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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가해자의 얼굴/ 이청준

금동원(琴東媛) 2020. 8. 13. 15:23

 

《가해자의 얼굴》

-이청준 저/ 우찬제 편/ 문학과 지성사

 

 

인간의 진정한 얼굴을 발견하기 위하여 이청준 중단편선 『가해자의 얼굴』

『가해자의 얼굴』(문지작가선4)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시대의 아픔과 개인의 내밀한 고난을 성찰적으로 가로지르며 울창한 서사의 숲을 이뤄온 이청준의 소설 세계를 새롭게 조망하고자 한 책이다. 등단작 「퇴원」(1965)부터 수많은 독자에게 사랑받은 「병신과 머저리」(1966), 글쓰기에 관한 심도 깊은 고민이 담긴 「지배와 해방」(1976), 영화화되면서 또 한 번 주목받은 「벌레 이야기」(1985) 등 엄선된 11편의 중·단편소설이 실렸다.

책임 편집과 해제를 맡은 문학평론가 우찬제는 이청준의 작품이 인물의 문제성이나 제재의 역사성도 깊지만, 무엇보다 인물과 제재를 다루는 작가의 반성적 태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작가가 즐겨 사용한 액자소설 방식에서 드러나듯, 그의 작품은 이야기 속 사건과 그것을 조망하는 서술자의 목소리를 통해 ‘무엇’을 향한 응시가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라는 방법적 고찰에 닿고자 한다. 이는 근대 이후 치유 불가능한 상실감에 시달리게 된 4·19세대의 초상이자, 그럼에도 억압적 질서에 맞서려는 자유로운 산문정신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이청준이 쌓아올린 높고도 깊은 문학 담론이라 할 수 있다

 

 

○목차

퇴원 | 병신과 머저리 | 마기의 죽음 | 이어도 | 지배와 해방-언어사회학서설 3 | 잔인한 도시 | 선학동 나그네-남도 사람 3 | 시간의 문 | 벌레 이야기 | 가해자의 얼굴 | 지하실 | 해제 얼굴의 발견

 

○작가 소개

 

1939년 전남 장흥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했다. 1965년 '퇴원'으로 [사상계] 신인문학상 공모에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했으며 1966-72년 월간 [사상계] [아세아] [지성] 편집부 기자로 재직하였고, 1999년에는 순천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석좌교수로 활동하였다.

작품으로는 『병신과 머저리』, 『굴레』, 『석화촌』, 『매잡이』, 『소문의 벽』, 『조율사』, 『들어보면 아시겠지만』, 『떠도는 말들』, 『이어도』, 『낮은 목소리로』, 『자서전들 쓰십시다』, 『서편제』, 『불을 머금은 항아리』, 『잔인한 도시』, 『살아있는 늪』, 『시간의 문』, 『비화밀교』, 『자유의 문』, 『별을 보여 드립니다』, 『가면의 꿈』, 『당신들의 천국』, 『예언자』, 『남도 사람』, 『춤추는 사제』, 『흐르지 않는 강』, 『낮은 데로 임하소서』, 『따뜻한 강』, 『아리아리 강강』, 『자유의 문』 등 여러 편의 소설과 소설집이 있으며 수필집 『작가의 작은 손』, 『사라진 밀실을 찾아서』, 『야윈 젖가슴』 등을 비롯해, 희곡 『제3의 신』등이 있다.

그 밖에 동화 『할미꽃은 봄을 세는 술래란다』를 비롯하여 판소리 다섯마당을 동화로 풀어 쓴 『놀부는 선생이 많다』, 『토끼야, 용궁에 벼슬 가자』, 『심청이는 빽이 든든하다』, 『춘향이를 누가 말려』, 『옹고집이 기가 막혀』를 포함한 많은 작품이 있다.

어렸을 때 아버지와 큰형, 아우의 죽음은 이청준을 문학의 길로 이끌었다. 벽촌이던 고향에서 광주로 고등학교를 진학하여 고향 사람들의 자랑거리였다. 법관이 될 거라는 기대를 뒤로 하고 그는 문학의 세계에 눈을 돌리고 독문학과에 진학했다. 우리 현대소설사에서 가장 지성적인 작가로 평가 받는 이청준은 그의 소설에서 정치·사회적인 메커니즘과 그 횡포에 대한 인간 정신의 대결 관계를 주로 형상화하였다. 특히 언어의 진실과 말의 자유에 대한 그의 집착은 이른바 언어사회학적 관심으로 심화되고 있다.

그의 소설들 중에는 영화화된 작품이 많은데, 1972년 정진우 감독의 ‘석화촌’을 시작으로, 세계적인 컬트 감독으로 추앙받는 김기영 감독의 ‘이어도’(1977), 맹인 목사 안요한의 일대기를 그린 이장호 감독의 ‘낮은 데로 임하소서’(1982), 국내 최초로 100만 관객을 돌파했던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1993)와 ‘축제’(1996), ‘천년학’(2006), 삶의 의미와 구원의 문제를 탐색케 하는 칸영화제 수상작인 이창동 감독의 ‘밀양’(2007), 그리고 2008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상영됐던 윤종찬 감독의 ‘나는 행복합니다’(2008) 등이 모두 이청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이다.

또한 그는 동화쓰기에도 힘을 기울여 『할미꽃은 봄을 세는 술래란다』를 비롯하여, 판소리 다섯마당을 동화로 풀어 쓴 『놀부는 선생이 많다』『토끼야, 용궁에 벼슬 가자』『심청이는 빽이 든든하다』『춘향이를 누가 말려』『옹고집이 기가 막혀』를 집필하기도 했다. 동인문학상, 한국일보 창작문학상, 이상문학상, 중앙문예대상, 대한민국문학상, 이산문학상, 대산문학상, 제비꽃 서민 소설상 등을 수상했으며, 사후에 금관문화훈장이 추서되었다.

초기에는 상징적이고 관념적인 성격의 소설을 많이 썼으나 1980년대 접어들면서 보다 궁극적인 삶의 본질적 양상에 대한 소설적 규명에 나섰다. 2007년 폐암을 선고받고 항암치료 중 병세가 악화돼 입원치료를 받다 2008년 7월 31일 유명을 달리했다

 

 

○책 속으로

 

형은 언젠가 자기가 동료를 죽였다고 말했지만, 형의 약한 신경은 관모의 행위에 대한 방관을 자기의 살인 행위로 받아들인 것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렇다면 형은 가엾은 사람이었다. 그리고 미웠다. 언제나 망설이기만 할 뿐 한 번도 스스로 행동하지 못하고 남의 행동의 결과나 주워 모아다 자기 고민거리로 삼는 기막힌 인텔리였다.
--- p.69

한 작가가 그의 이념적 세계 지배의 수단으로서 어떤 새로운 질서를 창조하고 그것을 확대해나간다는 것은 그것으로 그가 이전에 없었던 세계를 새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있어온 세계에 대한 새 시선의 발견이나, 있어온 세계에 대한 자유라는 새로운 질서의 부여 행위를 뜻할 터입니다.
--- p.246

내가 사진 찍는 일을 생각해보세요. 난 내가 찍는 사진을 당시로선 아무것도 해석을 하려 하지 않아요. 다만 사진을 찍는 것뿐이지요. 해석은 훨씬 나중의 일이에요. 사진들은 나중에 인화가 될 때 비로소 내 해석을 얻게 되고 현실의 의미도 지니게 된단 말입니다. 그렇다면 내가 그 사진을 찍은 일은 무엇이 됩니까. 나는 오히려 미래의 시간대를 찍고 있는 거지요. 그리고 그때의 내 시간은 미래의 이름으로 살아지고 있는 셈이구요.

--- p.378

사람의 삶이 아무리 괴롭고 절망스럽더라도 우리는 어차피 그런 삶을 보아야 하고, 그런 삶 속으로 함께 섞여 들어가 살아야 하는 것이 또한 숙명이니까요. 미래로든지 과거로든지 우리 인간들의 시간이라는 것은 그런 삶 속을 흐르고 있으니까요.
「시간의 문」(p. 396)

 

그가 나를 용서 한다구요? 게다가 주님께서 그를 먼저 용서하시구.... 하긴 그게 사실일지도 모르겠어요. 그래서 나는 질투 때문에 더욱 더 절망하고 그를 용서할 수 없었을 거예요. 하지만 그것이 주님의 뜻일까요? 당신이 내게서 그를 용서힐 기회를 빼앗고, 그를 먼저 용서하고 그로 하여금 나를 용서하게 하시고.... 그것이 과연 주님의 공평한 사랑일까요. 나는 그것을 믿을 수 없어요... 「벌레이야기」(P491)

 

처음엔 누가 가해자고 누가 피해자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한동안은 서로가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였고 피해자면서 동시에 가해자였던 꼴이었다....(가해자의 얼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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