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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뮈의 무덤

금동원(琴東媛) 2025. 4. 23. 00:15

 

카뮈의 무덤

  •  삼다일보
  •  승인 2025.04.22 17:54

 

 

금동원 시인
 
 
  
 

얼마 전 작가들과 함께 남프랑스 인문학 기행을 다녀왔다. 이 지역은 지중해 특유의 아름다운 풍광과 낭만적 분위기가 어우러져 매력이 넘치는 곳이다. 고흐와 세잔, 샤갈 등의 뛰어난 화가와 작가들의 숨결과 향기가 곳곳에 묻어있다. 엑상프로방스와 아를 지방의 문화적 분위기와 날씨는 흠모와 설렘으로 달려온 여행객의 마음을 풍성하게 채워주기에 충분하다. 거리에는 예술가들의 동상과 기념품, 그림들로 넘쳐났고 발길 닿는 곳마다 이국적인 분위기로 가득했다.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쓴 알렉산드르 뒤마와 비운의 천재 시인 랭보, ‘이방인’의 카뮈와 ‘자기 앞의 생’의 로맹 가리, ‘별’의 알퐁스 도데 등 수많은 작가의 문학적 발자취를 따라가 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카뮈의 무덤이다. 알베르트 카뮈는 1957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프랑스의 대표적인 실존주의 철학자이자 소설가다. 그의 작품 ‘이방인’, ‘페스트’, ‘시지프 신화’ 등은 많은 독자를 거느리고 있다. 

카뮈가 사랑했던 루흐마항(Lourmarin)은 인구 9000명의 작고 예쁜 마을이다. 너무나 아름답고 평화로운 분위기에 반해 카뮈는 죽는 날까지의 마지막 여생을 이곳에서 보냈다. 재미있는 일화는 이 마을의 풍경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노벨 문학상 상금으로 받은 돈으로 파리 생활을 청산하고 이곳에 집을 마련하여 죽기 전까지 여생을 보냈다고 한다. 매일 아름다운 마을 산책을 하며 문학적 영감을 얻고 작품활동을 했다.

마을 입구에는 중세시대의 고성이 고요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로 여행객을 맞이한다. 이국적이고 성스러운 분위기의 사이프러스 나무도 신비롭다. 노을이 질 무렵의 마을 풍경은 더할 나위 없이 평화롭고 아득하여 숨이 멎는 듯 아름다웠다. 카뮈의 발자국을 따라 걷는 산책로는 사색과 영감의 시간으로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산책로의 끝자락 가장 후미진 언덕에는 마을 공동묘지가 있었다. 카뮈도 묻혀있었다. 우리 일행은 추모의 마음으로 묵념과 작은 꽃을 꽂으려고 카뮈의 묘를 찾았다. 처음에는 조금 크고 화려한 석상의 묘에서 카뮈라는 성을 발견하고 당연히 그의 묘라고 생각했다. 워낙 유명한 작가였으니까. 그러나 몇 바퀴를 돌고 나서야 정말 작고 초라하게 느껴지는 ‘알베르트’라는 이름의 카뮈의 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거칠고 작은 화강암 돌판에 이름이 새겨져 있었고 주변에는 아무런 장식도 없었다. 너무나 초라한 세계적 작가의 묘에 놀라움과 서운함이 생겼지만, 곧 우리는 그 묘의 아름다운 소박함에 고개 숙여 묵념했다. 아무리 유명했던 세계적 작가도 죽음 앞에서는 이 초라한 무덤의 주인이 되었구나 싶어 마음 한구석 쓸쓸해지기도 했다.

인간은 누구나 죽음에서 벗어날 수 없다. 죽음 앞에서는 누구나 공평하다. 살아 있는 지금, 충실하게 최선의 글을 쓰고 아름답고 감사한 이번 여행을 행복한 추억으로 간직하려 한다.

 

 

삼다일보  cjnews@samda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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