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금동원
시를 쓰면 버려라 어느 시인의 말처럼
자꾸 자꾸 버리라는 그 말이
시 쓰는게 신나야지 왼 종일 벌서듯 힘들면
쓰지 말아야 한다는 그 말이
시는 가슴에서 솟구쳐 뿜어대야지 머리를 쥐어짠다고
써지는 게 아니라는 그 말이
시가 뭔지 알기나 하는지
시, 제대로 쓰고나 있는지
시를 왜 쓰고 있는지
목숨 내놓고 쓴다는 게 뭔지 겁먹어는 봤는지
밑천이 바닥난 장사치처럼
본전도 못 건지고 이미 너덜너덜 거덜 난 것은 아닌지
껄렁하게 목청만 돋우는 건달패처럼
이리오고 저리가고 우르르 와장창 소란스럽기만 하고
인물값 하는 시도 없지만
몸값 하는 시도 없는 것을 보면
평생 번듯한 시 하나 쓰기는 그른 것도 같다
소원이라고 다 이루어지는 것은 절대 아닌 것이다
- 『우연의 그림 앞에서』, (2015, 계간문예)
'나의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 청소/ 금동원 (0) | 2016.03.30 |
---|---|
오대산의 봄/ 금동원 (0) | 2016.03.27 |
이용수* 내 이름을 아십니까?/ 금동원 (0) | 2015.12.30 |
알아차리다/금동원 (0) | 2015.07.25 |
시체처럼 누워/금동원 (0) | 2015.06.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