍼스트 리폼드>는 매체들의 평도 어떤 하나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하게 호평을 받고 있다. 이동진 평론가는 <퍼스트 리폼드> 시네마톡을 예고하면서 먼저 “<퍼스트 리폼드>는 올해 아카데미가 간과한 작품들 중 가장 중요한 영화가 아닐까 한다.”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어서 “예민하고 묵직하며 비범하다.” “마치 21세기의 <택시 드라이버>처럼 여겨진다.”는 표현으로 영화에 대한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이 뿐 아니라 뉴욕타임즈는 올해의 영화 Top 10에 <퍼스트 리폼드>를 이창동 감독의 <버닝>과 함께 선정해 국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또한 에단 호크는 <버닝>의 주연배우 유아인과 함께 뉴욕타임즈가 뽑은 올해의 배우 12인에 나란히 이름을 올려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 외에도 <퍼스트 리폼드>를 향한 숱한 찬사와 호평이 이어졌는데, 해외 평단에서는 “슈레이더 감독은 이 영화를 위해 이 행성에 온 것 같다.”-Washington Post라며 감독의 역랑에 대한 극찬을 하거나, “평범한 일상에서 경험하는 영원한 것에 대한 감각적 통찰”-The New York Times와 같이 <퍼스트 리폼드>의 깊이와 유려한 이야기에 관심을 표하기도 했다. 평단의 관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위험하고도 치명적인 올해 최고의 영화”-Vox와 “인생 최고의 연기를 선사하는 에단 호크, 이 시대의 <택시 드라이버> -Newsday”같은 평가는 <퍼스트 리폼드>라는 영화 자체에 대한 온전한 찬사라고 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수많은 호평들이 뒤를 이으면서 영화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퍼스트 리폼드>는 이와 같은 아낌없는 호평의 이유를 관객들에게 충분히 확인시켜줄 예정이다.
할리우드의 대표 로맨티스트에서 깊이 있는 강렬한 배역으로!
평단의 호평을 한 몸에 받으며 30회가 넘는 남우주연상 거머쥔 에단 호크의 역대급 인생 연기!
‘비포 시리즈’와 <내사랑> 등을 통해 로맨티스트로 널리 알려진 에단 호크는 이번 <퍼스트 리폼드>를 통해 고뇌에 찬 목사로의 강렬한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다. <퍼스트 리폼드>의 감독 폴 슈레이더는 한 인터뷰에서 각본 구상 중 세 명의 배우 제이크 질렌할, 오스카 아이작, 에단 호크를 떠올렸지만 이내 에단 호크가 주인공인 톨러 목사 역할에 가장 적합하다는 확신을 갖고 그를 마음에 두고 각본을 써 내려갔다고 밝혔다. “그의 얼굴 속에서 수많은 인생의 교훈과 감정들이 드러났고, 연기를 할 필요가 없어 보였죠.”라는 인터뷰는 에단 호크를 향한 감독의 애착과 자부심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실제로 에단 호크는 <퍼스트 리폼드>의 시나리오를 받은 지 24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주연배우 역을 수락했고,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찍부터 감독과 배우가 맞춰 나갈 호흡에 많은 기대가 모이기 시작했다. 폴 슈레이더 감독은 에단 호크가 가진 로맨티스트 이미지를 넘어 그의 깊은 곳으로부터 새로운 면모를 이끌어내도록 도왔다. 에단 호크의 성공적인 연기 변신은 큰 호평을 받으며 뉴욕타임즈와 인디와이어 등에서 올해의 배우에 선정되었으며 각종 평단으로부터 남우주연상을 무려 30회가 넘게 수상하는 놀라운 결과를 낳았다. <퍼스트 리폼드>는 에단 호크의 역대급 인생 연기를 만날 기회로, 그의 연기만으로도 큰 관심과 기대가 쏟아지고 있다.
<문라이트>, <플로리다 프로젝트>, <유전>, <레이디 버드> 등 오스카 트로피뿐 아니라 관객들 마음 사로잡은 할리우드 新명가 ‘A24’가
2019년 첫 번째로 국내 관객들에게 선보이는 영화!
< 문라이트>, <플로리다 프로젝트>, <유전>, <레이디 버드> 등의 영화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할리우드 新명가 ‘A24’의 작품이라는 점. <문라이트>를 통해 2017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들어올렸고 뒤이어 <플로리다 프로젝트>, <레이디 버드> 등을 통해 감각적 성장 영화를 선보였으며 <유전>을 통해 수많은 호평 속에 스멀스멀 퍼지지만 확실히 무서운 공포가 무엇인지 보여주었다. 이 외에도 <더 랍스터>, <킬링 디어>, <룸>, <엑스 마키나>, <위아영> 등의 작품들을 대중들에게 각인시키면서 ‘A24’스러운 색을 잘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특유의 감각적 비주얼과 감성을 통해 함께 소통해야 할 이야기를 다가가기 쉽게 만들어주며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제작배급사 A24의 이름을 걸고 2019년 첫 번째 국내 관객들을 찾아오는 작품이 바로 <퍼스트 리폼드>이다. <퍼스트 리폼드> 역시 A24의 색을 확실히 드러내고 있다. <퍼스트 리폼드> 속에 담겨있는 기존의 영화들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색다른 이야기와 신선한 시도들은 가히 A24에 가장 어울린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A24라는 날개를 달고 선보이는 작품 <퍼스트 리폼드>는 아카데미 각본상 노미네이트, 뉴욕타임즈를 비롯한 올해 최고영화 선정, 올해 최고의 배우 선정은 물론이며 각종 평단의 유례없는 찬사와 끝없는 관심을 기록하는 등 작품성에서 또한 의심의 여지가 없는 합격점을 받고 있다. 여기에 감독의 특별한 연출적 시도들을 통해 경험하지 못한 영화 속 인물들에 더욱 빠져들게 할 예정이다. 할리우드의 노련한 베테랑 감독 폴 슈레이더와 새롭게 떠오르는 할리우드 新명가 ‘A24’의 만남은 많은 영화인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연출을 돋보이게 하는 4:3 화면 비율!
배우들의 열연을 고스란히 담기 위한 특별한 선택!
검증된 배우들의 물오른 연기가 생생하게 드러나는 탁월한 기법!
< 퍼스트 리폼드>가 특별한 4:3 화면 비율을 선택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예사롭지 않은 주목을 받고 있다. <택시 드라이버>, <성난 황소>의 천재적 이야기꾼 폴 슈레이더는 제작 전부터 이와 같은 남다른 상영 형태로 영화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폴 슈레이더 감독은 “<콜드 워>의 감독 파벨 포리코브스키의 전작 <이다>에서 영감을 얻었다.
관객들이 인간과 영화 속 인물에 더 집중해 주길 바란다.”며 4:3의 화면 비율을 선택한 이유를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관객들은 가로로 긴 화면에서보다는 4:3 비율의 화면에서 인물과 인간을 더 직시하기 쉽다. 감독이 의도한 바와 같이, <퍼스트 리폼드>에서는 숨막힐 듯 생생한 배우들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화면 비율에서만 폴 슈레이더 감독의 노련한 연출력이 돋보이는 게 아니다. <퍼스트 리폼드> 속 색채들 또한 베테랑 감독의 특별한 의도가 담겨 있다.
실제로 공개된 스틸 이미지들을 보면 4:3 비율의 화면 속에서 배우들만큼이나 배경과 색채들이 <퍼스트 리폼드>만의 고유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관객들이 공간을 응시하고 집중할 수 있게 만들었다.”고 밝히면서 영화 속 등장하는 모든 공간들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함께했음을 내비쳤다. 이는 폴 슈레이더 감독이 인물을 중심에 놓았지만 그 반대의 다른 장면들 역시 허투루 찍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다양한 시도들이 거장 감독 폴 슈레이더와, 검증된 배우 에단 호크, 아만다 사이프리드를 통해서 어떻게 어우러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영화비평 :‘세속적 과거에서 신성한 현재’로 이행하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퍼스트 리폼드>와 폴 슈레이더
“아니요. ‘영적’인 영화를 좋아하고 이에 대한 글을 썼지만, 절대 이에 대한 영화를 만들지는 않을 겁니다. 그건 제 몫이 아니죠. 저는 절대 ‘브레송이라는 위험한 얼음판’에서 아슬아슬한 모험을 하지 않을 겁니다.” 1972년, 오즈 야스지로, 로베르 브레송, 칼 드레이어 영화의 ‘초월적 스타일’에 대한 책(<Transcendental Style in Film: Ozu, Bresson, Dreyer>)을 발표한 비평가 폴 슈레이더는 당시 감독으로서 ‘영적’인 영화를 만들어볼 생각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개혁파 교회 목사였던 아버지를 비롯해 신실한 믿음을 가진 가족들 속에서 신학을 공부한 폴 슈레이더는 어느 순간 이 ‘영적’인 세계를 버리고, 영화를 공부하기 위해 UCLA로 떠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신성한’ 과거와 ‘세속적’인 현재는 절대 만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로베르 브레송의 영화 <소매치기>(1959)에 큰 감명을 받았지만 폴 슈레이더는 이 두 ‘세계’를 ‘영화’로 연결해보려는 ‘모험’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적어도 <퍼스트 리폼드>를 만들기 전까진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퍼스트 리폼드>는 폴 슈레이더가 50년 넘게 필사적으로 피해왔던 세계, 그 아슬아슬한 얼음판 위로 내딛은 조심스러운 첫걸음 같은 영화인 셈이다.
폴 슈레이더의 이력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주인공
흥미롭게도 신성한 과거에서 세속적 현재로 옮겨갔던 폴 슈레이더는 자신과는 정반대로 ‘세속적 과거에서 신성한 현재’로 이행하는 인물을 이 영화의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퍼스트 리폼드’ 교회의 목사인 톨러(에단호크)는 집안의 ‘애국적’ 전통에 따라 전쟁에 참전한 아들이 6개월 만에 전사하고 이로 인해 결혼 생활마저 파탄나자 목사가 되어 다시 한번 삶의 길을 찾아보려 애쓰는 인물이다 하지만 원치 않는 과거의 유령들이 자꾸만 톨러 앞에 출몰해 그를 시험에 들게 한다. 소변조차 편히 보지 못하는 그는 알 수 없는 병으로 조금씩 쇠약해져 간다. 자신이 유일하게 의지하는 하느님의 ‘피’와 ‘살’인 딱딱한 빵과 와인으로 ‘신성한 현재’를 붙들어보려 하지만, 정작 그를 현재에 세워두는 건 세속적 과거의 잔재인 술뿐이다. 오히려 그가 기도를 통해 붙들어보려는 영적 세계는 끊임없이 톨러에게서 멀어지려 한다. 전적으로 영적인 공간이 되어야 할 톨러의 교회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제목을 통해 선언한 것처럼 이 영화의 주인공은 사실 톨러가 아니라 ‘퍼스트 리폼드 교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영화 전체에서 (물리적인 의미에서) 교회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많은 이들이 지적하는 첫 장면을 떠올려보자. 영화가 시작하면 서서히 밝아오는 화면 속에 교회의 모습이 보인다. 로앵글의 카메라가 교회에 천천히 다가가 멈춰 서고, 이곳의 역사를 설명하고 외관을 보여주는 몇개의 숏을 거쳐 비로소 우리는 교회 안에서 일기를 쓰고 있는 톨러(의 목소리)를 만나게 된다. 마치 이제 곧 비극이 시작될 공간적 배경을 암시하는 공포영화의 첫 장면처럼 <퍼스트 리폼드>의 시작도 어딘가 서늘하고 석연치 않다 교회 안으로 들어온 카메라는 톨러와 몇명 되지 않는 신도들이 성스럽게 예배를 올리는 장면을 보여주지만, 이내 돌아서서는 관리인을 통해 남자 화장실에 물이 샌다는 소식을 톨러에게 전한다. 하지만 이 교회의 운영 자금을 지원하는 ‘풍요로운 삶’ 교회에 도움을 요청하자는 관리인의 제안에 톨러는 자신이 고쳐보겠다고 고집을 부린다. 그런데 ‘망가진 것’은 화장실뿐만이 아니다. 250주년 기념 재봉헌 행사를 진행해야 하는데 오르간 역시 고장난 상태다. 10명 남짓 되는 신도들이 찾아오지만 풍요로운 삶 교회가 돈을 대지 않으면 교회는 사실상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기껏해야 관광객이 던지듯 주고간 돈 몇푼이 교회가 가진 운영비의 전부이다. 톨러의 고장난 신장처럼 교회의 화장실도 망가졌고, 더이상 소리를 내지 못하는 교회의 오르간은 하느님의 말씀을 신도들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실패한 사제 톨러의 목소리와 닮아 있다. 말하자면 이 영화에서 퍼스트 리폼드 교회와 톨러는 단단히 맞물려 있는 거울쌍에 해당한다. 그가 말하면, 교회도 말한다. (톨러는 환경오염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버크사 사장 에드를 만나 우리가 한 일에 대해 ‘신이 우리를 용서할 것인가’라고 다그치는데, 얼마 후 그 말은 다시 교회 앞에 걸려 있다.) 이 지점을 염두에 두고 다른 문제를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영적’ 세계의 실패
사실 영화를 보면서 가장 의아했던 건 메리(아만다 사이프리스)의 남편, 마이클이었다 우울증에 시달린다는 그는 인간에 의해 초래된 기후 변화로 (창조주가 만든) 세상이 망가져간다고 말한다. 돌이킬 수 없는 환경 파괴로 세상은 절망에 빠질 것이고, 그런 세상에 아이들을 살게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기후 변화를 ‘사기’(hoax)라고 주장하지만, 대부분의 과학자들 사이에서 이는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이며 이것이 인간의 행위로 말미암은 것임에 이미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이니, 마이클의 이러한 주장엔 이의를 달기 어렵다. 하지만 이 논리의 끝에 그가 내린 결론은 괴이하다. 그런 절망적인 세상에 아이들을 태어나게 하느니 차라리 태어나지 못하게 (낙태)해버리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열성적으로 환경운동을 하다 체포돼 수감됐다 풀려날 정도로 마이클은 ‘현재’를 바꾸기 위해 ‘현실’ 속에서 부단히 노력했지만, 변한 건 아무것도 없고 기후 변화는 돌이킬 수 없는 지점을 넘어가려 하고 있다. 하지만 단 한순간도 그는 ‘영적’인 세계에 기대려 들지 않는다(“그는 종교적인 사람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절망적 현실에 처할 아이를 위해 희망을 위한 기도를 하는 대신 스스로 죽음을 택한다.
영화는 이렇게 한순간도 영적이지 않은 마이클을 이제 막 영적인 현재로 들어선 톨러 앞에 데려온다. 영적인 세계의 ‘메신저’가 된 톨러는 현실의 절망 앞에 목숨을 끊은 마이클을 위해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이러한 현실 앞에 선 톨러의 무기력은 거대 자본 앞에서 화석처럼 굳어버린 퍼스트 리폼드 교회의 무력함과 공명한다. 영화 초반, 톨러는 일기를 시작하며 1년이 지나면 ‘실험’이 끝날 것이고, 그때 일기장을 태워버리겠다고 다짐한다. 앞서 말한 대로라면 그가 말하는 ‘실험’은 아마도 퍼스트 리폼드 교회 자체의 실험에 다름 아닐 것이다. 돈이라는 현실 앞에서 영적인 세계는 과연 존재할 수 있을 것인가? 톨러는 마이클의 ‘자살 폭탄 조끼’를 대신 입고 창조주가 만든 세상을 (돈과 오염물질로) 더럽히는 이들을 응징하기 위해 현실로 나선다. 그가 재봉헌 행사를 위해 폭탄 조끼를 입기 전, 먼저 이 조끼를 입고 문제의 기업 ‘버크사’를 방문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동안 자제해왔던 일본 된장과 생선회를 먹고 “이 얼마나 단순한 즐거움인가”라고 말하지만, 카메라는 톨러의 뒤에서 웃고 떠들며 술 마시는 에드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는 여기에서 폭탄을 터트리는 대신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교회로 다시 돌아간다. 결국 이것은 마이클의 자살의 반복이며 톨러의 실패이자 동시에 ‘영적’ 세계의 실패로 읽힌다. 이 예정된 실패는 하지만 메리의 등장으로 교란되고 중단된다. 영화의 마지막, 격정적으로 키스하는 톨러와 메리에게서 ‘희망’을 보았다면, 당신은 메리를 더 세게 끌어안을수록 더 큰 고통에 시달려야 하는 톨러를 의도적으로 잊은 것이다. 먼 길을 돌아온 폴 슈레이더는 조심스럽게 이 두 세계의 조화로운 공존은 불가능한 것이라고 의심한다. 갑자기 중단된 이 실패가 어느 순간, 째깍거리며 가는 톨러의 시계처럼 다시 그의 조끼를 작동시킬지 모를 테니까.
- 글 우혜경(영화평론가) 2019-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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