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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詩

비 오는 한림해안에서/ 금동원

금동원(琴東媛) 2023. 6. 24. 08:46

비 오는 한림해안에서

 

금동원

 

 

 

갈매기 날아들어 배회하는 해안 길모퉁이

비에 젖은 찻집 문을 무심히 연다

봄빛 녹아든 따스한 찻잔에 담긴 우울

길 가던 나그네 되어 해 질 녘까지 서늘한 물멍에 빠진다.

 

비 내리는 바다는 차분하다

힘을 빼고 앉은 고요한 침묵으로

 

아득히 떠 있는 수평선 끝자락의 환상은

빗물이 스며들며 소리없이 풍요롭다

 

유리 통창 밖으로 펼쳐지는

회색빛 구름 속으로 내려앉는 주홍빛 노을

문득, 어느 하루의 젖은 낭만이

시간이 멈춘 기억의 바다를 노래한다

 

 

-《계간문예》,(2023 여름호 통권 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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