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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마르케스의 서재에서/탕누어

금동원(琴東媛) 2017. 7. 6. 00:02

 

 

마르케스의 서재에서』-  우리가 독서에 대하여 생각했지만 미처 말하지 못한 것들

 -탕누어 저 / 김태성, 김영화 공역  | 글항아리

 

 

  책 소개


  묵직하고 아름다운 독서론 『마르케스의 서재에서』가 출간되었다. 대만의 문화평론가이자 출판인이기도 하고 직업이 독서가라고 서슴없이 밝히는 탕누어가 저자이고 중국 문학을 앞장서 소개해온 김태성 선생이 책임 번역을 맡았다. 책 읽는 방법을 가르치겠다고 쓴 책은 아주 많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부류가 아니다. 곧 이순耳順의 나이에 이르는 저자가 반세기에 걸친 집중적인 책읽기로부터 얻은 지혜와 소회, 질의와 한탄, 유머 그리고 그 밖의 모든 것을 옛날이야기 하듯 들려주는 일종의 토로다.

  마르케스의 소설 『미로 속의 장군』을 줄거리로 하여 진행되는 책과 책 읽기에 관한 탕누어의 모든 사유 및 이야기는 상상의 산물이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친 실천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아주 특별하고 재미있지만 다소 뇌를 지치게 만들 수도 있을 만큼 촘촘한 사유를 보여준다. 타이완 지식인의 높은 수준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책이다.

  이 책의 대표 번역자인 김태성 선생은 옮긴이의 글에서 “개인적으로 이 책이 지금까지 번역한 100권 남짓 되는 책들 가운데 가장 작업하기 힘들었지만 다른 어떤 책보다 더 황홀하고 아름다우며 배울 것이 많았다고 단언한다”라고 말할 정도다.

 

  ○작가 소개

 

  탕누어:본명은 셰차이쥔謝材俊으로 1956년 타이완 이란宜蘭에서 출생했다. 국립타이완대 역사학과를 졸업한 후 줄곧 ‘직업 독자’를 자처하면서 독서와 독서 관련 글쓰기에 전념하고 있다.

  전방위 인문학자이자 작가인 그는 ‘평생 문자에 관한 일에 전념하다 작고한’ 원로 소설가 주시닝朱西寗의 영향으로 모든 사물과 현상, 이름과 사조를 독서와 연관시켜 사유함으로써 새로운 인문학적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있다. 문화비평가이기도 한 그는 주시닝의 딸이자 타이완대 역사학과 동창이며 ‘타이완의 프랑수아즈 사강’으로 불리는 소설가 주톈신朱天心의 남편인 동시에 허우샤오셴 감독 영화의 시나리오를 전부 쓰다시피 한 주톈원朱天文의 제부이고, 중국 소설가이자 영화평론가인 중아청鍾阿城과 시인이자 출판인인 추안민初安民의 친구로서 이들과의 순수한 지적 소통을 통해 타이완 문화계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권력이나 공리에 연연하지 않는 그는 네 명의 작가가 한집에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 책상이 없어 매일 아침 단골 카페로 출근해 커피 향기 속에서 오후 다섯 시까지 책읽기와 글쓰기로 하루를 보낸다.
 

  주요 저작으로 는 『문자 이야기文字的故事』(한국어판 『한자의 탄생』)를 비롯하여 『세간의 이름들世間的名子』 『커피숍에서 14인의 작가를 만나다』 『독자시대』 『끝盡頭』 『좌전左傳』 등이 있으며 모든 저작이 중국 대륙에서도 출간되어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공역자 : 김태성

  1959년 서울에서 출생하여 한국외대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타이완 당대문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중국학 연구공동체인 한성漢聲문화연구소를 운영하면서 단국대 대학원과 목포대 대학원에서 중국어 번역이론 및 실기를 강의하고 있으며 중국 저작물 번역과 문학 교류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고별혁명』 『굶주린 여자』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딩씨 마을의 꿈』 『풍아송』 『황인수기』 『나와 아버지』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 『한자의 탄생』 등 100여 권의 중국문학 및 인문서를 옮겼다

  ○공역자: 김화영

  용인대 중국학과를 졸업하고 중국 산둥대에서 교환학생으로 수학했다. 출판사에서 중국 전문 편집자로 일한 바 있으며 현재는 프리랜서 번역가로 활동하면서 중화권 및 일본어권의 좋은 책을 소개하는 데 힘쓰고 있다. 『권력 전쟁』 『남자의 도』 『식탁 정치』 등을 번역했다.

 

  목차

 

  머리말
  0. 서書와 책冊 - 벤야민적인, 정리되지 않은 방
  1. 좋은 책은 갈수록 줄어드는 걸까? - 독서의 지속 문제
  2. 의미의 바다, 가능성의 세계 - 독서의 전체적인 이미지
  3. 책을 읽고도 이해가 되지 않으면 어떻게 할까? - 독서의 곤혹
  4. 첫 번째 책은 어디에? - 독서의 시작과 그 대가
  5. 바빠서 책 읽을 시간이 없다면? - 독서의 시간
  6. 외워야 할까? - 독서의 기억
  7. 어떻게 읽을 것인가? - 독서의 방법과 자세
  8. 왜 이류의 책을 읽어야 하는가? - 독서의 전문성
  9. 반딧불이 불빛 속을 홀로 걷다 - 유년의 독서
  10. 인생의 반환점을 지나서 - 마흔 이후의 독서
  11. 독서하는 자의 무정부 우주 - 독서의 한계와 꿈
  12. 7882개의 별을 헤아린 사람 - 소설 읽기
  13. 독자로서의 생각
  부록 1 수렵에서 농경까지 - 나의 간략한 독서 진화사
  부록 2 책의 거리, 나의 무정부주의 서점 형식
  부록 3 세상 전체보다 더 큰 길이 있다

 

  ○출판사 리뷰

 

  ‘전문 독자professional reader’ 탕누어는 누구인가?

  이 책의 저자에 대해 좀 더 얘기할 필요가 있다. 망고 빙수와 딩타이펑鼎泰? 음식점으로 잘 알려져 종일 한국과 일본의 관광객들이 몰리는 타이베이 용캉제永康街 입구에 들어서면 바로 오른쪽에 2층 카페가 하나 있다. 이 책의 저자 탕누어가 자신의 아내이자 타이완에서 최고의 명성을 누리고 있는 소설가 주톈신과 함께 매일 출근하는 공간이다. 탕누어가 카페에서 일하는 건 맞지만 카페 직원은 아니다. 좁은 집에서 온 가족이 다 작가인 여섯 식구가 함께 살다보니 두 사람에게는 고정된 책상이 없어, 대신 이런 공간을 작업실 삼아 주 5일 아침 열 시부터 오후 다섯 시까지 ‘출근’하여 일을 하는 것이다.

  그가 주로 하는 일은 책 읽기다. 직업이 독자이기 때문이다. 애당초 명함도 없지만 누군가가 직업이 뭐냐고 물으면 그는 서슴없이 ‘전문 독자professional reader’라고 대답한다. 책을 읽고 이를 바탕으로 사유하는 것, 그 사유를 바탕으로 꼭 써야 하는 글을 쓰는 것이 그의 일이다. 이른바 ‘학자’가 할 일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탕누어의 책 읽기와 사유, 실천의 무대는 대중이라 공간의 제한이 없다. 책 읽기와 사유는 다분히 개인적인 행위이지만 이런 개인적 행위는 사회적으로 소통될 때만 의미를 갖는다. 지식과 사유의 담지체인 책이 갖는 의미와 다르지 않다. 요컨대 지식과 사유는 시공의 제한이 없어야 한다. 지식과 사유는 흐르는 물과 같아서 어딘가에 갇히고 고이면 썩기 시작한다. 썩어서 쓸모없는 지식과 사유가 지배하는 사회는 어떤 곳일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와 비슷하지 않을까?

  탕누어가 책을 쓰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는 대학의 울타리 안에 갇혀 아주 좁은 범주 안에서 ‘지식을 위한 지식’을 복제하고 그다음 단계는 전혀 생각하지 못하는 직업 교수들과 달리 대중을 향해 완전하게 열린 지식과 사유의 소통을 지향한다. 그럼에도 그는 타이완을 비롯한 중화권 전체를 통틀어 가장 뛰어난 공공 지식인의 한 명으로 평가되고 있다. 국제적인 문학상과 영화제의 심사위원석에서 종종 그를 만날 수 있는 이유다.

  『마르케스의 서재에서』는 어떤 책인가

  애초에 저자는 사람들이 책을 읽으면서 부딪치는 여러 문제에 도움을 주기 위해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 ‘독서와 시간’ ‘독서와 기억’ ‘독서의 방법과 자세’ ‘독서의 전문성’ ‘마흔 이후의 독서’ ‘독서의 곤혹스러움’ ‘소설 읽기’ 등이 그러한 문제들이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애초의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책을 쓰는 과정에서 저자는 “독서를 관통하고 있는 거대하고 본질적인 곤경을 피할 수는 없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러고는 몇 년 동안 써온 글을 모두 버렸다.

  이 책은 그 이후에 다시 쓴 것이다. 이전과 완전히 다른 형식을 찾아, 자신을 낯선 글쓰기의 형식 안에 몰아넣고 이런 방식을 통해 과거에는 불러낼 수 없었던 어떤 것을 불러내고자 시도했다. 이것이 바로 마르케스의 소설 『미로 속의 장군El general en su laberinto』이 이 책에 대해 갖는 의미이자 이 책에서 담당하는 역할이다. 이 책은 총 14개의 장으로 이뤄져 있는데 저자는 장이 시작 부분에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아름다운(그러나 극도로 절제된) 글을 배치했다. 그것이 자신을 이끌어가게 하려고 시도했다. 마르케스의 글이 때로는 줄처럼 손을 뻗어 보일 듯 말 듯 희미한 사유의 길을 가리켜주기도 했고, 때로는 무정하게 어느 먼 곳으로 달아나 반짝반짝 빛을 뿌리면서 내가 포위를 풀고 길을 찾아 자신과 합류하도록 유인하기도 했다.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따스하고 선한 마음만 던져주었다. 하나의 ‘세계’를 제시해주었다. 수풀이 우거진 길 위에서 앞을 향해 나아가는 저자에게 카리브 해의 자유로운 해풍을 불어넣어주고 마그달레나 강이 가져다주는 죽음의 신선한 비린내와 콸콸 흘러가버린 시간을 계산하는 소리를 듣게 해주기도 했다. 『미로 속의 장군』은 저자가 의지하는 의지처였고 동시에 글쓰기가 술술 풀려나오게 물꼬를 터주는 마중물이었다.

  “나는 직감적으로 ‘독서’라는 행위와 거리가 아주 가까운 양서, 예컨대 문학이론이나 논설 같은 책은 선택하지 않는다. 내가 직감적으로 희망하는 것은 소설이다. 내게는 어떤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뭔가 구체적이고 독특한 것, 경험의 재료와 디테일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결국 나는 어느 정도 상상에 의지하고 호소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를 통해 독서라는 행위의 근본적인 곤경에 대한 사유의 공백에 대항해야 했다. 그리고 상상은 실체의 세계 안에 살아 있었다.” _ 8쪽

 

  ○책을 읽다보면 만나는 의문들....

     - 눈초 | 2017-06-22

 

  책읽기에 관한 책을 적지 않게 읽어보았습니다만, 대만의 문화평론가 탕누어가 쓴 <마르케스의 서재에서>는 독특한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직업이 전문독자라고 할 만큼 책읽기에 몰입하고 있다는데, 책을 읽고 이를 바탕으로 사유하며, 그 사유를 바탕으로 꼭 써야 하는 글을 쓰는 것이 일이라고 합니다.

  “사람들에게 책읽기를 권장하면서 그 과정에서 곧잘 부딪히는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한” 책을 쓰려고 했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독서를 관통하고 있는 거대하고 본질적인 곤경을 피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고, 전혀 새로운 형식의 글쓰기를 모색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 결과가 바로 <백년의 고독>의 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미로 속의 장군>을 중심으로 책읽는 과정에서 부딪히게 되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논하는 글쓰기를 완성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아쉽게도 <미로 속의 장군>은 아직 국내에 소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자의 말대로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중심으로 써보지 그랬나 싶었습니다. 흔히 ‘서(書)’와 ‘책(冊)’은 같은 물건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서책(書冊)이라고 같은 의미로 사용하는 단어지만, ‘서(書)’와 ‘책(冊)’은 분명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서(書)’는 원래 글을 쓰는 것이라는 의미의 동사로 ‘사유와 글쓰기, 편집, 인쇄, 제본’을 거쳐 완성되는 일련의 제작과정을 말하고, 이렇게 해서 생산된 물건이 ‘책(冊)’이라고 합니다. 저자는 책읽기의 동력은 바로 ‘의문’이라고 하였습니다. 의문의 안내에 따라서 책읽기에 독특한 경로가 생겨나는데, 그 펼쳐지는 모습이 나뭇가지 형태-저자는 생물의 진화를 묘사하는 계통수와 흡사하다고 보았습니다-를 이룬다고 합니다.

  독서의 지속 문제, 독서의 전체적인 이미지, 독서의 곤혹, 독서의 시작과 그 대가, 독서의 시간, 독서의 기억, 독서의 방법과 자세, 독서의 전문성 등에 관하여 이야기한 다음에, 유년의 독서와 마흔 이후의 독서에서의 차이, 그리고 독서의 한계와 꿈을 이야기한 저자가 지향하는 소설읽기에 이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독자로서의 생각을 덧붙였습니다. 책읽기과정에서 부딪히는 다양한 문제점들을 담아내기 위하여 보르헤스, 벤야민, 칼비노 등 저자가 특히 좋아하는 작가들 이외에도 수많은 작가들의 생각들을 인용하다보니 488쪽이나 되는 방대한 분량에 이르고 있습니다만, 그 방대함 속에서 버릴게 하나도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종류의 책을 읽다보면 저자의 사유를 따라가는 것에 더하여, 주옥같은 글귀와 미처 몰랐던 좋은 책을 만나게 되는 이점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생각은 불꽃과 같아서 항상 존재하며 완전히 소멸하기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활활 타오르는 불꽃을 유지하려면 한 권 한 권 책을 땔감으로 태워야 한다.(52쪽)”라는 저자의 생각도 있었고, “한 사람이 나중에 어떤 인물로 자라게 되는지는 그 아버지의 서가에 어떤 책들이 꽂혀 있는지에 의해 결정된다(128쪽)”라는 그레엄 그린의 말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나름대로의 사유에 대한 자신감의 표출이라고 보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만, 꽤나 단호한 표현을 서슴지 않는 듯합니다. 조치훈 기사에 대하여 ‘인격적으로 한계가 있지만 바둑 실력은 대단히 탁월했다’라고 했습니다. 어쩌면 오청원 기사나 임해봉 기사를 꺾은 조치훈에 대하여 좋지 않은 감정이 생긴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귀스타브 플로베르가 <부바르와 페퀴셰>를 집필하기 위하여 읽은 책이 무려 1500권이 넘는다면서 무서운 숫자가 아닐 수 없다고 한 대목에서는 그 정도는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습니다. 플로베르는 1873년에 194권을 1874년에는 294권을 읽었다고 했는데, 사실 책읽기에 열중하던 시기에 그 정도의 책읽기를 해낼 수 있더라는 체험에서 나온 생각입니다.

  책읽기를 사냥에 비유한 ‘수렵에서 농경까지’를 통하여 저자의 책읽기가 진화한 과정을 적은 부록에 이르기까지 정말 좋은 책읽기였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조만간 만들어보려는 사내 독서회에서 첫 번째로 읽어볼까 하는 생각도 가지고 있습니다.

 

 

                                                                             2017 <서울 국제도서전>에서 구입한 책의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