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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이것이 생물학이다

금동원(琴東媛) 2016. 5. 12. 23:23

 

 

『이것이 생물학이다』

-에른스트 마이어 저/ 최재천 등역 | 바다 출판사 / 원제 : This is Biology

 

 

 

  책 소개

 

  위대한 진화생물학자 에른스트 마이어의 대표작
  《이것이 생물학이다》 전격 재출간!

  ‘20세기의 다윈(NYT)’, ‘생물학의 그랜드 마스터(윌슨)’로 불리는 위대한 진화생물학자 에른스트 마이어의 대표작 《이것이 생물학이다》가 아깝게 절판된 이후 14년 만에 재출간되었다. 도서 중고 시장에서 품절된 이 책을 찾는 독자가 끊이지 않았고, 정가의 몇 배에 거래되기도 했다. 《이것이 생물학이다》는 마이어의 대표작 중 하나로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책이다. 에드워드 윌슨은 이 책을 가리켜 70여 년간의 연구를 통해 축적한 생물학 대가의 지혜가 담겨 있다고 평가했다. 이런 대가의 생각을 독자들에게 다시 전하기 위해 세심히 번역을 손봐 오랫동안 절판되어 있던 책에 숨을 불어 넣었다.

  “20세기 생물학의 그랜드 마스터인 에른스트 마이어는 이 책에서 70년 동안 그의 연구와 고민 속에서 축적된 지혜를 간략하고 유려하게 묘사하고 있다.”  - 에드워드 윌슨

 

저자소개

  Ernst Mayr( 1905  ~2005)20세기 가장 위대한 진화생물학자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에른스트 마이어는 20여 년간 하버드대학교 동물학과 교수로 있으면서 현대 진화론의 성립에 큰 기여를 했다. ‘20세기의 다윈’이라고 불 릴 정도로 현대 진화론에 큰 영향을 끼친 그는 200건이 넘은 논문 과 14권의 책을 저술하며 왕성한 활동으로 진화생물학계를 이끌었다. 에드워드 윌슨은 이런 그를 ‘생물학의 그랜드 마스터’라고 부른다. 과학 지식의 발전을 기리기 위해 미국 대통령이 수여하는 국가 과학상(National Medal of Science)을 포함해 수많은 상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는 《계통분류학과 종의 기원(Systematics and the Origin of Species)》, 《진화론 논쟁(One Long Argument)》, 《진화론이란 무엇인가(What Evolution Is)》, 《생물학의 고유성은 어디에 있는가(What Makes Biology Unique)》, 《새로운 생물철학을 향하여(Toward a New Philosophy of Biology)》 등 다수가 있다.

 

  목차

 

1. ‘생명’의 의미는 무엇인가?
물리주의자들 | 생기론자들 | 유기체주의자들 | 생명의 현저한 특성들

2. 과학이란 무엇인가?
근대 과학의 기원 | 생물학은 자율적 학문인가? | 과학의 관심사 | 과학탐구의 목표

3. 과학은 자연 세계를 어떻게 설명하는가?
간략한 과학철학사 | 발견과 정당화 | 현장 생물학자 | 사실, 이론, 법칙, 개념의 정의

4. 생물학은 생명 세계를 어떻게 설명하는가?
생물학의 인관관계 | 인지적 진화인식론 | 확실성의 탐구

5. 과학은 진보하는가?
세포생물학의 과학적 진보 | 과학은 과학혁명을 통해 진보하는가? | 과학의 진보는 다윈적인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는가? | 과학의 한계
6. 생명과학은 어떻게 구성되었는가?
생물학에서 비교의 방법과 실험적 방법 | 생물학을 구축하려는 새로운 시도들 | 생물학 내부의 권력이동 | 다양화된 과학, 생물학

7. ‘무엇’의 문제: 생물다양성에 대한 연구
생물학에서의 분류 | 미시분류학: 종의 구분 | 거시분류학: 종의 분류 | 정보의 저장과 검색 | 유기체의 체계

8. ‘어떻게’의 문제: 새로운 개체의 탄생
발생생물학의 시작 | 세포이론의 영향 | 발생유전학 | 발생생물학과 진화생물학

9. ‘왜’의 문제: 유기체들의 진화
‘진화’의 다양한 의미들 | 다윈의 진화론 | 다윈의 공통조상이론 | 다윈의 종증가 이론 | 다윈의 점진주의이론 | 다윈의 자연선택론 | 진화적 종합과 그 이후 | 진화는 진보인가? | 최근의 논쟁들

10. 생태학이 묻는 물음은 어떤 것들인가?
생태학의 간략한 역사 | 개체생태학 | 종생태학 | 군집생태학 | 고생태학 | 생태학의 논란들

11. 진화에서 인류의 자리
인간과 원숭이의 관계 | 인간으로 | 문화의 진화 | 인종과 인류의 미래

12. 진화가 윤리를 설명할 수 있는가?
인간 윤리의 기원 | 문화집단이 어떻게 그들 나름의 독특한 윤리 규범들을 얻는가? | 개인은 어떻게 도덕성을 습득하는가? | 인류에게 가장 적합한 윤리체계는 어떤 것인가?

 

  책 속으로

 

 

  진화의 개념을 통하지 않고는 생물학의 그 무엇도 의미가 없다. 적응 현상은 물론 공룡, 거대한 나무, 공작새, 난 등 온갖 기이한 생물들의 기원과 분포에 이르는 모든 생명 현상은 다 진화의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진화는 인류의 기원과 역사를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이 책은 진화가 분명히 일어났다는 확실한 증거들을 제시할 뿐 아니라 적응 현상으로 나타나는 개체군 내의 유전적 변화와 엄청난 생물다양성의 기원과 발달에 대한 설명을 제공한다. 진화를 이해하지 않고는 이 신비로운 세상을 이해할 수 없다. 진화는 이 세상을 설명하는 가장 포괄적인 원리이다. ---「저자 한국어판 서문」중에서

  오늘날 현장 생물학자와 과학철학자들 사이에는 살아있는 생물의 본성에 대한 어떤 합의가 이루어진 듯하다. 분자 수준에서, 그리고 세포 수준에서 나타나는 모든 기능은 물리화학의 법칙을 따른다. 거기에는 별도로 생기론의 원리를 필요로 하는 어떤 빈틈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생물은 무생물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생물은 무생물에서는 발견될 수 없는 여러 가지 창발적 속성을 가진, 위계적인 질서를 지닌 체계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들의 활동이 역사적으로 획득된 정보를 포함하는 유전 프로그램에 의해 지배된다는 것이다. 이는 무생물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현상이다. ---「1장 ‘생명’의 의미는 무엇인가?」중에서

  생물학은 물리학 및 화학과 마찬가지로 과학이다. 그러나 생물학은 물리학과 화학 같은 과학이 아니다. 오히려 생물학은 자율적 물리과학과 대등한 자율적인 과학이다. 모든 과학이 각자의 자율성에도 불구하고 공통되는 측면을 공유하지 않았다면 과학을 하나로 이야기할 수는 없다. 생물철학자의 과제 가운데 한 가지는 방법론에서뿐만 아니라 원리와 개념에서 생물학이 다른 과학들과 공유하는 공통분모를 확립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공통된 측면이 하나의 통합된 과학을 정의하게 된다. ---「2장 과학이란 무엇인가?」중에서

  인간에 대한 생물학적 이해는 인문학 연구에 필수요소다. 전에는 인문학으로 분류되던 심리학이 지금은 생물과학으로 간주된다. 그런데도 역사든 문학이든 어떻게 인간 행동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인문학에 대해 쓸 수 있겠는가? ---「장 과학이란 무엇인가?」중에서

  생물학에서 인과관계란 더욱 복잡하다. 살아 있는 유기체의 각 현상과 과정들은 근접인과proximate causations와 궁극인과ultimate causations라 불리는 두 분리된 인과관계의 결과다. 프로그램에 의한 지시들을 포함하는 모든 활동이나 과정은 근접인과이다. 이것들은 특히 유전적 또는 체세포의 프로그램들에 의해 제어되는 생리적, 발생적, 행동적 과정의 인과관계를 의미한다. 그것들은 ‘어떻게?’라는 물음에 대한 대답이다. 궁극적 또는 진화적 인과는 새로운 유전 프로그램의 기원이나 이미 존재하던 유전 프로그램의 변화를 야기한 것에 대해 묻는다. 다시 말하면 진화 과정 동안에 일어나는 변화들을 이끄는 모든 원인이다. 그 원인은 유전자형을 변형시킨 과거의 사건 또는 과정이다. 궁극원인은 화학이나 물리학의 방법들로 탐구할 수 없고 역사적 추론인 역사적 서술의 검증에 의해 재구성되어야 한다. 그것들은 통상 ‘왜?’라는 물음에 대한 대답이다. ---「4장 생물학은 생명세계를 어떻게 설명하는가?」중에서

  생물학적 탐구가 이런 두 가지의 아주 다른 물음으로 나뉜다는 인식은 생물학의 다양한 개념적 논쟁을 해결했다. 그리고 이것은 방법론적 명확화(무슨 방법을 언제 쓸 것인가)와 다양한 생물학 분과 사이의 분명한 구분을 이끌었다. 이것은 또한 궁극인과의 역사적 측면과 근접인과에 포함된 생리학적 메커니즘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켰다. 그리고 대부분의 생물학자는 단지 연구 분야의 선택에 따라 궁극원인이나 근접원인의 한쪽에 속하게 됨을 보여주었다. 일찍이 내가 주장했듯이, 근접인과와 궁극인과가 모두 밝혀질 때까지는 생물학적 현상은 완전히 설명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생물학 분과가 어느 한쪽의 질문들에 크거나 작게 집중하지만 다른 유형의 인과관계 역시 고려해야만 한다. ---「6장 생명과학은 어떻게 구성되었는가?」중에서

  생명 세계에서 가장 인상적인 측면은 생물의 다양성이다. 유성번식을 하는 개체군에서는 어떠한 개체도 동일하지 않다. 또한 개체군 역시 동일하지 않으며 종이나 그 상위의 분류군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자연을 볼 때마다 독특함을 발견한다. ---「7장 ‘무엇’에 관한 질문: 생물다양성에 대한 연구」중에서

  다른 어떤 생물학 분과도 발생생물학만큼 생명과학의 독특한 설명 방식을 모범적으로 대표하는 분과는 없다. 발생생물학은 발생 과정에 각각의 유전자가 기여하는 바를 밝혀내려는 목표를 가진 굉장히 분석적인 학문인 동시에 굉장히 전일론적인 학문이다. 실현 가능한 발생은 유전자와 조직 사이의 상호 작용을 담고 있는 전체 유기체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유전적 프로그램을 해독하는 일은 개체발생 과정의 근접인과를 나타낸다. 반면 유전적 프로그램의 내용은 궁극(진화적)인과의 결과다. 이러한 요소와 인과관계의 풍부함이 생명 세계가 가지는 아름다움이자 매력이다. ---「8장 ‘어떻게’의 문제: 새로운 개체의 형성」중에서

  다윈은 《종의 기원》에서 동물들이 시간에 따라 진화한다는 이론을 뒷받침하는 다수의 증거를 제시했다. 그 후 수십 년간 생물학자들은 진화가 일어났다는 사실을 지지해주는 전혀 모순이 없는 풍부한 증거를 찾고 발견했다. 다윈 이래 125년이 넘는 동안 발견된 증거들이 너무나 압도적이라 생물학자들은 진화를 더 이상 이론이라 하지 않고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거나 지구는 평평한 것이 아니라 둥글다는 것만큼이나 잘 확립된 자명한 사실로 생각한다. ---「9장 ‘왜’의 문제: 유기체들의 진화」중에서

  인간 진화의 연구에서 1859년 이후 폐기되어 버린 또 하나의 강력했던 사고는 본질주의였다. 다윈의 새로운 개체군 개념은 한 집단을 구성하는 각 개체의 독특함을 강조한 것으로 이러한 생각은 인간에 대해서도 똑같이 적용되어야 했다. 인류학자들은 이러한 생각을 너무 느리게 받아들였지만 일단 받아들이게 되자 이 새로운 인식은 매우 뛰어난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11장 진화에 있어서 인류의 자리」중에서

  인간 도덕성에 관한 이론만큼이나 1859년의 다윈 혁명으로부터 큰 충격 을 받은 이론도 없을 것이다. 다윈 이전에는 ‘인간 도덕성의 근본은 무엇 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전통적인 대답은 ‘신이 주신 것이다.’였다. 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 스피노자와 칸트에 이르기까지 대표적인 철학자들은 모두 이 문제에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해왔다. ‘도덕성의 본질은 무엇인가?’, ‘어떤 도덕성이 인류에게 가장 타당한가?’ 다윈은 이 같은 심오한 질문들에 대한 그들의 결론에 도전하지 않았다. 다만 인간의 도덕성이 신에게서 부여받은 것이라는 주장이 근거 없음을 보여주었을 뿐이다.

---「12장 진화가 윤리를 설명할 수 있는가?」중에서

 

 

  출판사 리뷰

 

  “생물학에 관한 거의 모든 것”
  현대 생물학의 근본 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룬 생물학 기본서

  생물학자가 쓸 수 있는 이보다 담대한 제목이 있을까? 아무리 식견이 있는 생물학자라 할지라도 ‘이것이 생물학이다’라는 제목은 어지간한 자신감을 가지지 않고서는 붙일 수 없을 것이다. 그만큼 이 책은 진화생물학의 대가 에른스트 마이어의 자신감을 담고 있다. 생물학 대가의 성숙한 시각을 담고 있는 이 책에서 마이어는 생물학이 어떤 학문이며 어떤 문제를 다루는지 포괄적으로 살피고 있다. 여기에서 그는 생물학의 가장 기본적인 문제 ‘생명의 의미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해서 ‘진화생물학은 무엇을 다루는가?’, ‘발생생물학은 어떤 학문인가?’, ‘생태학이 묻는 물음은 어떤 것들이 있는가?’와 같은 생물학 주요 분야의 기본적인 질문들에 대해서 다룬다. 그뿐만 아니라 ‘생물학은 물리과학, 인문학, 철학, 종교와 어떻게 다른가?’, ‘생물학은 과학인가?’, ‘생물학은 자연 세계를 어떻게 설명하는가?’와 같이 생물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한 번씩 던져봤을 철학적 질문들 역시 다루고 있다. 마이어는 이 각각의 질문을 유기적으로 엮으며 생물학의 본성이 무엇인지에 대한 설득력 있는 논증을 제공한다. 생물학과 철학이 융합된 이 책을 우리말로 바르게 전하기 위해서 학계 전문가들이 역자로 참여하였다. 생물학 분야에서는 최재천 국립생태원장과 이영돈 아주대 의대 교수가 역자로 참여했으며, 철학 분야에서는 인하대 철학과 고인석 교수, 황수영 세종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황희숙 대진대학교 역사·문화콘테츠학부 교수, 박은진 과학철학 박사가 역자로 참여해 번역의 전문성을 높였다.

  현대 진화론의 성립을 이끈 가장 위대한 진화생물학자
  ‘20세기의 다윈’ 에른스트 마이어

  에른스트 마이어는 20세기 가장 중요한 진화생물학자 중 한 명으로 20여 년 동안 하버드대학교 동물학 교수로 있으면서 현대 진화론의 성립에 근간이 되는 진화적 종합에 큰 기여를 했다. 핀치를 보고 진화론을 생각한 다윈과 유사하게 마이어는 조류 연구를 하다가 산맥에서 새들의 진화에 지리적 요인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고 곧 진화론에 매료되었다. 그는 기존에 당연시 여겨지던 형태학적 종개념을 대신한 생물학적 종개념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다윈이 밝히지 못했던 종분화 메커니즘을 제안하면서 다위니즘의 수호자가 된다. [뉴욕타임스]는 이런 그를 가리켜 ‘20세기의 다윈’이라고 하기도 한다. 70여 년간의 연구 인생에서 마이어는 200편 이상의 논문과 14권의 책을 남기는 등 왕성한 활동을 하면서 진화생물학계를 이끌었다. 에드워드 윌슨은 이런 마이어를 가리켜 ‘생물학의 그랜드 마스터’라고 평가했다. ≪이것이 생물학이다≫는 이런 생물학 대가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생물학 전반에 대한 풍부한 지식은 물론 그에 대한 역사적 · 철학적 분석을 통해 생물학의 본성에 대한 독창적인 생각을 담아냄으로써 일반 독자들은 물론 생물학 전문가들에게도 호평을 받았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대중과 과학 전문가를 잇는 주요한 과학 저술에 수여되는 록펠러대학교의 토마스 루이스 상을 1997년에 수상하였다.

  생물학은 물리학과 근본적으로 다른 자율적 학문이다

  보통 과학하면 생물학보다는 물리학을 떠올린다. 물리학은 과학의 전형으로 알려졌지만 생물학은 비교적 최근까지 물리학과 비교되면서 경시되는 경향을 보였다. 물리학은 근본적인 것을 탐구하는 학문인 반면 생물학은 한정된 범위의 사실들을 단순히 기술하는 서술 과학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있는 것이다. 이런 경향은 과학의 본성에 관해서 탐구하는 과학철학의 주요 분석 대상이 물리학이라는 점에서도 잘 드러난다.
  다분히 선언적인 이 책의 제목 ‘이것이 생물학이다’는 70여 년간 생물학계를 이끌어온 대가의 자신감에서 나온 것이다.
  마이어는 물리과학만으로 생명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지 묻는다. 물리학은 생명에 대해 충분한 설명력을 가지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며 화학 역시 부분적인 이해만을 제공할 뿐이다. 마이어에 따르면 생명 현상은 결코 물리학이나 화학으로 환원될 수 없다. 생명 현상은 개별 구성요소들의 단순한 합이 아니라 창발적인 속성으로 전일론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즉 생명 현상은 “전체가 부분의 합보다 크다.” 이 시스템적인 성격이 바로 생물학 연구를 특징짓는다. 마이어는 진화생물학, 발생생물학, 유전학, 생태학과 같은 생물학의 다양한 분야를 통해서 어떻게 생물학이 물리학과 다른 방식으로 생명 현상을 설명하는지 보여주고 있다. 이를 통해 그는 생물학이 근본적으로 물리학과 다른 고유의 탐구 영역을 가지는 자율적인 학문이라는 것을 예증한다.

  진화론 없이는 생명의 신비를 이해할 수 없다

  생물학과 물리학의 차이를 밝히는 것이 마이어 논의의 한 줄기라면 다른 한 줄기는 생물학 내에서 진화생물학이 어떤 위치를 갖는가와 관련이 있다. 분자생물학의 부흥은 생명에 대한 질문이 분자생물학의 연구를 통해 모두 해명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져왔다. 이러한 기대 속에 진화생물학은 생물학계 내에서도 낮은 평가를 받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마이어는 분자생물학이 아무리 발전해도 여전히 물음은 남아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물음은 바로 진화론을 통해서만 답해질 수 있다고 한다. 마이어에 따르면 생물학은 생명 현상에 대해 두 가지 물음을 다룬다. 한 가지는 ‘어떻게’에 대한 물음이고 다른 한 가지는 ‘왜’라는 물음이다. 마이어는 이 두 질문이 서로 보완적인 질문이지 결코 배타적인 질문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즉 하나의 생명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현상이 어떻게 발생했고 또 왜 발생했는지 모두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이어에 따르면 전자의 질문은 분자생물학을 통해서 답할 수 있다. 반면 후자의 질문은 진화생물학을 통해서 답할 수 있다. 이렇듯 분자생물학과 진화생물학은 한 현상을 이해하기 위한 서로 다른 질문을 다룬다. 따라서 마이어는 분자생물학만을 통해서는 생명 현상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마이어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진화를 이해하지 않고는 이 신비로운 세상을 이해할 수 없다.”

  생물학, 인문학의 접점에 서다

  에드워드 윌슨의 ≪통섭≫보다 빠르게 출간된 이 책에서 통섭적 사유의 씨앗을 살펴볼 수 있다. 마이어는 다음과 같이 묻는다. “역사든 문학이든 어떻게 인간 행동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인문학에 대해 쓸 수 있겠는가?” 진화를 통하지 않고서는 생명의 어떠한 신비도 이해할 수 없다는 마이어의 관점에서 인간도 예외가 될 수 없다. 결국 생물학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인간에 대한 이해 역시 피상적일 수밖에 없다. 마이어는 책 말미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던진다. 인류의 위치는 어디이며, 인간의 가장 특유한 도덕성이라는 것은 어떻게 기원했는가? 물론 이와 같은 질문에 대해 생물학이 모든 답을 내릴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인간이 어떻게 진화했는지에 대한 진화적 사실을 무시하고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그리고 어떤 위치를 점유하고 있는지를 논하는 것이 타당할까? 그리고 진화생물학의 이타성에 대한 연구 결과들을 무시하고 인간의 도덕성에 대한 논의할 수 있을까? 마이어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이제 인문학자들도 생물학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인간에 대해서 말할 수 없다고 경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