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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詩를 읽다

사랑의 병법/정끝별

금동원(琴東媛) 2015. 4. 11. 12:02

사랑의 병법

 

 

정끝별

 

 

네가 나를 베려는 순간 내가 너를 베는 궁극의 타이밍을 일격(一擊)이라 하고

뿌리가 같고 가지 잎새가 하나로 꿰는 이치를 일관(一貫)이라 한다

 

한 점 두려움 없이 열매처럼 나를 주고 너를 받는 기미가 일격이고

흙 없이 뿌리 없듯 뿌리 없이 가지 잎새 없고 너 없이 나 없는 그 수미가 일관이라면

 

너를 관(觀)하여 나를 통(通)하는 한가락이 일격이고

나를 관(觀)하여 너를 통(通)하는 한마음이 일관이다

 

일격이 일관을 꽃피울 때

단숨이 솟고 바람이 부푼다

무인이 그렇고 애인이 그렇다

 

일생을 건 일순의 급소

너를 통과하는 외마디를 들은 것도 같다

 

단숨에 내리친 단 한번의 사랑

나를 읽어버린 첫 포옹이 지나간 것도 같다

바람을 베낀 긴 침묵을 읽은 것도 같다

 

굳이 시의 병법이라 말하지 않겠다

 

 

-시집 『은는이가』,(2014,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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