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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이승우의 사랑/ 김주연

금동원(琴東媛) 2023. 10. 11. 20:42

 

 

《이승우의 사랑》

-김주연/ 문학과 지성사

 

 

◎목차

 

1부 사랑에 대한 질문

 

1. 왜 사랑인가

문제의 발단

사람의 사랑

사랑과 폭력

 

2. 사랑에 대한 전설

사랑, 복잡화된 사물

사랑의 생애와 의문

어둠과 부드러움

사랑의 파국, 그 생산성

 

3. 신화 만들기

신화란 무엇인가

기독교, 신화인가

기독교 신화설과 폭력

소설도 신화인가

다시 사랑, 그리고 구원

 

2부 욕망과 불안의 사랑

 

1. 세상과 소설

세상의 부패, 타락, 단절

세상 속에서 글쓰기

 

2. 욕망과 성

성과 세상

성과 욕망

아버지와 집

죄의식, 그리고 불안

 

3. 성性과 성聖의 혼유混侑

의도된 혼유, 혹은 변형

불안의 지속―집, 아버지

 

3부 사랑, 내려오다

 

1. 성과 사랑

성과 사랑의 분리

성적 타락의 아이러니

사랑에서 사랑으로

 

2. 사랑 바깥의 사랑

독립된 생명체의 사랑

이타성 속의 이기성

 

3. 불가능의 가능―사랑과 구원

침묵의 언어―문체적 도전

변증의 한계

변증 너머 구원의 언어

‘최선을 넘어서는 최선’―기이한 죄책감

야곱의 사다리―내려오는 사랑

 

이승우 작가 연보

 

 

◎출판사 리뷰

 

“이 책은 이승우가 필생의 명제로 매달려온 사랑의 문제를 추적한 결과물이다”

 

작가 이승우의 작품 세계를 향한

평론가 김주연의 철학적 연구

 

1966년 평론가로 활동을 시작한 이래, 반세기 동안 한국문학의 역사를 함께 일궈온 우리 시대 평론가 김주연의 새 연구서 『이승우의 사랑』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문학과지성사 동인이었던 저자는 독일 신칸트학파와 낭만주의 정신에 영향을 받은 독문학자로서 이론 비평 및 개별 작품평과 함께 “비평력 60년 가까”이 한국 문학 안팎의 정황을 두루 살펴왔다. 현재까지도 “한국문학의 소중한 균형추”(김태환 문학평론가)로서, 현역 평론가로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번 연구서는 한국 대표 소설가 이승우의 작품 세계를 집중적으로 탐구했다. 이승우의 작품들은 프랑스, 중국, 일본, 노르웨이, 스페인 등에 번역 출간되었고, 한국 소설 최초로 프랑스 갈리마르출판사의 폴리오 시리즈 목록에 오르는 등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각광받고 있다. 평론가 김주연은 이승우의 작품들을 연구 분석하는 데 오랜 시간 몰두해왔으며, 이제까지 발표한 소설을 아우를 수 있는 주제 가운데 특히 ‘사랑’에 초점을 두었다. 그 끝에 탄생한 이 책은 이승우 문학 연구의 총체이자 “아마도 한 생존 작가의 한 가지 테마에만 머무른 첫 비평가”(‘머리말의 대신하여’)가 정리한 연구서라 할 수 있다. 총 3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 이승우의 작품 속 사랑에 대한 질문, 사랑의 여러 측면 톺아보기, 저자의 결론을 담고 있다. 마지막 부분은 비평과 함께 작가의 생애 및 작품의 계보를 따라 읽을 수 있도록 ‘이승우 작가 연보’를 배치했다. 작품들을 너머 작가의 ‘사랑에 대한 사유’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를 통해 문학 그리고 비평이 나아가야 할 새로운 방향에 대해서도 제언한다.

 

그리움과 애절함을 품고 있는 ‘사랑’은 동시에 증오와 한을 유발하는 힘들고 어려운 연상을 함께 안고 있기도 하다. 이 어려운 난제에 이승우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끈질기게, 시종여일하게 매달리고 있다. 때로는 전면적·직접적으로, 때로는 은밀·음험하게 도전의 손길을 놓지 않는다. 이 사랑의 문제는, 그러나 작가 이승우의 개인적인 취향과 기호, 성향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다. 그가 내디디고, 전후 좌우로 탐색하고 있는 그 세계는 우리 인간 내면 깊숙이 똬리를 틀고 있는 본질과 닿아 있으며, 인간의 행동 하나하나를 제어하고 움직이는 에너지를 내뿜는다.

_본문에서

 

“이 글이 목적으로 하는 사랑은 이승우가 제시하는 사랑이며,

그의 소설이 보여주는 사랑의 가능태이다”

―문학, 질문 불안, 구원 그리고 사랑의 계보

 

사랑이란 단어에서 떠올릴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인 모습은 이성 간의 애정이다. 저자는 그러나 이승우 작가가 “연애의 범속성을 오히려 낯설어 한다”고 말한다. 이승우의 작품 세계에서 사랑은 그리움과 애절함으로 출발해 동시에 증오와 한(恨)과 고난은 물론 성스러움까지 껴안은 것이며, 평행이 아닌 수직적 권위의 형태를 띠고 있다고 덧붙인다. 이 복잡다단한 ‘사랑’의 실체를 얻기 위해서는 작품들의 여로를 하나하나 짚어봐야 한다.

 

1부 〈사랑에 대한 질문〉에서는 이승우의 사랑 3부작, 『사랑의 전설』 『사랑의 생애』 『사랑이 한 일』을 중심으로 왜 이 이 책의 연구 목적이 ‘사랑’에 있는지 살펴본다. 작품 속 주인공들은 대개 주체적으로 움직이는 사랑에 굴복한다. 『사랑의 전설』은 사람의 사랑이 불가능에 가까울 수밖에 없다는 불행한 예감을, 『사랑의 생애』는 ‘우월감’이라는 동력을 통해 사랑을 흩뜨려놓는 과정을, 『사랑의 전설』은 사람의 애정과 에로스적 욕망에 항복하는 서사를 담고 있다. 저자는 이 이해할 수 없는 작중인물들의 고뇌가 “사람이 사랑 속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사랑이 사람 속으로 들어와서 사는 것”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 덧붙인다. 사랑이라는 불가항력의 감정에는 폭력성이 내재되어 있다. 이 억압적 사랑을 신화화하는 것이 작가 이승우 작품 속 굵직한 양상임을 밝혀낸다.

 

2부 〈욕망과 불안의 사랑〉은 타락한 세상에 가지게 되는 인간의 욕망과 불안을 상기한다. 『내 안에 또 누가 있나』 『목련공원』 『나는 아주 오래 살 것이다』 등에서 나타난 속세와 성(性)에 주목한다. 이승우의 작품들 속 성과 욕망의 관계는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소설에서 어둡게 작용한다. 이때 욕망은 감성적 외로움뿐 아니라 육체적 외로움, 즉 성욕에 그 기반이 있고 “고통스러운 쾌락”과 죄의식이 동행한다는 점을 포착한다. 이 불안한 고통이 이승우 문학의 출발점이고, 구원의 문제가 소설의 목적지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렇다면 이승우의 작품 속 성과 사랑은 다정하게 이웃해 있을까. 3부 〈사랑, 내려오다〉에서는 둘이 멀리 떨어져 있으며 그 비극으로 인해 소설이 탄생한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자기 집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른다』를 예시로 성과 사랑이 작품 속에서 싸우는 장면을 보여준다. 그 배경에는 “성은 극복되어야 하는 어떤 것이며, 사랑은 그보다 숭고한 것이리라는 잠재의식 가운데에는 이미 종교적 초월성이 내재해 있”음을 시사한다. 「마음의 부력」 「허기와 탐식」 「야곱의 사다리」와 같은 단편소설과 함께 읽으며 이 사랑의 지향점은 결국 구원임을 강조한다.

 

“사랑이 괴로울 수밖에 없는 것은 사랑이 불가능한 것을 욕망하게 하기 때문이다”(이승우, 『사랑의 생애』). 그러나 괴롭다고 멈출 수도 없다. 저자의 전언처럼 “사랑은 사람을 지독히 사랑하는 존재”여서, 작가 이승우에게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늘 따라붙는 필생의 명제이기 때문이다. 신성함, 기이함, 타락, 마성, 구원과 같은 다양한 측면들을 가진 이승우의 작품 그리고 저자의 혜안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사랑의 진가를 확인하는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다.

 

머리말을 대신하여

 

『이승우의 사랑』은 소설가 이승우가 필생의 명제로 매달려온 사랑의 문제를, 나 역시 꾸준히 이 문제에서 눈을 놓지 않고 뒤를 밟아온 일종의 추적의 작은 결과물이다. 그는 왜 이토록 집요하게 사랑을 붙잡고 씨름하였을까. 축축하고 어두운 욕망의 늪에 빠진 채 뒹군 것이 사랑이라고 믿은 이후, 별빛으로 빛나는 탑 사다리 사이에서 터진 야곱의 눈물! 수십 권의 소설을 쓰면서 그 길에 도달한 이승우의 회한과 자책을 나는 잘 알지 못한다. 확실한 것은 그 자책이 소설의 진기독교를 역사와 배경으로 삼은 유럽에 기원을 둔 많은 한국소설, 그리고 적잖은 한국 기독교 작가들, 이런 요소들이 꽤 긴 시간 어울려왔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승우만큼 이 문제의 한가운데에 자신을 내놓은 이는 눈에 띄지 않는다. 이 상황을 말해보아야 하겠다는 약간의 기이한 부끄러움이 나로 하여금 이 책을 쓰게 한 것 같다. 아마도 한 생존 작가의 한 가지 테마에만 머무른 첫 비평가가 아닌지 모르겠다. 비평력 60년 가까운 자가 ‘첫’이라니!

 

―「머리말을 대신하여」 부분

 

 

◎저자 소개

1941년 서울 출생으로,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와 같은 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버클리 대학과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에서 독문학을 연구했다. 『문학과지성』 편집동인으로서 『상황과 인간』, 『문학비평론』, 『변동 사회와 작가』, 『새로운 꿈을 위하여』, 『문학을 넘어서』, 『문학과 정신의 힘』, 『문학, 그 영원한 모순과 더불어』, 『사랑과 권력』, 『가짜의 진실, 그 환상』, 『디지털 욕망과 문학의 현혹』, 『근대 논의 이후의 문학』, 『미니멀 투어 스토리 만들기』, 『문학, 영상을 만나다』, 『사라진 낭만의 아이러니』, 『몸, 그리고 말』, 『예감의 실현』(비평선집) 등의 문학평론집과 『고트프리트 벤 연구』, 『독일시인론』, 『독일문학의 본질』, 『독일 비평사』 등의 독문학 연구서를 펴냈다. 한국독어독문학회 학회장, 한국문학번역원장을 역임했다. 30여 년간 숙명여대 독문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석좌교수를 역임했다.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이다.

 

 

[조용호의 문학공간] "사랑이 하루 종일 너무 고생한다"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 기사승인 : 2023-10-20 16:59:11

 

'사랑' 테마로 생존 작가 한가지 테마 '첫' 천착
기독교적인 세계 어우러진 문학 깊이 본격 탐색
불완전한 인간이 쌓아올린 사랑의 본질과 구원

 

‘사랑은 주는 것인가, 받는 것인가. 사람에게는 사랑의 능력이 있는가.’ 원로 비평가 김주연(82)은 이 능력 여부는 사람의 사랑을 넘어서는 거대한 문제라고 보았다. 사랑에 관한 이승우의 소설들을 붙들고 원로 평론가가 자신의 생각을 투사해 ‘한 생존 작가의 한 가지 테마에만 머무른 첫 비평가’로 나섰다. 기독교적 세계와 어우러진 이승우의 작품세계를 사랑을 테마로 본격 해부한 그의 연구서 ‘이승우의 사랑’(문학과지성사)은 한국문학의 깊이를 보여주는 노작이다. 

 

 
▲퇴원 후 미뤄두었던 숙제를 끝낸 원로 비평가 김주연. 그는 "한 생존 작가의 한 가지 테마에만 머무른 첫 비평가가 아닌지 모르겠다"고 썼다.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그는 머리말을 대신한 글에서 ‘지난여름 며칠간의 입원을 겪으며, 이제 생각들을 정리할 때가 되었음을 깨닫고’ 아직 집필 가운데 있던 ‘이승우의 사랑’ 출간을 출판사와 상의했다고 썼다. 원고는 절반 정도 넘긴 상태였지만 마음이 조급했다. 이미 200자원고지 1000장 분량의 평론집 원고를 출판사에 넘겨놓은 상태에서 채 집필이 끝나지 않은 이 원고 완성을 서두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는 “평론집이야 언제든지 묶어내면 되지만 오래된 숙제를 먼저 끝내고 싶었다”면서 “비평력 60년 가까이 이르러 이제야 매듭을 제대로 지은 느낌”이라고 답했다.


김주연은 1966년 ‘문학’에 ‘카프카 시론’이 당선되면서 문학비평 활동을 시작한 이래 계간 ‘문학과 지성’ 동인으로 활동해 왔고, 숙명여대 독문과 교수로 정년퇴임을 했으며 한국문학번역원장을 역임한 평단의 원로이다. 팔순을 넘겨서도 집필을 쉬지 않고 사랑을 천착한 그를 용인 자택에서 만났다.

ㅡ사랑은 본질적으로 주는 건가, 받는 건가?
“주는 거다. 마지막 ‘야곱의 사다리’에도 언급했고, 우리 말에도 ‘내리사랑’이 있지 않은가. 받으려고 하면 대책이 없다. 짧게 주는 것처럼 보이는 그런 경우가 없지 않지만 그게 진짜 사랑인 줄 알다가는 상처받기 쉽다.”

ㅡ인간의 사랑은 ‘자기애’라는 한계에 갇혀 결국 불가능한 것이라는 구절이 보인다. 인간들이 주고받는 사랑이란 결국 허상인 건가?
“한국의 문화 향수자들은 본질적인 것에 좀 약하다. 대중적인 용어로 문화의 본질을 환원시켜버리는 것에 습관이 돼 있다. 우리가 그림을 봐도, 음악을 들어도, 소설을 읽어도 그렇고 결국 본질적인 메시지가 뭔가 생각하는 거는 골치 아프다고 제쳐버리는 습관이 있어서, 단순한 메시지를 떠나 본질적인 부분에 관심을 가져준다면 이 책을 쓴 사람으로서 보람을 느낄 거다. 인간의 사랑은 아주 복합적이다. 사랑이 갖고 있는 아주 복합적인 깊이를 생각해보게 만드는 것이 이승우 소설이고, 나는 이승우의 소설에서 그런 점을 이끌어내 주목을 한 사람인 거다.”


 

 

 

ㅡ‘자기애가 반성되고 부서지지 않는 한, 사람에게는 사랑의 능력이 없다는 가설은 그것이 영적 차원 아닌 세속적인 차원의 경우라 하더라도 진실에 가깝다’고 썼는데, 인간의 사랑은 완성될 수 없는 숙명인가.

“이승우가 이렇게 집요하게 사랑 이야기를 많이 썼을까 보니, 자신도 모르게 머릿속에는 사랑이라는 게 불가능한 거라는 막연한 무언가 있었던 것처럼 느껴졌다. 인간적인 사랑을 해보려고 하는데 소설에서는 결국 안 된다. 한 번도 성공하는 경우가 없다. 그러면서도 이승우가 계속 사랑에 대해 쓸 수 있었던 동력은 일종의 자책감과 회한 때문이었을 것이다. 요즘 말로 스트레스 같은 건 풀면 되지만 자책감이 싹 없어진다고 하면 그건 자책감이 아니다. ‘불가능의 가능’이야말로 구원에 이르는 종교적인 사랑일 것이다.”

‘이승우는 그리하여 인식하고, 소설을 쓴다. 사랑으로 목숨을 덮어 버리는 자들을 바라보면서, 소설을 쓴다. 이 세 사람 사이의 이야기를 소설로 쓴다. 그것은 팩트이어야 하지만, 팩트가 아니기 때문에 소설로 쓴다. 그것은 새로운 신화일 수밖에 없다. 과연 세 사람은 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과연 '사랑'은 가능할까. 그것은 '구원'이라는 이름으로 불릴 만한가. 이승우의 신화는 무거운 그 짐을 기꺼이 지려고 한다.’

ㅡ사랑은 결국 구원을 지향할 수밖에 없는 건가?
“구원이라는 말은 내가 갖고 있는 원래 능력을 다시 돌려받는 상태를 이른다. 한 사람이 갖고 있는 것을 다 버리게 하고 새로운 존재로 만들어주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원래의 본질이나 능력을 다시 일으켜 세워준다는 의미이다. 그 상태를 영원히 이끌어준다는 의미로 구원을 바라본다면, 기계적인 것으로는 한계가 있고 종교적인 것을 바라보지 않을 수 없다. 그 중에서도 기독교적 인식에 눈길을 보내지 않을 수 없는데 이는 기독교가 지닌 사랑과 창조, 이 두 측면 때문이다.”

 

 
▲김주연은 "문학과 종교를 깊이 아우르는 책을 내는 것이 오랜 숙제였다"고 말한다.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ㅡ한국문학에서 종교와 문학을 아우른 비평 사례는 많지 않은 것 같다.
“우리나라에 기독교인 작가는 굉장히 많지만 기독교적인 사상으로 소설이나 시를 쓰는 경우를 별로 보지 못했다. 작가가 기독교인으로 사는 것과 기독교적인 입장에서 기독교적인 세계를 자신의 문학에 투영해보는 경우를 나누어보자면, 후자의 경우는 별로 없는 것 같다. 우리 문학, 특히 비평이 관심을 가져야 될 지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냥 작품 하나하나 따라다니기만 하는 데서 이제 한단계 나아가야 되지 않겠는가.”

 

ㅡ아브라함에게 아들 이삭을 제물로 바치라는 창세기 하느님 이야기를 중요 모티프로 이승우가 소설을 썼다. 사랑을 시험하기 위해 잔인한 요구를 한 하늘의 사랑은 엽기적이다.

“사실 내가 가장 애를 먹은 게 두 가지인데 하나님의 사랑은 어떤 식으로 결국은 나타나는가 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이승우가 그 부분을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가 하는 부분인데 두 가지 다 나로서도 석연치 않다. 그래서 ‘야곱의 사다리’를 제시한 거다. 야곱이 광야에서 방황하다가 잠이 들어서 꿈속에서 인간적인 노력으로 결국은 하늘 끝에 닿는 사다리를 만들었는데 알고 보니까 그게 하늘 끝에 닿은 게 아니라 하늘에서부터 시작된 사다리더라는 이야기가 그것이다. 나한테까지 내려온 거지, 내가 만들어서 오는 게 아니라는 자각 뒤에 별이 빛나는 가운데 야곱이 눈물을 흘리면서 그걸 바라보는 장면은 아름답다. ‘야곱의 사다리’는 기독교인이 아닌 사람들도 가끔 인용하는데, 인간적인 노력이 한계에 이르렀을 때 그러하다. 일단 지금 시점에서는 여기서 결론을 마무리한 거다.”


 

ㅡ문학에서 종교는 어떻게 균형을 잡아야 할까.
“종교는 환원론적 논리의 세계고, 문학은 귀납적인 세계다. 그냥 경험적으로 이런 일 저런 일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다 보여주고 비평을 받는 게 문학이라면 종교는 먼저 답을 정해놓고 맞춰가는 세계이다. 종교소설을 쓰기는 어렵지 않다. 하지만 고투와 고뇌의 한가운데에서 쓴 소설 안에 종교적인 것이 깃들었을 때 그 소설이 깊이를 지니는 것이다. 가장 탁월한 기독교 소설을 쓴 이가 도스토예프스키다. 그는 교회를 한 번도 안갔어도 부정을 통한 긍정의 세계를 보여줬다."  

 

 

 
▲김주연은 "인간의 사랑은 불완전하지만 미워하면서 살 수는 없는 일 아닌가"라며 "조금 더 본질적으로 사랑에 접근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요컨대, 사랑은 무엇인가?

“사랑이라는 명제에 대해서는 말을 할 수가 없다. 이승우의 소설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결국 이 시대 이 현실 속에서 사랑이 타락했기 때문이다. 사랑이 여기저기서 튕겨다닌다. 트로트 가사에서, 드라마 영화에서, 목사 신부들의 설교에서 사랑이 하루 종일 튕겨다니면서 고생을 한다. TV만 봐도 사랑을 말하는 트로트와 설교 시간이 지나면 증오에 가득찬 각종 범죄들이 난무한다. 사랑은 그만두고 증오라도 좀 감소되었으면 좋겠다.”

인간의 사랑은 근본적으로 ‘자기애’를 극복할 수 없어 완전할 수 없다는 언설이 뼈아프다. 신의 사랑만이, 구원만이 오로지 가능하다는 믿음을 받아들인다면 수월하겠지만, 인간의 사랑을 포기할 수 없는 쪽을 선택한다면 김주연의 문장은 적잖은 위안을 준다. 원로 비평가의 사랑.

ㅡ사랑 그 홀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반드시 사람 속에 들어가서 사람과 함께함으로써 그 기능을 발휘하는 독특한 힘인 것이다. 사랑은, 말하자면, 사람을 지독히 사랑하는 존재이다.

 

UPI뉴스 /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jhoy@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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