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듯 천천히』
-고레에다 히로카즈 저/ 이영희 역/ 문학동네
책 소개
섬세한 시선으로 사람과 일상, 그리고 영화를 읽어가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첫 에세이집!
1995년
[환상의 빛]으로 데뷔한 이래 [아무도 모른다]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등 발표하는 작품마다 국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온, 현대 일본 영화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첫 에세이집이 출간되었다. 따뜻한 시선으로 일상을 섬세하게 묘사하기로 정평난
그의 영화처럼 에세이 또한 일상의 조각들을 풍경을 담듯 조용히 그려냄으로써, 감독으로서, 일상인으로서, 그리고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그가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 보여준다.
2011년 니시니폰신문에 연재했던 글을 중심으로 홈페이지나 잡지 등에 쓴 글을 모은 이 책에서 그는,
고레에다 집안만의 독특한 가풍이나 지진이나 태풍에 대한 경험담, 친구들과의 모험담 등 알게 모르게 자신의 영화에 녹아들어간 어린 시절의 추억을
꺼내 보여준다.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만 담은 것이 아니다. 그는 이 책에서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가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했을 때 수상 여부에만 치중해 보도하는 언론에 대해 비판하기도 하고, 오늘날 미디어의 역할이나 자세에 대해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며,
3·11 대지진 이후의 일상의 의미에 대해 짚어보기도 한다.
작가소개
영화감독, TV
프로듀서. 1962 도쿄 출생. 1987년 와세다대 제1문학부 문예학과 졸업, '테레비만유니온'에 입사해 주로 다큐멘터리를 연출했다. TV
다큐멘터리 작품으로 <그러나... 복지를 버리는 시대로 (1991, 갤럭시상 우수작품상)>, <또하나의 교육 (1991,
ATP상 우수상)>, <기억을 잃어버린 때 (1996, 방송문화기금상)> 등이 있다. 1995년 처음으로 감독한 영화
<환상의 빛>으로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골든 오셀라상을 수상, 두번째 영화 <원더풀 라이프>는 세계 30개국, 미국 내
200개 극장에서 개봉해 일본 독립영화로는 이례적인 히트를 기록했다.
2004년 칸 국제영화제에서 <아무도 모른다>가
영화제 사상 최연소로 최우수 남우주연상을 수상해 화제를 모았고, 이후 <걸어도 걸어도 (2008, 블루리본상 감독상)>,
<공기인형>,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2011, 산세바스티안 국제영화제 각본상)>,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2013,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 등 발표하는 작품마다 국내외에서 높을 평가를 받았다. 최근작 <바닷마을
다이어리>(2015)도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필모그래피]
엔딩 노트 Ending Note, 다큐멘터리 (2011)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I Wish (2011)
더
데이즈 에프터 The Days After (2010)
야릇한 문호 괴담 2 Kaidan - Horror Classics 2, TV
(2010)
공기인형 (2009)
걸어도 걸어도 (2008)
아무도 모른다 誰も知らない: Nobody Knows
(2004)
출판사 리뷰
섬세한 시선으로 사람과 일상, 그리고 영화를 읽어가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첫
에세이집!
1995년 [환상의 빛]으로 데뷔한 이래 [아무도 모른다]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등 발표하는 작품마다 국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온, 현대 일본 영화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첫 에세이집이 출간되었다. 따뜻한
시선으로 일상을 섬세하게 묘사하기로 정평난 그의 영화처럼 에세이 또한 일상의 조각들을 풍경을 담듯 조용히 그려냄으로써, 감독으로서,
일상인으로서, 그리고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그가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 보여준다.
2011년 니시니폰신문에 연재했던 글을 중심으로
홈페이지나 잡지 등에 쓴 글을 모은 이 책에서 그는, 고레에다 집안만의 독특한 가풍이나 지진이나 태풍에 대한 경험담, 친구들과의 모험담 등 알게
모르게 자신의 영화에 녹아들어간 어린 시절의 추억을 꺼내 보여준다.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만 담은 것이 아니다. 그는 이 책에서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가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했을 때 수상 여부에만 치중해 보도하는 언론에 대해 비판하기도 하고, 오늘날 미디어의
역할이나 자세에 대해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며, 3·11 대지진 이후의 일상의 의미에 대해 짚어보기도 한다.
멈춰 서서 발밑을
파내려가기 전의 조금 더 사소하고, 조금 더 부드러운 것. 물 밑바닥에 조용히 침전된 것을 작품이라 부른다면, 아직 그 이전의, 물속을 천천히
유영하는 흙 알갱이와 같은 것. 이 에세이집은 그런 흙 알갱이의 모음이다. 아직 작은 알갱이 그 하나하나는 분명 몇 년이 지난 후, 다음,
그다음 영화의 싹이, 뿌리가 될 것이다. 나는 그렇게 확신한다. _본문에서(10쪽)
픽션과 다큐의 경계,
일상인과
영화감독의 경계를 넘어
이 책에서 그는 캐스팅이나 각본 집필은 어떻게 진행하는지, 왜 현장에서 대사를 바꾸는 촬영 방식을
고수하는지 등 자신만의 연출관이나 작품관을 진솔하게 전한다. 관객들이 영화를 보며 등장인물들의 미래를 상상하고 싶어하도록 하는 연출을 지향한다는
그는, 일상에서 직접 건져올린 기억과, 배우들의 관찰을 통해 등장인물의 결을 만들어간다고 밝힌다.
예를 들어,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병원에서 아기가 뒤바뀌는 사건을 다루지만 ‘어느 아이를 선택할까?’라는 질문보다는, 목욕을 마치고 어머니는 아이의 머리를 어떤 식으로 말려줄까,
세 식구는 침대 위에 어떤 순서로 누울까, 아버지는 친자식의 무엇을 마음에 걸려 할까 같은 등장인물들의 일상적인 태도를 더 주목한다.
‘서사’보다는 ‘인간’을 중시하는 셈이다. 한편, 그는 자신이 작품을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은 세계에 내재된 감정을 주워모아 손바닥에 올린
뒤 “자, 이것 봐” 하며 보여줄 뿐이라고, 자신에게 영화란 자기표현이 아닌 커뮤니케이션이라고 말하는 그는 지금도 세상과 조곤조곤한 대화를
이어가는 중이다.
연출은 연기 지도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감독이 열 명 있으면 열 가지가 존재하는 애매한 것이다. 그러나 내
경우 목표로 하는 한 가지만은 명쾌하다. 영화 속에 그려진 날의 전날에도 다음날에도 그 사람들이 거기서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겠다는
것이다. 영화관을 나온 사람으로 하여금 영화 줄거리 자체가 아니라, 그들의 내일을 상상하고 싶게 하는 묘사. 그 때문에 연출도 각본도 편집도
존재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_본문에서(121~2쪽)
조용히, 천천히,
일상과 삶을 걷다
“당신은
늘 ‘뒤에 남겨진 사람’을 그린다”는 식의 평을 종종 듣는다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남겨진 자’로서 자신의 이야기도 풀어간다.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후회 때문에 영화 [걸어도 걸어도]를 만들었지만 어머니가 죽음을 향해가는 과정이 아닌, 삶의 한순간을 잘라내 거기에 가족의 음영을
담아보려 했다고 밝힌다.
한편, 아버지가 15년 전 보낸 타임캡슐 편지를 아버지의 상중에서야 받아들고서 자신의 과거와 미래를 생각하며
아버지의 부재를 통감하거나, 함께 영화를 볼 때면 스포일러를 일삼던 어머니와의 시간을 그리워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난날을 그저 후회하기보다는
그런 시간 속에서 자신이 어떻게 성장했는지 보여줌으로써 영화감독이 아닌 ‘인간’ 고레에다 히로카즈를, 그리고 그의 작품 속 가족의 모습과 인물을
이해하는 단서를 제공한다.
인간은 자신의 결점을 노력으로 메우려 한다. 그러한 노력은 현실에서도 영화에서도 미덕으로 그려진다. 꽤
오래전부터 말이다. 그러나 과연 인간이 혼자만의 힘으로 그런 극복을 이뤄낼 수 있을까? 해냈다 하더라도 그것은 정말로 아름다운 일일까? (중략)
나는 주인공이 약점을 극복하고 가족을 지키며 세계를 구한다는 식의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영웅이 존재하지 않는, 등신대의
인간만이 사는 구질구질한 세계가 문득 아름답게 보이는 순간을 그리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를 악무는 것이 아니라, 금방 다른 사람을 찾아
나서는 나약함이 필요한 게 아닐까. 결핍은 결점이 아니다. 가능성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세계는 불완전한 그대로, 불완전하기 때문에 풍요롭다고
여기게 된다. _본문에서(59~60쪽)
세상을 향해 칼을 겨누다
“영화는 남을 심판하기 위한 것이
아니며, 감독은 신도 판사도 아니다. 악인을 설정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알기 쉬워질지 모르지만, 반대로 그렇게 하지 않음으로써 관객이 이 영화를
자신의 문제로서 일상에까지 끌고 들어가”게 하고 싶다는 그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 사회의 부조리를 비판한다.
‘분노’를 담는 건전한
그릇이 되지 못하는 다큐멘터리, 비평이라는 제 기능을 못하고 내부화된 저널리즘, 단일한 가치관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대중에 대한 안타까움과
분노. 이러한 문제의식은 권력과 하나된 미디어, 그리고 3·11 대지진 이후 반성이 아닌 ‘망각’으로 방향키를 돌린 사회적 흐름에 집중된다.
2011년 3월 11일을 기점으로 현재와 미래뿐 아니라 과거까지도 그 의미가 크게 바뀌었다고 당혹스러워하면서도 아직은 이를 작품이라는 형태로
그리기를 주저하고, 자신 안의 파문을 응시하며 때를 기다리는 모습은 그의 작품이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지 주목하게 한다.
우리가
4개월 전에 경험한 것은, 일본 어느 곳에 사는지에 관계없이, 지금까지 우리가 중요한 것을 외면하고 잊은 척하며 내달려온 문명을 근본부터 되묻는
사건이었다. 그 풍경을 앞에 두고, ‘미래’나 ‘안전’보다도 ‘경제’를 우선시하는 가치관이 경멸스럽다. 사태는 그리 복잡하지 않다. 댐과 도로가
그 지역 사람들의 생활을 풍요롭게 하기 때문이 아니라, 아무리 그것이 쓸데없다 하더라도 그 자체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돈이 움직인다는 식의
구도가, 원전을 둘러싸고도 반복되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일반인들의 눈을 흐리는 큰 원인 중 하나는, 신문과 방송이라는 미디어가 벌써 망각
쪽으로 방향키를 돌렸다는 사실이다. 그들 대부분도 역시 기득권층의 이익 안에서 눈이 흐려져버린 것이다.
인간이 인간이기 위해서는,
실패까지도 기억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이 결국 문화로 성숙된다. 그 시간을 기다리지 않고 망각을 강요하는 것은 인간에게 동물이 되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것은 정치와 언론이 행할 수 있는 가장 강하고, 가장 치졸한 폭력이다. _본문에서(229~2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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