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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詩를 읽다

항문의 역사/정끝별

금동원(琴東媛) 2015. 4. 22. 19:01

 

 

 

항문의 역사

 

정끝별

 

 

여든 넷의 아버지는 관장중이시다

늙은 간호사에게 엉덩이를 내맡긴 채

손가락 두 매듭이 들어갈 정도로

깊숙히 밀어넣어야 한다며 당부중이시다

벗겨진 아버지 엉덩이 나 애써 외면했으나

항문 밑으로 늘어진 귀두 다 보아버렸으니

 

어린 딸 항문에 관장약을 밀어넣듯

아버지 낡은 항문에 손가락 두 매듭을

깊숙히 밀어넣을 수 있을 때

그제서야 나는 여자가 될 수 있고

날 낳은 몸을 내가 낳은 몸처럼 관장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나는 어미가 될 수 있을 텐데

 

모든 사랑은 항문에서 완성되는 것이라서

내 깊은 항문을 누군가에게 내 맡길 때

그제서야 내 사랑도 완성 될 것이고

오므렸다로 시작해 벌렸다로 끝이 나는

이 사랑의 기복을, 괄약하고 괄약했던

뒤창자 끝을, 쏱아낼 수 있을 텐데

 

 

-시집 『은는이가』,(2014,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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