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한림해안에서
금동원
갈매기 날아들어 배회하는 해안 길모퉁이
비에 젖은 찻집 문을 무심히 연다
봄빛 녹아든 따스한 찻잔에 담긴 우울
길 가던 나그네 되어 해 질 녘까지 서늘한 물멍에 빠진다.
비 내리는 바다는 차분하다
힘을 빼고 앉은 고요한 침묵으로
아득히 떠 있는 수평선 끝자락의 환상은
빗물이 스며들며 소리없이 풍요롭다
유리 통창 밖으로 펼쳐지는
회색빛 구름 속으로 내려앉는 주홍빛 노을
문득, 어느 하루의 젖은 낭만이
시간이 멈춘 기억의 바다를 노래한다
-《계간문예》,(2023 여름호 통권 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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