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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동원의 우연의 그림 앞에서

나의 詩

시(詩) / 금동원

금동원(琴東媛) 2016. 2. 19. 10:07

 

시-

 

금동원

 

시를 쓰면 버려라 어느 시인의 말처럼

자꾸 자꾸 버리라는 그 말이

시 쓰는게 신나야지 왼 종일 벌서듯 힘들면

쓰지 말아야 한다는 그 말이

시는 가슴에서 솟구쳐 뿜어대야지 머리를 쥐어짠다고

써지는 게 아니라는 그 말이

 

시가 뭔지 알기나 하는지

시, 제대로 쓰고나 있는지

시를 왜 쓰고 있는지

목숨 내놓고 쓴다는 게 뭔지 겁먹어는 봤는지

 

밑천이 바닥난 장사치처럼

본전도 못 건지고 이미 너덜너덜 거덜 난 것은 아닌지

껄렁하게 목청만 돋우는 건달패처럼

이리오고 저리가고 우르르 와장창 소란스럽기만 하고

 

인물값 하는 시도 없지만

몸값 하는 시도 없는 것을 보면

평생 번듯한 시 하나 쓰기는 그른 것도 같다

소원이라고 다 이루어지는 것은 절대 아닌 것이다

 

 

- 『우연의 그림 앞에서』, (2015, 계간문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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