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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데미안/ 헤르만 헤세

금동원(琴東媛) 2015. 11. 30. 09:14

 

 

 

  중학교 2학년 때 처음 읽기 시작했던 데미안을 다시 꺼내 읽는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은 내게 영혼의 친구 같은 존재다. 힘들고 지칠 때 혹은 삶의 지향점을 바로 세워야 할 때, 사유의 시작점에서 길을 잃고 헤맬 때도 다시 손에 잡는 책이다. 처음 이 책을 읽고나서 알 듯 모를 듯 손에 잡히지 않는 안개 속 같이 머릿 속이 혼란스러웠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개운하지 않은 복잡한 책 한 권을 읽고 난 것처럼 불편했다. 그러면서도 뭔가 나의 어딘가를 흔들어 놓았던 설명할 수 없는 신비한 책이었다. 나중에야 그 이유를 알게  되었지만.

몇 번을 읽었어도『데미안』을 만나러 가는 마음은 언제나 설렘으로 가득하다. 이렇게 만나 보고 싶을 때 찾아 갈 수 있는 영혼의 친구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늘 온화하고 부드러운 미소로 따뜻하게 맞아주던 데미안~ 그를 만나고 나면 늘 힘을 얻게 된다. 두 눈을 감고 귀 기울여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어깨를 토닥토닥...해주는 듯하다. (금동원)

 

 

 

○책소개

 

  불안한 젊음에 바치는 헤르만 헤세의 영혼의 이야기!

  현실에 대결하는 영혼의 발전을 담은 헤르만 헤세의 걸작 『데미안』. 독일 문학의 거장이자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헤르만 헤세의 자전적 소설이다. 1차 세계대전 직후인 1919년 에밀 싱클레어라는 가명으로 발표했던 작품으로, 열 살 소년이 스무 살 청년이 되기까지 고독하고 힘든 성장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불안과 좌절에 사로잡힌 청춘의 내면을 다룬 이 작품은 지금까지 수많은 청년세대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전하고 있다. 

  목사인 부친과 선교사의 딸인 모친 사이에서 태어난 헤르만 헤세는 회고적이며 서정성이 강한 신낭만주의적 경향의 작가로 출발했으며, 1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깊이있고 내면적인 사고를 갖게 돼 증오보다 사랑, 전쟁보다 평화가 더 아름다움을 강조했다. 이 작품에는 그가 평생에 걸쳐 추구해온 삶의 궁극적 의미가 담겨 있다. 낮과 밤, 의식과 무의식, 아폴로와 디오니소스, 지성과 관능, 각성과 도취 등 두 가지의 대립적인 세계 속에서 방황하는 싱클레어와 두 세계 중 어디에도 속해 있지 않고 다만 자기 자신에게 속해 있는 데미안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세계를 잃어버린 인간의 고뇌, 고독하게 모색하고 지치도록 갈망하는 청춘의 고뇌를 그려보인다.

 

 

○저자소개

 

헤르만 헤세

 

  저자 헤르만 헤세는 1877년 독일 남부 칼브에서 선교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시인이 되고자 수도원 학교에서 도망친 뒤 시계 공장과 서점에서 견습사원으로 일한다. 열 다섯 살 때 자살을 기도해 정신병원에 입원하는 등 질풍노도의 청소년기를 보낸다. 이십대 초부터 작품 활동을 시작, '페터 카멘친트', '데미안' 등을 발표한다. 서른 세살이 되는 해 인도 여행을 감행. 이 경험을 바탕으로 '인도 기행'을 쓴다. 스위스 베른으로 이주, 1914년 1차 세계대전을 맞는다. 군 입대를 자원하나 부적격 판정을 받고 독일 포로 구호 가구에서 일하며 전쟁 포로들과 억류자들을 위한 잡지를 발행한다. 이후 정치적 논문, 경고문, 호소문 등 전쟁의 비인간성을 고발하는 글들을 발표하는 한편, 이상 사회의 실현을 꿈꾸며 다양한 소재의 동화를 집필하기도 한다. 계속해서 '싯다르타',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동방순례', '유리알 유희' 등 세계 독자들을 매료하는 작품들을 발표, 1946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다. 1962년 8월 제2의 고향 몬타뇰라에서 영면.

 

역자 : 전영애: 1951년 경북 영주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독문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독일 킬 대학에서 수학했다. 2007년 현재 서울대 독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독자리뷰]

 

○평생 찾아야할 스스로에 이르는 길

 ra**ag |

   

  의도는 불순했지만, 처음으로 서점이란 곳에서 문제집이 아닌 진짜 책 [데미안]을 산 기억이 생생하다. 중학교 2학년 때 나는 반에서 겉도는 아이였다. 소용돌이치는 내부를 감추고 지루한 나날을 견디던 중 언젠가부터 한 아이가 눈에 들어왔다. 반 분위기를 주도하는 거센 아이들의 미움을 집중적으로 받고 있던 친구였다. 그녀의 유복한 환경, 도도한 말과 행동은 중소도시의 고만고만한 가정형편의 아이들 속에서 도드라졌으리라. 어느 날 그 친구와 짝이 됐고, 친해졌다. 나 역시 그 아이에 대한 시기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부러움과 동경이 못난 시기심을 눌러버렸다.

 

    갓 결혼한 남자담임선생님은 친구를 무척 예뻐했다. 눈빛과 사소한 말과 행동으로 비치던 편애는 친구의 독후감 한편으로 노골적으로 바뀌었다. 단정한 글씨가 빽빽하게 담겨있는 종이 한 장을 펄럭이며 선생님은 감탄과 애정이 담긴 눈길로 친구를 바라보며 칭찬을 쏟아냈다. 그 뒤로 여러 번 친구를 불러다가 그 독후감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내가 무척 궁금해 했지만 새침떼기 친구는 속 시원히 말해주지 않았다. 슬슬 질투심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대체 [데미안]이 무엇이기에, 얼마나 잘 썼기에 선생님이 그런 반응을 보이는가. 얘는 이런 책을 어떻게 알았고 언제 읽었는가. , 수학도 나보다 못하는 게 웃기고 있네. 나도 그 책을 읽으면 너만큼 쓸 수 있다. 본때를 보여주겠다.’ 등등의 생각을 하며 친구와 선생님에 대한 분노를 한가득 안고 서점으로 달려갔다.

 

 지금 돌이켜보면 세상물정 모르고 순진하기만 한 싱클레어가 나였다면 친구는 데미안인 정도로 인식수준에 차이가 있었던 것 같다. 학식이 높은 부모님과 언니가 있는 친구가 [데미안]을 접할 기회는 충분했을 것이다. 내가 초등학교를 갓 졸업한 어리숙한 상태에 계속 머물러있던 반면, 친구는 데미안을 생각하며 사춘기를 보내며 성장하는 소녀가 아니었을까.

   

 중학교 시절에 [데미안]을 만나기는 했지만, 기억나는 내용은 거의 없다. 오로지 기억나는 건, 물도 반찬도 없는 된밥을 억지로 꾸역꾸역 삼키듯 읽었던 느낌뿐이다. 알 듯 모를 듯한 말만 가득한 책, 독후감은커녕 다 읽어내는 것조차 어려워서 두 번 다시 돌아보고 싶지 않았던 책, 혼자 화내고 질투했다가 혼자 자존심이 상해서 애 끓였던 책으로 기억된다. 청소년이 주인공이긴 하지만 기독교문화 속에서 자아를 탐색하고 찾아나가는 철학적 내용과 헤세 특유의 문체가 처음 책을 접하는 중학생에게 어려운 것은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어리석은 거짓말로 크로머의 괴롭힘에 시달리게 된 싱클레어에게 데미안은 구원의 손길을 내민다. 싱클레어에게 데미안은 또 다른 종류의 어둠이다. 데미안은 카인과 아벨을 반대로 해석하며 신성모독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싱클레어의 유년과 가정환경을 지배했던 기독교적 가치관을 전복시킨다. 안락함과 밝음이 가득했던 유년의 세계는 붕괴되고 싱클레어는 혹독한 사춘기를 겪는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아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압락사스.” -123

 

    데미안이 남긴 메시지의 압락사스를 궁금해 하던 싱클레어에게 압락사스는 신이기도 하고 악마이기도 한 신이라고 오르간 연주자 피스토리우스는 알려준다. 싱클레어는 세계의 절반인 환한 세계만 존경할 것이 아니라 밝고 어두운 세계전체를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한 데미안의 이야기를 기억했다.

 

이봐. 싱클레어 우리의 신은 압락사스야. 그런데 그는 신이면서 또 사탄이지. 그 안에 환한 세계와 어두운 세계를 가지고 있어 압락사스는 자네 생각 그 어느 것에도 자네 꿈 그 어느 것에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결코 잊지 말게, 하지만 자네가 언젠가 나무랄 데 없이 정상적인 인간이 되어버렸을 때 그때는 압락사스가 자네를 떠나. 그때는 자신의 사상을 담아 끓일 새로운 냄비를 찾아 그가 자네를 떠나는 거라네.” -147

 

    데미안에게 저항하고 또 다른 스승 피스토리우스를 떠나 방황하던 싱클레어는 운명의 끈으로 연결되어 있던 다시 데미안을 만나고 에바 부인을 사랑하게 된다. 데미안의 집에서 이마에 표식을 지닌 사람들과 교류를 하고 헤세는 싱클레어의 성장과 함께 이야기의 지평을 주변 환경으로 넓혀간다. 1차 세계대전 직후에 썼다는 [데미안]의 후반부는 유럽의 상황과 전쟁에 대한 암시와 상징으로 가득하다. 얼마 전에 읽은 [헤세의 여행]에서도 느낀 점이지만, 헤세의 글은 참 어렵다. 철학적 사유가 가득한 문장을 오랫동안 곱씹게 된다. 묵직한 이야기가 담긴 [데미안]이 단순한 성장소설이 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대학생이 되어 읽고 오랜만에 다시 읽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나를 찾는 길은 어렵고 멀기만 하다. ‘고뇌를 하느라 싱클레어와 데미안같이 이마에 표적을 갖게 된 사람이 아니라 불안을 느끼며 연대를 가장한 패거리 짓기를 하는 사람이 된 것은 아닌지 염려된다. 아마도 자기 자신에게로 이르는 길은 죽을 때까지 찾아 헤매야 하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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