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원 시인의 TI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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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동원의 우연의 그림 앞에서

시인의 詩를 읽다

모네/ 도종환

금동원(琴東媛) 2016. 2. 15. 00:27

 

 

모네

 

도종환

 

경멸을 유파의 이름으로 삼으리라

데생의 기본도 안 되었다는 야유를

초보들의 희미한 초벌그림에 지나지 않는다는 조롱을

역사적 배경도 없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비웃음을

있는 그대로 접수하고 그 위에 목탄을 칠한 뒤

손가락 끝으로 천천히 지우리라

그대들이 개막식 테이프를 끊고 건배를 드는 건물 밖에서

우리는 낙선자 전시회를 준비하리라

우리에게 강렬하게 다가왔던 햇살

초록의 잎새 위에서 찬란하게 몸을 바꾸던 빛

그것들을 만나기 위해 화실 밖으로 나가리라

화폭 밖에서 새로운 그림을 그리리라

본 것을 다 그리지 않으리라

몇 장의 수련 잎과 그 위에 앉은 불온한 구름

원근과 명암에 구애받지 않는 깊은 하늘을 옮겨 오리라

수면을 덮는 짙은 녹색 물살과

그네를 타는 버들잎으로 다시 기뻐하리라

경멸, 오 고마운 경멸로

새로운 유파의 이름을 삼으라

 

- 신현림의 『미술관에서 읽는 시』,( 서해문집,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