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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詩

화사랑으로 모여라/ 금동원

금동원(琴東媛) 2016. 11. 27. 11:51

 

 

화사랑으로 모여라

 

금동원

 

신촌역에서 출발하는 순환 교외선을 타고

백마역에 내리면 그곳엔 화사랑이 있다

시간은 먼지처럼 쌓여 나는 과거가 되었지만

사랑하고 노래하던 우리는 여전히 그곳에 살아있다

색 바랜 청바지에 통기타

웃음과 휘파람 소리만으로 세상을 껴안고

입 맞추며 겁 없이 달려가던 설렘이 있던 곳

청춘은 가고 없지만

사랑도 수줍음도 노래도

흑백사진 속 그녀처럼 거기 그대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 기차를 타고 반드시 백마역에 내려서 걷자

화사랑에 모여 담배연기에 이별을 이야기하고

첫사랑의 재회를 꿈꾸며

텁텁한 막걸리 한 잔과 파전을 건네주고

양희은의 아침이슬이라도 불러보자

긴 밤을 지새우며 걸었던 둑길

새벽이슬을 묻히며 도망치던 젊음

그리고 사라진 사랑과 우정들

 

화사랑으로 모여라

반드시 백마역에 내려 걸어서 오자

서리 앉은 머리카락도 주름진 미소도 모두 버리고

청바지에 달랑 기차표 한 장만 가지고 오너라

푸르렀던 날 가슴에 꼬옥 품고 화사랑에서 만나자

 

 

-시집『여름낙엽』,(월간문학출판부,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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