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원 시인의 TI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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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詩

거미의 집 1, 2/ 금동원

금동원(琴東媛) 2024. 3. 28. 14:28

 

거미의 집 1

 

금동원

 

 

삶의 사각지대에 아슬아슬 매달려있는

공중의 거미를 무심히 바라보는 순간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 일어났다

거미는 일자로 지지대를 만든 후 바깥에서 안쪽으로

육각형 나선의 건축 원리를 이용해

밤새도록 시의 집을 짓고 시의 진실을 엮어나갔다

방적돌기에서 뽑아낸 사유의 끈끈한 질문들이

완벽한 방사형 그물로 완성되어 갈 때 즈음

산다는 건 함부로 이야기할 수 없음도 깨닫는다

사즉생의 거미 결심을 이해할 수 있겠다

온몸의 진액을 모두 뽑아 공중에 매달아 놓은

불가사의한 시의 철학은

눈물겹도록 눈부시고 아름답다

운명처럼 화려하고 기이하다

 

 

거미의 집 2

 

 

새날이 밝자 거미줄은 위태롭고 아슬아슬하다

지난밤 쉬지 않고 엮어놓은 치열한 삶의 흔적은

연약하고 허술한 그물망일 뿐

몇 마리의 불나방과 잡충들만

마지막 전리품처럼 서글프게 매달려 있다

거미의 신념은 무참하게 빛에 휘둘리며 뒤엉겨 붙었다

끈적한 욕망과 희망의 진액을 뽑아내며

밤새 피 흘렸던 고뇌의 시간

허망한 인생이 지나가는 소리를 듣는다

거미, 하늘을 날았으므로

하룻밤 꿈을 공중에 걸었으므로

시의 천국을 향해

구원의 무늬를 타고 여한 없이 사라져갔다

 

 

- 월간 《시인》, (2024년 4월호, 통권 12호)

 

 

 

 

 

경기매일신문 ‘시마을’/ 이오장 시인의 시 읽기

  • 기자명정석철 기자
  • 입력 2024.05.12 11:11
  • 수정 2024.05.12 11:14
 

거미의 집 1
 
금동원
 
삶의 사각지대에 아슬아슬 매달려 있는
공중의 거미를 무심히 바라보는 순간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 일어났다
거미는 일자로 지지대를 만든 후 바깥에서 안쪽으로
육각형 나선의 건축 원리를 이용해
밤새도록 시의 집을 짓고 시의 진실을 엮어나갔다
방적돌기에서 뽑아낸 사유의 끈끈한 질문들이
완벽한 방사형 그물로 완성되어 갈 때 즈음
산다는 건 함부로 이야기할 수 없음도 깨닫는다
사즉생의 거미 결심을 이해할 수 있겠다
온몸의 진액을 모두 뽑아 공중에 매달아 놓은
불가사의한 시의 철학은
눈물겹도록 눈부시고 아름답다
운명처럼 화려하고 기이하다
 
시는 삶이다. 삶이 없는 시는 감정의 공감력이 없어 좋은 작품이 될 수가 없다. 금동원 시인은 그것을 확인하는 작품으로 거미집을 발표한다. 엄격하게 말한다면 거미집은 거미줄 안쪽의 비밀 공간이다. 거미줄은 사냥하기 위한 설치물일 뿐이고 모습을 감추고 사는 곳이 집이다. 먹기 위하여 살기 위하여 사냥해야 하므로 투명한 실을 뽑아 허공에 망을 설치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6시간 정도다. 그렇게 빨리 줄을 치는 이유는 살기 위하여 진화한 거미의 능력이다. 단백질이 주성분으로 강철보다 질기고 부패하지 않는다. 사람 얼굴에 걸리게 되면 불쾌한 정도의 강도를 가졌으나 누에의 비단실 같은 성질이다. 시인은 그 장면을 보고 시의 사유를 드러낸다. 밤새도록 시를 쓰기 위한 고민하였으나 완성하지 못하고 고뇌에 빠졌을 때 거미줄의 장관을 발견하였다. 삶은 정답이 없다. 수많은 사람이 태어나 살다가 죽지만 개인의 삶은 비슷한 것 같아도 전부 다르다. 삶을 천착하고 성찰의 힘으로 쓰는 시는 그래서 정답이 없다. 개개인의 삶을 누가 답할 수 있을까. 보기에는 죽기 살기로 줄을 치는 것 같아도 거미는 그게 삶이다. 줄을 칠 수 없다면 죽음이다. 사람의 삶도 마찬가지로 움직이지 않으면 끝이다. 여기에 시인은 사유의 정점을 찍는다. 시를 쓰려는 사유가 없다면 한 편의 시도 쓸 수 없다는 답을 찾는다. 시는 정답이 없으나 시인마다의 철학과 사유가 달라 작품마다 다른 성질을 가진다. 그것을 잊고 한 번에 최고의 작품을 쓰겠다는 건 욕심이다. 시는 얼마의 공감력을 얻느냐에 따라 인지도가 있을 뿐 명작의 높낮이를 구분하지는 않는다.  [이오장] 

정석철   기자
 

 정석철 기자 jsc51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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