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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깊은 마음의 생태학/김우창

금동원(琴東媛) 2016. 7. 23. 23:47


『깊은 마음의 생태학』: 인간중심주의를 넘어서

   -김우창 저/ 김영사



  책 소개



  현존하는 한국 최고의 인문학자 김우창 교수의
  오랜 통찰과 사색으로 완성한 기념비적 명저!

  동서양 최초로 ‘이성과 마음’의 문제를 생생하게 파헤치며 생태인문학을 연 첫 책!

  우리 인문학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린 학인(學人), 김우창 교수의 최신작. 그의 가장 아름답고 정교하고 심오한 사유가 펼쳐내는 깊은 마음의 구조에 대한 놀라운 탐구! 이 땅이 배출한 ‘인문학의 거인’ 김우창이 평생 학문의 주제로 견지한 반성적 사유와 성찰적 지혜가 마침내 닿은 곳은 바로 ‘깊은 마음의 생태학’이다. 김우창 교수의 이성에 대한 오랜 심미적 사유가 ‘깊은 마음의 생태학’이라는 보다 집중적인 틀을 얻어 인간중심주의를 넘어서는 전혀 새로운 인문학-생태인문학을 탄생시켰다. 문학, 철학, 경제학, 사회학, 수학, 생물학 등을 총망라한 압도적 지식, 눈부신 통찰을 통해 ‘이성과 마음’의 문제를 생생하게 파헤친다. 동서양 최초로 마음에서 작용하는 이성의 탄생과 진화를 생생하게 그려낸 역작으로, 김우창 후기 사상의 대표작이자 인문과학의 핵심 과제를 제시한 책이다.



작가 소개


  저자 김우창은 영문학자, 문명비평가, 문화사가, 문학이론가, 평론가, 철학자로서 인문?사회?자연과학을 아우르는 통합적 이해, 가늠하기 어려운 사상의 넓이와 깊이로 한국 인문학의 거인으로 불린다. 서울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코넬 대학교를 거쳐 하버드 대학교에서 미국문명사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전공은 문학, 부전공은 철학과 경제사)를 취득했다. 서울대학교 영문학과 교수를 거쳐 1974년부터 2002년까지 고려대학교 영문학과 교수와 대학원장으로 재직했고, 이후 이화여자대학교 석좌교수를 역임했다. <세계의 문학>(민음사, 1976~1996) 책임편집, <비평>(생각의나무, 1999~2009) 편집인,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 주빈국 조직위원장(2004), 서울국제문학포럼 조직위원장(2000~2010)으로 활동했다.

 
  저서로 《궁핍한 시대의 시인》(1977), 《지상의 척도》(1981), 《심미적 이성의 탐구》(1992), 《시인의 보석》《이성적 사회를 향하여》(1993), 《정치와 삶의 세계》(2000), 《풍경과 마음》(2003), 《행동과 사유》(2004), 《시대의 흐름에 서서》(2005), 《자유와 인간적인 삶》(2007), 《세 개의 동그라미》(문광훈 대담, 2008), 《정의와 정의와 조건》(2008), 《성찰》(2011), 《기이한 생각의 바다에서》(2012), 《체념의 조형》(2013) 등이 있다.
번역서로 키이츠 시선《가을에 부쳐》(1976), 아우얼바흐의 《미메시스》(유종호와 공역, 1987),《나 후안 데 파레하》(2008) 등이 있고, 편저로 《에술과 사회》(1979), 《이미지는 어떻게 살고 있는가》(1999), 《21세기의 환경과 도시》(2000), 《전환의 모색》(2008) 등이 있다.



  책 속으로


  사람의 생각은 밖에서 힘을 휘두르는 이념들에 사로잡혀 포로가 되고 사정이 바뀌면 금방 그곳을 벗어 나온다. 그러한 체제하에 살지 않아도 우리의 생각은 쉽게 이데올로기적 사고에 강제 수용된다.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외부적인 영향에 약한가는 시대적으로 유행하는 말들을 보아도 알 수 있다. 그것 나름대로의 의미는 있겠지만 유행 속에 등장하고 소멸하는 많은 말들은 쉽게 정치적 인간의 조종수단이 된다. (16p)

  사람은 누구나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있고 그것은 자신의 마음을 바르게 사용하는 것으로 크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마음의 연마는 삶의 역정에서 불가피한 것이다. 과학적 사고는 이 역정에서 정신적 체험의 일부이다. 동시에 이러한 체험에 기초하여 참으로 과학적인 사고도 연마되어 나온다. 우리는 데카르트의 자전적 기록에서 단순히 과학적인 사고의 모범을 보는 것이 아니라 보다 좋은 삶을 살려는 사람의 한 전형을 본다. (64p)

  이미 비친 바와 같이 다윈의 진화론은 현대적 생물학이 성립하는 데 가장 중요한 토대의 하나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현대적 인간관과 세계관의 성립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과학적인 이론으로서의 진화론과 세계관의 일부로서의 진화론의 관계가 반드시 일대일의 대응을 이루는 것은 아니다. 다윈의 진화론이 당대와 그 이후에 미친 영향을 논하는 한 글에서 모스 펙캄은 그것과 그것에 영향을 받은 다윈주의 사이에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다윈은 과학을 말한 것일 뿐인데 다윈주의자들은 그의 생각을 유추적으로 즉 정당한 이유 없이 도덕과 형이상학의 영역에까지 확대했다는 것이다. (305p)

  도덕과 윤리는 문화와 사회에 따라 다른 것이고 또 어떤 경우 서로 모순되는 것임은 새삼스럽게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 점에서 도덕적 입장은 과학의 입장보다도 더 일방적인 편견 위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이 도덕적 존재라는 가정은 아마 인간의 오랜 내면적 체험에 근거하는 것이다. (333p)

  오늘의 삶에서 우리가 잊어버린 것은 일체의 깊이에 대한 감각이다. 오늘의 생태계의 위기 또는 더 좁혀서 환경의 위기도 이러한 깊이의 상실에 연루되어 있다. 깊이의 생태학은 적어도 세계와 인간의 생존에 상실된 것이 있다는 것을 지적하는 점만으로도 매우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고 할 것이다.





  출판사 리뷰


  현존하는 한국 최고의 인문학자 김우창 교수의 오랜 통찰과 사색으로 완성한 기념비적 명저의 탄생! 우리 인문학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린 학인(學人), 김우창의 가장 아름답고 정교하고 심오한 사유를 만나다.

  “김우창의 글은 강인한 사색의 지속성, 폭넓은 독서와 인문적 교양에 바탕한 심미적 감식력, 이론적 확신에 바탕한 끊임없는 자기검증과 평가의 노력, 이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하나의 수미일관한 체계를 이루고 있다. 체계적으로 건축된 이 사유의 집에는 오만 가지 관념과 사상들이 각기 마땅한 자리에 배치되어 있고 원래의 광채를 잃지 않은 채 자리하고 있다.” (김상환, 서울대 철학과 교수)


  “김우창의 사유 세계는 고대와 근대와 현대가 서로 비추고 질문하고 응답하는 대화의 장이며, 우리의 궁색한 생각들이 길을 잃고 헤맬 때 언제나 길잡이가 되어준 통찰의 등대이다. 그의 사유 세계는 대학의 어느 한 학문분과 속으로 한정되거나 축소되지 않는다. 김우창 교수의 넓고도 정교한 사유 세계에서 철학, 정치학, 사회학, 문학, 미학의 영역들은 각각의 울타리를 넘어 서로 교섭하면서 풍요한 인문적 사유의 우주를 만든다.” (도정일,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대학장)


  “현대철학의 대표적인 철학자들의 이론과 사상을 선생만큼 잘 이해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선생의 주옥같은 글들은 한글로 쓰여지는 글로서 이를 넘을 수 있는 수준의 글은 없으리라 생각한다. 선생의 글에 담긴 지식과 지혜의 깊이는 한국은 말할 것도 없고 세계에서도 최고의 수준이다.” (최장집, 전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장)


  “이 땅에서 인문학을 공부하는 청년들과 독자들께, 김우창의 텍스트야말로 사고실험을 위한 최고의 텍스트라고 권하고 싶다. 적어도 현 단계 한국 인문학이 내장한 잠재력을 최고의 수준에서 비판적으로 재구성하고픈 뜻을 품은 열정이라면, 김우창이라는 산을 결코 돌아갈 수는 없을 것이다.” (문광훈, 충북대 독문과 교수)

  삶의 원리로서 이성은 마음의 공간에서 어떻게 작동하는가?
  한국의 석학 김우창의 강철 같은 사유가 펼쳐내는 깊은 마음의 구조에 대한 놀라운 탐구!

  가장 깊고 넓은 사유를 가장 독창적으로 펼쳐 보여주며 한국 인문학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린 한국의 석학 김우창 교수의 신작 《깊은 마음의 생태학》(김영사 出刊)이 출간되었다. 문학, 철학, 경제학, 사회학, 수학, 생물학 등을 총망라한 압도적 지식, 눈부신 통찰을 통해 ‘이성과 마음’의 문제를 생생하게 파헤친다. 이 땅이 배출한 ‘인문학의 거인’ 김우창이 평생 학문의 주제로 견지한 반성적 사유와 성찰적 지혜가 닿은 곳은 바로 “깊은 마음의 생태학”이다.
  심미적 이성주의자, 구체적 보편주의자라고 불리는 김우창 교수가 사유하는 근본주제는 현실이다. 동시에 그 현실을 분석하는 우리의 ‘이성과 마음’이다. 현실은 현실 자체로서가 아니라 우리의 이성과 마음에 담기어 나타난다. 인간이라는 존재론적 조건과 말과 글이라는 문명사적 형식이 인간의 모든 것을 이성과 마음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게 하기 때문이다.
  이같이 중요한 이성과 마음의 문제를 그러나 오늘의 우리 지식인들은 이상하리만치 다루지 않았다. 서양은 말할 것도 없고, 예컨대 조선 시대만 하더라도 지식인의 최대 문제는 성리학이나 실학이나 줄곧 심학(心學)이었다. 오늘 우리 사회에서 이성과 마음의 문제는, 비좁은 강단철학의 상투적이고 기계적인 교과과목이거나 공리적 처세술과 실용적 심리치료의 한 방편으로만 여겨질 뿐이다. 그런데 단 하나 여기, 뜻밖의 예외로 김우창 교수의 《깊은 마음의 생태학》이 제출된 것이다.

  《깊은 마음의 생태학》에서 ‘깊이’는 비유이면서 그 이상이다. ‘깊이’는 무엇보다 먼저 우리의 과학 기술과 정치 경제가 지나치게 삶과 세계의 표면만을 보고 있다고 지적한다. 인간중심주의에 사로잡혀 ‘인간의 이익’ 그리고 ‘나의 이익’에 맞게 세계를 왜곡하고 조종하려는 오늘의 문명이 잃어버린 것은 바로 이 ‘깊이’이다. 그러므로 오늘 우리가 회복해야 하는 것은 ‘깊이’이고, 극복해야 하는 것은 ‘인간중심주의 이데올로기’이다.
  이 책은 이러한 ‘깊이’를 통한 ‘이성과 마음’의 근본적인 성찰로써 인문과학의 핵심 과제를 제시한다. ‘심미적 이성’이라는 개념으로 알려진 김우창 교수의 사유가 이제 ‘깊은 마음의 생태학’이라는 보다 집중적인 틀을 얻어 인간중심주의(그리고 모든 자기중심주의)를 넘어서는 전혀 새로운 인문학-생태인문학을 펼쳐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의 후기 사상의 대표작일 뿐 아니라 우리 한국인의 정신적 자산을 훌쩍 키워줄 명저의 탄생이다. 마음에서 작용하는 이성의 탄생과 진화를 생생하게 그려낸 역작으로, 현대 한국 인문학 최고의 성취로 기록될 것이다.

  “인간의 마음의 깊이에 대한 신뢰 그리고 존재 전체에 대한 신뢰가 있어서 삶이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그것을 어떤 때에는 인간의 삶을 떠난 곳에서 느낀다. 무변대의 우주, 깊은 자연의 신비는 우리로 하여금 인간의 삶을 넘어가는 세계를 생각하게 한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가 떠나고자 뒤로 한 인간의 삶이 없이는 있을 수 없는 느낌이다. 이 거대한 신비 앞에서 우리는 인간의 마을을 떠나 있으면서 그것에 대하여 멀리서 향수를 갖는다. 자연에서 느끼는 절실한 마음, 그것을 말하는 좋은 시에 공감하는 것은 이러한 마음의 한 작은 발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서 그것은 깊은 곳에 숨어 있다. 이 깊은 마음은 사람의 삶을 지배하는 근원적인 조건들?생물학적, 진화론적, 우주론적 또는 존재론적 조건에 연결되어 있는 것일 것이다. 다른 층위의 마음의 움직임 아래 들어 있는 것도 이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면서 그것은 궁극적으로 존재의 신비에 대한 외포감으로 인간의 마음을 열릴 수 있게 한다. 여기에서 비롯하여 “깊은 마음의 생태학”이 성립할 수 있을 법하다.” (머리글에서)

  《깊은 마음의 생태학》의 난해함과 복잡성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 김우창의 복잡함은 김우창이 거짓말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김우창 글의 사회적 성격은 경직되고 폭력적인 모든 것에 대한 강인하고 집요한 경고와 회의이다. 우리 밖의 정치적?경제적 억압과 우리 안의 탐욕스러운 욕망이 함께 뒤범벅되어 나타난 폭력의 경직성은 우리 모두의 삶을 ‘짧고 저열하고 짐승스럽게’ 만든다. 더구나 그 폭력은 밖에서 강제된 물리적 폭력일 뿐 아니라 우리 스스로의 영혼 안에 감추어져 있던 폭력이기도 하다. 그래서 문제의 해결은 간단하질 않다.
  널리 알려진 대로 김우창은, 정신의 원리를, 진리를 강요하고 명령하는 집단적 추상성이 아니라 진리를 요청하고 선택하는 개별적 구체성에서 본다. 그 유명한 ‘구체적 보편성’의 원칙이다. 이때 중요한 점은, 그리고 김우창이 중요한 점은, 그 요청과 선택의 필연성을 그럴듯한 도덕적 훈계학이나 잠언적 지혜로써가 아니라, 이성의 구조와 철학적 탐구를 통해 밝혀내고 있는 점이다.
 

  도덕과 윤리에 관심을 갖는 인문학의 일이 쉬운 도덕적 해답일 수는 없다고 김우창은 말한다. 인간 정신의 내적 구조를 드러내기 위해, 인문학이라기보다 인문과학이라 불리워지길 원한 김우창은, 우원함이야말로 인문학의 속성이라 본다. 그 우원함과 반성적 성찰이 나의 자의성을 넘어 세계의 보편성에로 인간을 이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실과 의견은 다른 것이며, 사실과 가치의 엄격한 구분을 받아들인 것이 현대의 마음임을 상기하면서, 어떤 방법으로든 사실을 떠나 인간이 살 방법은 없다고 김우창은 강조하고 있다. 베버의 가치중립성이 오히려 더 깊은 가치존중의 윤리적 선택인 것처럼, 인문학의 가치추구는 가치의 주장이나 명령이 아니라 사실 위에서만 숙고되고 사실로서만 요청되어지는 ‘사실의 가치’임을 김우창은 말하고 있다.
 

  오늘 우리 사회에 차고 넘치는 윤리적 설교와 도덕적 명령은 그 자체가 바로 윤리와 도덕이 ‘사실로서’ 부재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중요한 것은, 가치의 중요성을 명령하는 지적 권력의 크고 쉰 목소리가 아니라 가치 실현의 사실적 기반을 찾아가는 지적 탐색의 성실성과 겸손함이다.
  바로 이곳에서 김우창의 난해함과 복잡성이 연유한다. 반복하여 말하자면 김우창이 생각하는 윤리와 도덕이, 우리 사회의 대부분의 경우처럼, 깨달은 자가 가르치고 명령하는 ‘정신적 권력’의 권위적 가치에서가 아니라 삶의 개별적 자율과 이성의 보편적 기율에 따른 ‘선택의 사실’-‘선택의 자유’와 ‘사실의 필연’ 위에 있기 때문이다.

  명령하는 가치는 쉽고 단순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쉽고 단순한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는 역사가-숱한 종교전쟁을 포함한 진리를 위한 학살행위가 증거한다. 사실 명령의 가치가 쉽게 느껴지는 것은, 명령이 쉽고 단순하기 때문이 아니라 명령을 따르고 복종할 준비가 되어 있는 패거리-이해관계를 함께하는 집단과 진영과 계급 그리고 조금 복잡하게는 집단 무의식까지도 포함된 해석학적 패러다임-가 있기 때문이다. 이해관계가 긍정적으로 얽혀 있는 이들에겐 쉽고 단순한 것이 다른 입장의 사람들에게는 그토록 어려운 것이라는 이 명백한 사실을 왜 우리는 잊고 사는가.)
 

  어쨌거나 대체로 사람은, 삶의 일상성 속에 숨어 있는 실존적 필요로서 가치를 선택하고 받아들인다. 이때 가치의 선택은 무한정한 자유가 아닌 사실의 필연에 제약된다. 물론 이 사실의 필연은 나의 자유가 받아들인 필연이다. 먹고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 선택에도 ‘먹는 것이 가능한 사실의 조건’을 받아들인 자유가 근거한다. 모든 선택은 사실의 필연성 속에 그 가능성을 확보하면서 동시에 선택의 자유를 유지한다. ‘사실의 객관적 구조’가 갖고 있는 필연 안에서 비슷하게 살 수밖에 없는 우리 모두의 삶도, 저마다의 처지에 따른 제각각의 다른 이유로 선택하고 받아들인 삶인 것이다. 자유는 ‘사실의 필연’에 대한 선택 혹은 복종으로서의 근거이다. 이 모든 과정에 이성이 개입된다.
이처럼 삶의 다양성과 선택의 자율성을 사실의 필연성과 이성의 보편성으로 함께 검토하는 김우창의 변증적 사유가 어떻게 난삽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김우창의 복잡함은 깊은 이론의 성실성을 반영한 삶의 복잡함이다. 물론 모든 지적 작업이 꼭 복잡해야 진실한 것은 아니다. 모든 것엔 저마다의 길이 있다. 하지만 모든 고귀한 진실이 쉬운 것이 될 수는 없다. 일찍이 모든 고귀한 것은 드문 동시에 지극히 어려운 것이라고 스피노자도 말하지 않았던가. 그처럼 소박한 김우창이 그토록 복잡한 것은, 너무나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김우창은 거짓말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