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처럼 누워
금동원
등을 붙이고 누운 사방은
열린 벽이다
투명한 관으로 만든 공간이다
의식도 염을 끝내고 이제
진짜의 세상 속으로 떠나고 없다
상복을 입은 의지들은
탈진하여 무기력하고
습관도 사소한 부분만 남아
우리가 껍데기임에 대한 곡소리만 들린다
'우리 껍데기 맞습니다."
원래 없었던 것처럼
도무지 기억에도 없는 그곳에
시체처럼 누워
위선의 염치와
가식의 조롱만을 남긴 채
아쉬움도 미련도 없이 다 사라져 가는 세상
관 속에서 의연히 뼈의 자격을 누리리라
깊은 땅 속으로 회귀하는
고단한 숨소리 곁으로 담담하게 들려오는 메아리
"우리 껍데기 맞습니다."
-시집 『마음에도 살결이 있어』,(월간문학출판부,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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