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원 시인의 TI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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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詩

발효/금동원

금동원(琴東媛) 2014. 9. 29. 23:18

 

발효

 

 

금동원

 

글을 담급니다

순 토종의 메주콩을 골라 가마솥에 삶아내 듯

알알이 겉도는 말들이

장작더미 가득 품고 온몸으로 끓어오르는 동안

알맞게 물러 부드럽고 풍부해지면

마음으로 찧고 또 찧어

매끌매끌 토닥토닥 어르고 다듬어서

거칠하고 순박한 정성으로 묶습니다

파랗고 높아 휘파람 같은 하늘과

솜털 살며시 솟아오르는 햇살에 버무려서

세상 그늘에 잊은 채 매달아 두면

몸속에서부터 견딜 수 없어

애꿎은 곰팡이의 모습으로 꽃이 피는 날

그날이 내 생일날입니다

글이 시가 되고

시가 꽃이 되고

발효된 맛으로 태어난 기쁜 날입니다

 

-시집『마음에도 살결이 있어,』(2011, 월간문학출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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