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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금동원] 여행에서 배우는 것들

금동원(琴東媛) 2016. 6. 4. 01:12

 

 

 

[기고=금동원] 여행에서 배우는 것들

2016년 06월 02일(목) 10:47 [(주)포천신문사]
 
 
 
↑↑ 금동원 지구문학 신인상으로 등단, 계간문예작가회 사무국장, 계간문예 특별문학상 수상
ⓒ (주)포천신문사  


  캐나다는 세계에서 자연환경이 가장 잘 보존되어 있어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나라다.

  이 나라는 자연 생태계를 파괴시키지 않고 보존해 나가는 지구 환경보호에도 가장 앞장 서는 나라이기도 하다. 어느 곳을 가더라도 청정하며 인공적인 손길이 거의 없는 자연 친화적인 도시 풍경이 무척 아름답다.

  사람들의 삶 또한 자연과 함께 어우러져 여유롭게 즐기는 모습이 부럽기도 하고, 인간답게 산다는 것은 저런 삶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잠시 머물다 가는 이방인의 눈으로 삶의 깊숙한 곳까지 살펴보고 성찰해 볼 방법은 없으나, 눈에 보이는 자연스러운 생활방식은 부럽게 비쳐지는 부분이 많다.

  캐나다는 이런 자연환경 보존에 대해 국가와 환경단체가 함께 협력하여 한 방향의 정책과 소신으로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밴쿠버 휘슬러는 2010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서, 준비하는 단계에서부터 생태계 파괴에 대해 이들이 어떤 시각을 가지고 있으며 환경 보호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여 노력했는지를 알 수 있다. 2018년 동계 올림픽 개최지인 우리나라의 평창을 떠올려 보면(국가마다 처해있는 문제점과 자연환경의 여건은 많은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지만) 앞 뒤 고민 없이 이것저것 허물고 부수면서 길부터 뚫고 보는 행정 편의적인 성급한 판단과 정책이 조금은 아쉽고 안타깝다.

  환경보호 단체의 목소리를 진지하게 귀 기울여 수렴하고, 가능한 정말 가장 적은 범위 안에서 자연을 훼손하고 보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모든 것이 눈에 보이는 당장의 경제적 논리와 시간에 쫓기는 속도전에 맞추어져 있으니 안타까운 마음 감출 수 없다. 2018년 평창 올림픽이 성공적으로 치러지길 바라는 마음이 당연히 크다. 올림픽 이 후에도 자연 친화적 환경의 아름다운 평창으로 남아, 국민 모두 더 나아가 세계 각국의 관광객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명소가 되기를 희망하기 때문이다.

  내가 한동안 머물렀던 곳은 밴쿠버 다운타운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포트 코키트람' 이라는 곳으로, 주변 환경이 무척 아름다운 동네이다. 매일 이른 아침 산책을 했는데, 깨끗하고 맑은 공기와 쾌적한 환경은 아침마다 산책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화창한 날씨뿐 아니라 비가 오면 오는 데로 간단한 방수 우비만 걸치고 집 앞을 걸으면 되었다.

  특별히 인상적인 것은 이 곳 사람들은 비가와도 우산을 쓰지 않는다. 그냥 무심히 비를 맞거나 가벼운 방수 겉옷을 입고 가볍게 다닌다. 그만큼 환경이 깨끗하고 좋다는 얘기다. 조금만 비가와도 우산을 쓰고, 단 한 방울의 비라도 맞지 않으려는 우리나라의 우산으로 가득한 비 오는 날이 떠올라 더욱 그렇게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집 앞에서 몇 분만 걸어 나가면 아름다운 강이 흐르고 있다. 사람의 손길은 조금도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풀과 나무와 들판과 산책길이 이어져있고, 가끔씩 누군가가 기부한 텅 빈 나무 의자가 놓여있다. 저절로 자연 앞에 고개 숙여 경의를 표하게 되고, 온 우주를 감싸 안고 품어주는 정령들에게 감동적으로 손을 내밀게 된다. 인간이 자연 앞에 서면 왜 순수하고 맑게 정화되고, 욕심 없이 정직해지는지를 매일 이른 아침의 산책을 통해 다시 한 번 실감하고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1990년대 캐나다를 포함하여 외국으로 아이들의 조기 유학과 이민이 유행처럼 한창 붐을 이루었던 적이 있다. 생활에 지치고, 경쟁에 치여 도피처로서 뿐만 아니라, 취업이민과 투자이민으로 자립적 요소를 충분히 갖추고 떠난 경우가 무척 많았다. 내가 아는 주변의 인척과 친구들, 이웃들 중 많은 분들이 한국을 떠났었다.

  지금의 우리나라는 어떤 의미로든 너무 살기 좋은 나라이다. 돈만 있으면 가장 살기 좋은 나라라고 까지 한다.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외국을 드나들 수 있는 막강 부국이 되었다.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국적기(대한항공을 탔음)에서 먹었던 기내식 중에 '된장 덮밥'이라고 걸쭉하게 끓인 된장찌개를 밥에 비벼먹을 수 있는 메뉴가 있었다. 너무 맛있기도 했지만 외국인을 옆자리에 앉혀놓고 한국식 된장을 당당하게 비벼 먹을 수 있는 쾌감이라니... ...뿌듯하고 자랑스러운 마음에 아주 기분 좋게 맛있는 식사를 했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외국인들이 살기 좋아 찾아오는 나라가 되었다.

  비록 땅 덩어리는 작고 인구는 많아, 서로 경쟁하며 밀고 밀릴 수밖에 없지만 그럴 수 록 환경에 대한 인식과 노력은 필요하다. 경제적 논리가 아닌 삶의 질을 높이고, 사람이 사람다워 질 수 있는 나라를 만들려는 우리 모두의 솔선수범이 필요하다. 아름답고 깨끗한 나라, 유전자 변형이 아닌 신토불이로 먹고 쓰고 살아갈 수 있는 나라, 다음 세대를 위해 모든 것을 아끼고 남겨두는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미 그랬어야 하고, 실천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실천해야 할 우리 모두의 과제이자 지켜야 할 약속이다. 나부터 더욱 마음을 다져볼 일이다.

  우리 인간은 자연과 더불어 살아야 하는 필연성을 가지고 있어서 자연이 파괴되고 훼손되면 우리도 함께 죽게 되어 있다. 나야 한 시절 짧게 살다 가면 그만이지만, 우리들의 후손과 내가 모르는 무언가로 남아있을 이 아름다운 지구별을 살리고 지켜내야 한다는 생각은, 누구나 그러 하겠지만, 변함없는 소신으로 가지고 있다.



금동원 / 시인, 지구문학 신인상으로 등단, 계간문예작가회 사무국장, 계간문예 특별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