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원 시인의 TI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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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소식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497번지

금동원(琴東媛) 2021. 11. 27. 00:03

 

황학산 수목원 외 1편

 

금동원

 

풍경은 어디에나 이미지를 만들고

겨울 가로수의 텅 빈 통로는 추억의 길처럼 환하다

 

금이 갈듯 얼어붙은 한겨울 황학산 수목원

너무 추워 모든 것이 오히려 따뜻하다

 

갈망의 날들은 사라지고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속눈썹의 아련함이여

 

실핏줄처럼 뻗은 메마른 가지는

푸른 그리움과 차가운 살 냄새를 풍기며 무심히 흔들리고

 

사랑은 어디서나 아득한 기억을 이끌고 와

잊혔던 감각은 꿈의 수면 위를 더듬는다

 

 

어느 가을 날 오후

 

햇살이 살굿빛으로 나른하게 내려앉던

어느 가을 날 오후

슬그머니 잠이 든 내 꿈속에

당신이 다녀갔습니다.

 

예기치 못한 꿈속에서 만난 당신

꿀 먹은 벙어리

눈동자 둘 곳 몰라 먹먹해진 마음만 어지럽고

빨리 깨어나려고 뒤척였습니다.

 

길고 긴 밤, 깊은 꿈으로 오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그대 품에서 하얗게 밤새워 보고 싶은 꿈

아직 해 그늘 훤하여

서걱거리며 문틈으로 바람만 들락날락거립니다.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꿈의 빛이여

품으로 날아와 침묵으로 아련하던

가을 햇살 길게 드리운 그리움의 그늘이여

어느 가을 날 오후에 사라진 꿈이었습니다.

 

-2021 [토지문학제 기념사화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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