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림榧子林*에서
금동원
마음은 평온의 날개를 달고
고요하고 신비한 시간을 걷는다
천년의 무게로 내려앉는 햇살에
빛은 그림자의 걸음으로 그늘이 된다
나뭇가지에 앉은 지빠귀 한 마리
가만히 귀 기울이면 투명한 소리의 열락
깨끗하고 예민한 노래는
절대 청감을 지닌 우주 새 같다
송이 화산석을 뽀드득 밟고 걷노라면
우주적 교감으로 뺨에 닿는 손길
부드럽게 스쳐 가는 바람의 온기에
뒤돌아보면 깃털처럼 휙 사라지고 없다
*비자림: 천년의 세월이 녹아든 제주 구좌읍 평대리에 있는 비자림은 500~800년생 비자나무들이 자생하는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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