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원 시인의 TI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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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동원의 우연의 그림 앞에서

시인의 詩를 읽다

듣는 사람/ 이시영

금동원(琴東媛) 2021. 11. 18. 19:59

듣는 사람

 

이시영

 

좋은 시인이란 어쩌면 듣는 사람인지 모른다

그래야 깊은 산 삭풍에 가지 부러지는 소리도 들을 수 있고

놀라서 달음박질치는 다람쥐의 재재바른 발자국 소리도 조심조심 들을 수 있다

때론 벼락처럼 첨탐 높은 교회당을 때리는 야훼의 노한 음성도

어릴 적 볏짚 담 너머 키 작은 어머니의 다듬이 소리도 함께 들을 수 있다

좋은 시인이란 그러므로 귀가 쫑끗 솟은 사람인지 모른다

그래야 잉크병 얼어붙은 겨울밤 곱은 손 불며

이 모든 소리를 백지 위에 철필로 꾹꾹 눌러쓸 것이다

 

 

- 《나비가 돌아왔다》, (2021, 문학과 지성사)

 

 

○작가 소개

1949년 전남 구례에서 출생하여 서라벌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 고려대 대학원 국문과를 수학했다. 196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고, [월간문학] 제3회 신인상을 수상하며 문학활동을 시작하였다. 1980년 창작과비평사에 편집장으로 입사하여 23년간 일했고, 1988년부터 1995년까지 중앙대 문예창작과에서 강의하였으며 중앙대 예술대학원 객원교수를 역임했다. 2006년부터는 단국대학교 문예창작과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다. 만해문학상, 백석문학상, 정지용문학상, 지훈문학상, 박재삼문학상, 임화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시집 『만월』 『바람 속으로』 『길은 멀다 친구여』 『이슬 맺힌 노래』 『무늬』 『사이』 『조용한 푸른 하늘』 『은빛 호각』 『바다 호수』 『아르갈의 향기』 『우리의 죽은 자들을 위해』 『경찰은 그들을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 『호야네 말』 『하동』, 시선집 『긴 노래, 짧은 시』, 산문집 『곧 수풀은 베어지리라』 『시 읽기의 즐거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