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래 시인의 시통공간(詩通空間).176 - 금동원
- 기자명 뉴스경남
- 입력 2024.09.12 11:17
- 수정 2024.09.12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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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플란트
금 동 원
어른이 된다는 것은
스무 개의 유치를 버리고 서른두 개의 성숙을
가능한 잘 보존하는 의무도 있다
영구치 스물여덟 개 사랑니 네 개를
죽는 날까지 모두 간직하는 건
욕심을 넘어 탐욕이다
쉽지 않은 방어벽을 구축하며 버텨보지만
뾰족한 혹은 허술한 그 어디쯤
비참하게 텅 빈 구멍들
잇몸에서 떨어져 나간 시어 조각들 사이로
진실이라 믿었던 위선의 시 쿠데타
영원할 거라 믿었던 물질의 덩어리
욕망의 사치스러운 배열
더 견고해질 희망으로 존재의 문장을 세운다
하나둘 늘어가는 작품들
희소가치가 있게 소수만 소장하고 싶다
더는 새로운 공간을 제공할 수 없다
예술이라는 흔적이
너무 흔하고 헤픈 거 아닌가?
- (계간문예, 2024 여름호, 76)
◇ 시 해설
성인으로서 영구치 28개 사랑니 4개를 모두 잘 보존하기는 쉽지 않지만 ‘죽는 날까지 모두 간직하는 건 욕심을 넘어 탐욕’으로 본다는 시인. ‘ 영원할 거라 믿었던 물질의 덩어리’이자 ‘욕망의 사치스러운 배열’은 충치나 마모, 파손으로 구멍도 나서 마치 ‘시어 詩語’ 같은 조각들이 흩어지니 오래 건장하리라 믿었던, ‘진실이라 믿었던 시 쿠데타’가 발생한다는 유머스러운 표현을 한다.
시인은 ‘더 견고해질 희망으로 존재의 문장을’ 세우는데 임플란트를 지칭하는 것이다. 해가 거듭될수록 ‘하나둘 늘어가는 작품들’ 즉 개수가 늘어난다. 여기서 시인의 희망은 ‘희소가치가 있게 소수만 소장하고 싶’은 것이다. 실은 비용이나 고통이 수반되기도 하고 ‘더는 새로운 공간을 제공할 수 없’는 제약 조건이 있기 때문이다. 인공치아가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은 자연치아가 내어준 그 공간뿐이다. 예술품의 가치는 희소하기 때문이며 ‘흔적이 너무 흔하고 헤픈 거’보다는 최대한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일련번호를 그대로 유지하면 좋은 것.
오랜 쓴 치아가 닳아/ 금속으로 보완해야 한다는데// 입안에서도/ 석기시대를 거쳐/ 철기시대로/ 문명의 발달사는 반복된다// 조용!/ 아기 깰라,//치통으로 앓는 밤//아직/ 수렵의 시대라/ 단정하기엔/이른 시각 _(필자의 시 ‘임플란트’ 전문)
같은 입속에 있으면서 말이 나오도록 해 주는 혀는 문명의 발달에 별로 영향을 받지 않는다. 쉿 !
◇ 조승래 시인은 한국타이어 상무이사, 단국대학교 상경대 겸임교수(경영학박사)를 했고,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인협회, 계간문예작가회 부회장, 시향문학회, 시와시학 문인회 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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