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이 있던 그 자리에
금동원
맨 처음 잡았던 당신 손의 온기는
차가왔던가 따뜻했던가
녹아 흐르는 빙하처럼
지나가 버린 봄은 선명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망각 속 그대와 입맞춤은
뜨거웠던가 서늘했던가
두텁고 거칠게 굳어버린 비애
휘발되어 남은 존재로의 그것
회색빛 우울로 붉어진 단풍은
낙엽이 되어 쌓여만 가고
그리움의 검붉은 꽃이 피면
그대는 거기 있었던가 사라졌는가
기억은 언제나 오류 속에 갇혀
처음이 있던 그 자리에
돌아온 계절은 번번이 다른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우리의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
-《 문예운동》,(2023년 가을, 통권 15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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