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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詩를 읽다

운주사 돌부처님께 말 걸기/ 김창완

금동원(琴東媛) 2015. 11. 13. 14:19

 

 

운주사 돌부처님께  말걸기

 

김창완

 

 

어느 별에서 망명 온 난민인지요

온몸 가득 마마 자국 더께 진 몰골에

집도 절도 없이 노숙자로 사시는

영구산(靈龜山) 운주사(雲住寺) 돌부처님

 

왜 하필이면 눈 뜨고 코 베어 가는

이 막돼먹은 세상에 오셨는지요

아낙네가 코 떼어 속곳 속에 감춰도

없어도 없지 않고 있어도 있지 않으니

숨 쉬지 않고도 영겁으로 가시며

 

아둥바둥 사는 이들 깨진 꿈 주워

개떡탑 거지탑 요강탑 쌓아 놓고

어느 새 맘 속에 기척 없이 들어와

탐욕 덩어리 모아 돌탑 천 기 쌓더니

 

지쳐 널브러진 우리 삶의 너럭바위에

마마 자국처럼 천문도 쪼아 놓고

그 위에 누워 밤낮으로 하늘만 보면서

 

왜 혼자 빙그레 웃는지요

혹시 고향 별이라도 찾았는지요

아니면 여기가 극락인 걸 깨달았는지요

 

 

『유심』 (2015,11 통권 91호) p76~P77에 수록

 

유심(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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