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쏘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홀로 행하고 게으르지 말며
비난과 칭찬에도 흔들리지 말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흙탕물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과 같이
무쏘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서로 가까이 알게되면
사랑과 그리움이 생긴다.
사랑과 그리움에는 괴로움이 따르는 법.
연민에서 근심 걱정이 생기는 줄 알고
무쏘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숲 속에서 묶여 있지 않은 사슴이
먹이를 찾아 여기저기 다니듯이
지혜로운 이는 독립과 자유를 찾아
무쏘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욕망은 실로 그 빛깔이 곱고 감미로우며
우리를 즐겁게 한다.
그러나 한편 여러가지 모양으로
우리 마음을 산산히 흐트려 놓는다.
욕망의 대상에서
무쏘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서로 다투는 철학적 견해를 초월하고
깨달음에 이르는 길에 도달하여
도를 얻은 사람은
나는 지혜를 얻었으니
무쏘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탐내지 말고, 속이지 말며,
갈망하지 말고, 남의 덕을 가리지 말고,
혼탁과 미혹을 버리고
세상의 온갖 애착에서 벗어나
무쏘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세상의 유희나 오락
혹은 쾌락에 젖지 말고
관심도 멀리 하라.
꾸밈없이 진실을 말하면서
무쏘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물 속의 고기가 그물을 찢듯이
한 번 불타버린 곳에는
다시 불이 붙지 않듯이
모든 번뇌의 매듭을 끊어버리고
무쏘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마음 속의 다섯가지 덮개를 벗기고
온갖 번뇌를 거하여 의지하지 않으며
애욕의 허물을 끊어버리고
무쏘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최고의 목적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 정진하고
마음의 안일을 물리치고
수행에 게으르지 말며
용맹 정진하여 몸의 힘과 지혜의 힘을 갖추고
애착을 없애는 일에 게으르지 말며,
벙어리도 되지 말라.
학문을 분명히 알며 자제하고 노력해
무쏘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이빨이 억세고 뭇짐승의 왕인 사자가
다른 짐승을 제압하듯
긍벽한 곳에 거처를 마련하고
무쏘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자비와 고요와 동정과 해탈과 기쁨을
적당한 때에 따라 익히고
모든 세상을 저버림 없이
무쏘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탐욕과 혐오와 번뇌를 버리고
속박을 끊어 목숨을 잃어도 두려워하지 말고
무쏘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흙탕물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과 같이
무쏘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 숫타니파타 중에서
(남전대장경의 시경) -
'시인의 詩를 읽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 시에서 다섯 시 사이/도종환 (0) | 2015.05.23 |
---|---|
청춘/최문자 (0) | 2015.05.16 |
항문의 역사/정끝별 (0) | 2015.04.22 |
황무지(The Waste Land) (0) | 2015.04.19 |
사랑의 병법/정끝별 (0) | 2015.04.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