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사전》
-김소연/ 마음산책
사람의 몸은 하나지만, 몸짓과 마음의 빛깔은 하나가 아니다. 몸짓은 수만 가지가 넘고, 마음도 그 빛깔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살아 있으므로 변화무쌍한 몸과 마음 중에서 특히 마음은 잘 읽어내기가 어렵다. 몸은 보고 만질 수 있으나 마음은 그렇게 하기 난감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탓에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은 물론 남의 마음도 잘 모르겠다며 번민하고 갈등하며 힘들어한다.
늘 내 마음과 타인의 마음이 궁금한 사람에게 수만 가지나 되는 마음의 실마리를 찾게 해주는 책『마음사전』은 2008년 출간 이래 독자의 사랑을 받아 쇄를 거듭해왔다. 수수께끼와도 같은 ‘마음’을 헤아리는 사려 깊고 아름다운 책으로 단단히 자리했다. 이는 무려 십 수 년 전부터 “마음 관련 낱말 하나하나에 밑줄을 긋고, 주석을 달며” 말해왔다고 하는 저자 김소연 시인이 『마음사전』에서 그간의 공력을 발휘해 마음의 낱말들을 오롯이 들여다보고 펼쳐 헤아리기 힘든 마음의 빛깔을 보여준 까닭이다. “마음의 결들에 비한다면 마음을 지칭하는 낱말들은 너무도 부족하다”라고 했음에도 마음의 바탕을 이루는 희로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欲과 그 언저리의 낱말과 사물들을 시인의 깊은 시선으로 찬찬히 둘러보았다.
새롭게 단장한 『마음사전』 특별 한정판에서 김소연 시인은 ‘시인의 말’을 통해 다시 말한다. “설렘과 떨림과 울음”의 근간이 된 어떤 마음의 문장에 대하여. 여전히 마음의 세심한 결을 어루만지고 싶은 지금 이곳 섬세한 독자와의 특별한 만남을 꿈꾼다.
태생이 ‘마음’에 관한 ‘사전’인 이 책은 아무 데나 펼쳐서 봐도 좋을 스물여섯 장과 「틈」이라는 보너스 한 장에서 약 300여 개의 낱말을 다루고 있다. 이재민 디자이너의 단단하고 특별한 장정으로 다시 태어난 『마음사전』은 새로운 독자에게 “아름다움과 진실됨”의 마음을 목격할 수 있는 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책 속으로
그는 열 번 중에 딱 한 번의 기회를 아주 잘 포착하는 귀신이다. 아홉 번은 무심하다가 정말 필요한 순간에 다가와 위로 한마디를 툭 던진다. 대개 ‘거봐’라고 시작되는 걱정 한마디다. ‘거봐’라는 한마디 때문에, 무심한 줄 알았던 그가 꽤 오랫동안 내 문제를 속으로 걱정해왔겠구나 감동하게 한다. 그는 그 어떤 말들도 효력이 없다고 믿는 편이어서, 말을 아껴왔다가 슈퍼맨처럼 가장 중요한 순간에 나타나준다. --- p.263
남들이 오늘은 무슨 옷을 입을지, 오늘은 어떤 음악을 들을지, 어느 식당이 음식을 맛있게 하는지를 생각해두는 순간에 그는, 우주는 어떤 방식으로 팽창하는지, 지구의 종말은 어떤 형태로 닥칠지, 세계 인류의 언어는 몇 종이나 되는지, 다음 차례의 빙하기는 몇 년도에 시작될지를 생각해두느라 바쁘다. 호방함은 간혹 도를 넘어서, 당구를 칠 때에도 옆 당구대로 공을 훌쩍 넘겨버리고는 공이 사라지는 묘기가 가능해졌다고 기뻐한다. 그에겐 당구대는 물론이고 이 우주가 너무 좁다. --- p.264
그는 오직 자신의 일에만 열중한다. 지구상에 희망을 남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 돌아가는 것을 통 알지 못해서, 지구가 멸망할 때도 하던 대로 사과나무를 심을 것이다.
--- p.265
○작가 소개
시를 쓰며 살고 있다. 확신에 찬 사람들 속에 나를 내버려 두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연약한 마음과 소소한 노력이 언젠가는 해 질 녘 그림자처럼 커다래질 수 있다는 걸 믿고 있다. 나를 뺀 세상의 전부에 대한 애정이 곧 나에 대한 애정임을 입증할 수 있었으면 한다.
의외의 일들을 선호한다. 구경하는 것보다 뛰어드는 것을, 공부하는 것보다 경험해보는 것을 선호한다. 그러고 나서 후회를 배우는 것을 선호한다. 실내에 있는 것보다 야외에 있는 것을 좋아한다. 계절이 바뀌는 것과 계절이 깊어가는 것을, 흘러가는 것들을, 조각나지 않고 길게 이어진 휴식을, 청소를 하고 향을 피운 후에 책상에 앉는 것을 좋아한다.
시집 『극에 달하다』 『빛들의 피곤이 밤을 끌어당긴다』, 『눈물이라는 뼈』, 『수학자의 아침』, 『i에게』와 산문집 『마음사전』, 『시옷의 세계』, 『한 글자 사전』, 『나를 뺀 세상의 전부』, 『사랑에는 사랑이 없다,』 등을 썼다. 팀 '유후'의 공동 시작(詩作) 공동시집 첫 번째 프로젝트 “같은 제목으로 시 쓰기”로 공동시집을 펴낸 후 두 번째 프로젝트 “빈칸 채워 시 쓰기” 『아무 해도 끼치지 않는』을 함께 썼다.
○출판사 리뷰
수만 가지의 빛깔을 지닌 ‘마음’에 관한 ‘사전’
─희로애락애오욕 300낱말이 마음의 실마리를 찾게 해주다
사람의 몸은 하나지만, 몸짓과 마음의 빛깔은 하나가 아니다. 몸짓은 수만 가지가 넘고, 마음도 그 빛깔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살아 있으므로 늘 움직이는 사람의 몸과 마음은 흐르는 물과 바람처럼 변화무쌍하다. 시시각각 달라지므로 순간순간 이루 다 포착해낼 수 없을 정도다.
몸과 마음 중에서 특히 마음은 잘 읽어내기가 어렵다. 몸은 보고 만질 수 있으나 마음은 그렇게 하기 난감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탓에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은 물론 남의 마음도 잘 모르겠다며 번민하고, 갈등하며 힘들어한다. 오죽하면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라고 했을까. 그렇다면 마음은 도무지 알 수 없는 그런 것인가. 아니다. 빛에도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과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적외선, 자외선이 있듯이 마음에도 마음의 몸으로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빛깔이 있다.
물론 마음의 서로 다른 빛깔들을 글로 옮기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다. 육체라는 몸이 아닌 마음의 몸으로 보고 듣고 느낀 걸 묘사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루 이틀, 일 년 이 년 동안 해내기엔 누구에게나 벅찬 일이다.
처음에는 칠백 가지가 넘는 마음의 낱말들을 모아서 수첩에 적었다. 미세한 차이를 지닌 낱말들까지 옆에 다 적어두자니 천 가지는 훌쩍 넘는 듯했다. 마음을 나타내는 낱말이 어쩌면 이리도 많을까 신기해하면서 출발한 작업이었지만, 지금은 마음의 결들에 비한다면 마음을 지칭하는 낱말들은 너무도 부족하다는 생각에 도착해 있다.(「책머리에」)
무려 십 수 년 전부터 “마음 관련 낱말 하나하나에 밑줄을 긋고, 주석을 달며” 말해왔다고 하는 저자 김소연 시인은 『마음사전』에서 그간의 공력으로 마음의 낱말들을 오롯이 들여다보고 펼쳐 보이며 헤아리기 힘든 마음의 빛깔을 보여준다. 태생이 ‘마음’에 관한 ‘사전’인 이 책은 1) 아무 데나 펼쳐서 봐도 좋을 스물여섯 장과 2) 「틈」이라는 보너스 한 장에서 3) 300여 개의 낱말을 다루고 있다. 저자가 “마음의 결들에 비한다면 마음을 지칭하는 낱말들은 너무도 부족하다”라고 했음에도 마음의 바탕을 이루는 희로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欲과 그 언저리의 낱말과 사물들을 찬찬히 둘러보게 한다. 늘 내 마음과 네 마음이 궁금한 사람에게 수만 가지나 되는 마음의 실마리를 찾게 해주는 책이다.
마음의 뉘앙스를 섬세하게 포착하다
─시인의 감성과 직관으로 충만한, 특별한 사전
마음의 빛깔을 분별하고자 애쓴 사람이라면 한 번쯤 ‘외롭다’와 ‘쓸쓸하다’가 어떻게 다른지 찾아보았을 것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외롭다’가 “홀로 되거나 의지할 곳이 없어 쓸쓸하다”로, ‘쓸쓸하다’가 “외롭고 적적하다”로 풀이되어 있다. 이런 풀이를 따르면 ‘외롭다’와 ‘쓸쓸하다’가 어떻게 다른지 한눈에 알 길이 없다. 외롭다 → 쓸쓸하다 → 적적하다 → 쓸쓸하다 → 외롭다……. 순환정의circular definition를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1) 『마음사전』은 이러한 일반 사전이 지닌 한계, 곧 순환정의와 언어학적인 정의, 보편적인 정의마저 과감하게 떨쳐버린다.
‘외롭다’라는 말은 형용사가 아니다. 활달히 움직이고 있는 동작동사다. 텅 비어버린 마음의 상태를 못 견디겠을 때에 사람들은 ‘외롭다’라는 낱말을 찾는다. 그리고 그것을 발화한다. 그 말에는 외로움을 어찌하지 못해 이미 움직여대는 어떤 에너지가 담겨 있다. 그 에너지가 외로운 상태를 동작동사로 바꿔놓는다.(91쪽, 「외롭다」)
‘외롭다’라는 말에 비하면, ‘쓸쓸함’은 마음의 안쪽보다는 마음 밖의 정경에 더 치우쳐 있다. 정확하게는, 마음과 마음 밖 정경의 관계에 대한 반응이다. 외로움은 주변을 응시한다면, 쓸쓸함은 주변을 둘러본다. 마음을 둘러싼 정경을 둘러보고는, 그 낮은 온도에 영향을 받아서 마음의 온도가 내려가는 게 바로 ‘쓸쓸함’이다.(92쪽, 「쓸쓸하다」)
『표준국어대사전』과는 전혀 다른 방식이다. 저자는 마음의 빛깔을, 언어학적이고 과학적이며 정신분석학적인 방법이 아닌, 감성과 직관으로 헤아린다. 무미건조하게 직조된 사상과 이론의 망을 거치지 않은, 보편주의자의 눈을 버린 색다른 접근법이다. 이는 일면, 일반적인 세계의 질서와 논리에서 벗어나 있으면서도 온전한 세계와 치밀한 논리를 구축하는 시인의 시작법과도 닮아 있다.
2) 그리고 이 책은 많은 부분에서 ‘행복-기쁨,’ ‘순진함-순수함’과 같은 연관어聯關語의 미묘한 차이를 세세하게 다루고 있다. 23장 「무심함의 일곱 빛깔」에서 「따뜻한 무심함」, 「호방한 무심함」, 「이기적 무심함」 세 편만 보아도 각각의 ‘무심함’의 뉘앙스가 얼마나 다른지, 뉘앙스의 포착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끼게 해준다. 마음의 빛깔은 서로 비슷해 보여 혼동할 만하며, 미묘한 차이를 놓치지 않으려면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적극적인 예증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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