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의 눈물
금동원
살갗이 타버릴 듯한 태양
그 뜨거움 속에서
묵묵히 걷는 낙타를 봤어요
텅 빈 사막의 강을 건너는 낙타를 봤어요
살 속으로 박히는 따가운 흙바람에도
낙타는 앞만 보고 걸었어요
자신의 영혼을 끌어안고
침착한 고행자의 걸음으로
낙타는 걷고 또 걸었어요
황금빛 노을을 안고
슬픔의 순간으로 걸어 들어가
사막의 고요 속으로 가라앉고 있었는데
울음소리는 결코 들을 수 없었어요
속눈썹이 흠뻑 젖은
낙타의 눈동자를 들여다본 적 있나요?
깊고 푸른 오아시스의 샘물
슬픔이 굳어 다리 근육이 되고
그리움이 녹아 둥근 산이 되었지요
모래의 황홀하고 신성한 빛이
강물처럼 출렁일 때
무념무상에 들어
눈부신 꿈, 그 빛깔을 껴안고 가는
끈적하게 맺힌 낙타의 눈물을 바라보면
나도 뜨거운 길을 나서게 돼요
삶의 난해한 질문을 등에 업고
쉼 없이 뒤바뀌는 사막의 모랫길을
낙타, 그대라면 믿고 따라 걸을 수 있으니까요
-《월간문학》,(2024년 4월, 통권 66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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