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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방황

금동원(琴東媛) 2017. 7. 6. 00:14


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방황

  -정유정 저/ 은행나무



  책 소개


  장편소설《7년의 밤》과《28》로 한국문학계에 돌풍을 일으켰던 정유정의 첫 에세이. 다시 세상에 맞설 용기를 얻기 위해 생애 처음 떠나기로 한 여행지는 용감하게도, 자신의 소설《내 심장을 쏴라》의 주인공 승민이 마지막 순간까지 그리워하던 신들의 땅 히말라야다. 그곳에서 펼쳐질 별들의 바다를 보기 위해 든든한 파트너 김혜나 작가와 함께 떠난 안나푸르나 환상종주 17일간의 기록을 담았다.

  폭주하는 기관차 같았던, 세상을 향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던, 진짜 이야기꾼으로 불리길 바랐던 작가 정유정은 단 한 편의 단편소설도 발표한 적 없이 오직 4권의 장편소설만으로 독자를 상대하며 질주하듯이 달려왔다. 그러나 지난해 《28》을 탈고한 뒤, 내부 에너지가 극심하게 고갈되어 무기력해진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생의 목적지로 돌진하던 싸움꾼이 사라진 것이다. 해결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의 머릿속에는 안나푸르나가 떠올랐다. 자신이 쓴 소설의 주인공이 속박된 자신을 스스로 해방시켜 날아가기를 염원했던 곳이었다.

  … 욕망이라는 엔진이 꺼져버렸다. 이야기 속 세계, 나의 세상, 생의 목적지로 돌진하던 싸움꾼이 사라진 것이었다. 상상도 해본 적 없는 일이었다. 그에 대한 대비가 있을 리 만무했다. 그저 혼란스러웠다. 책상 위에 쌓아둔 다음 소설 자료와 책, 새 노트가 신기루처럼 비현실적이었다. 덮쳐오는 허망함에 당혹을 넘어 공포를 느꼈다. 누군가 내 상태를 알아차릴까 봐. 다시는 글을 쓰지 못하게 될까 봐. 고작 소설 몇 편 쓰고 무너지는구나, 싶어서. 나는 강아지처럼 낑낑대다가 끝내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나 안나푸르나 갈 거야.”
  선택사항이 아니야. 생존의 문제라고.
  - 본문 중에서



○작가 소개

  정유정:JEONG, YOU JEONG,鄭裕靜 소설가. 1966년 전남 함평 출생이다. 대학 시절에는 국문과 친구들의 소설 숙제를 대신 써 주면서 창작에 대한 갈증을 달랬고, 직장에 다닐 때는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홀로 무수히 쓰고 버리는 고독한 시절을 보내기도 하였다. 소설을 쓰는 동안 아이의 세계에 발을 딛고 어른의 창턱에 손을 뻗는 중학교 1학년인 아들의 성장 모습과, 스스로 지나온 십대의 기억 속에서 그 또래 아이들의 에너지와 변덕스러움, 한순간의 영악함 같은 심리 상태가 생생하게 떠올랐으며 덕분에 유쾌하게 종횡무진 이야기를 끌고 가는 입심이 돋보인다는 평을 받았다.

  2007년 삼 년에 걸친 구상과 집필 끝에 탄생한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로 5천만 원 고료 제1회 세계청소년문학상을 수상, 문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등단 이후 쏟아지는 원고 청탁을 거절하고 치밀한 자료조사와 취재를 바탕으로 『내 심장을 쏴라』 집필에만 몰두해 다시 1억 원 고료 2009년 제5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고, 이 작품은 심사위원들로부터 강렬한 주제의식과 탁월한 구성, 스토리를 관통하는 유머와 반전이 빼어나다는 평을 들었다.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는 어느 날 갑자기 낯선 세상으로 뛰어든 열다섯 살 세 애송이들이 펼치는 ‘개판’ 여행. 청룡열차를 탄 것 같은 속도감 있는 문체, 유머 가득 담긴 입담 속에 펼쳐지는 십대들의 풋풋한 사랑과 그 비밀스러운 성장 이야기를 담았다. 또한 차기작‘내 심장을 쏴라’는 정신병원을 배경으로 한다. 자신을 옥죄는 운명에 맞서 새로운 인생을 향해 탈출을 꿈꾸는 두 젊은이의 고군분투가 정신병원을 통해 형상화한다. 이것이 바로 작가가 말하는 운명과 생존의 이야기다. 누구보다 가깝게 삶과 죽음의 의미를 배운 작가는 간호사를 했던 경험이 죽음에 대한 특별한 시각을 가지게 했다는 점을 전달하였다. 심사위원들로부터 강렬한 주제의식과 탁월한 구성, 스토리를 관통하는 유머와 반전이 빼어나다는 평을 들었다.

  2011년 발표한 장편소설 『7년의 밤』은 여러 언론과 서점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면서 큰 화제를 모았고, 그 해 최고의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았다. 이후 2년 3개월을 장편소설 《28》 집필에만 몰두했다. 출간작으로는 『열한 살 정은이』, 『이별보다 슬픈 약속』, 『마법의 시간』『내 심장을 쏴라』 등이 있다.


  ○작가 한마디: 


  내가 왜 인간의 ‘악’에 관심을 갖는지에 대해 대답할 차례다. 평범한 비둘기라 믿는 우리의 본성 안에도 매의 ‘어두운 숲’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똑바로 응시하고 이해해야 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지 못한다면 우리 내면의 악, 타인의 악, 나아가 삶을 위협하는 포식자의 악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분신 유진이 미미하나마 어떤 역할을 해주리라 믿고 싶다



  ○목차


  프롤로그 _ 10
  1 Day:9월 5일 베시사하르 - 불불레 - 나디 - 바훈단다 _ 37
  2 Day:9월 6일 바훈단다 - 게르무 - 자갓 - 참제 - 탈 _ 55
  3 Day:9월 7일 탈-카르테 - 다라파니-바가르차프-다나큐 _ 69
  4 Day:9월 8일 다나큐 - 티망 - 탄촉 - 고토 - 차메 _ 85
  5 Day:9월 9일 차메 - 탈레쿠 - 브라탕 - 두크레포카리 - 로워피상 _ 98
  6 day:9월 10일 로워피상 - 훔데-브라카 - 마낭 _ 114
  7 Day:9월 11일 마낭 _ 128
  8 day:9월 12일 마낭 - 구상 - 야크카르카 _ 138
  9 Day:9월 13일 야크카르카 - 레다르 - 쏘롱페디 _ 156
  10 Day:9월 14일 쏘롱페디-하이캠프 - 쏘롱라패스 - 차바르부 - 묵티나트 _ 166
  11 Day:9월 15일 묵티나트 - 자르콧 - 킹가 - 에클레바티 - 좀솜-마르파 _ 193
  12 Day:9월 16일 마르파 - 툭체 - 코방 - 라르중 - 칼라파니 _ 212
  13 Day:9월 17일 칼라파니-가사 - 다나-타토파니 _ 225
  14 day:9월 18일 타토파니 - 가라 - 시카 _ 238
  15 Day:9월 19일 시카 - 시트레-고레파니 _ 250
  16 day:9월 20일 고레파니-반탄티-타다파니 - 간두룽 _ 262
  17 day:9월 21일 간두룽 - 샤울리바자르 - 비레탄티-나야풀 _ 275
  에필로그 _ 285



  ○출판사 리뷰


  정유정식 ‘힐링’ 방법으로 선택된 안나푸르나 환상종주(Annapurna Circuit)는 네팔 히말라야 산맥 중부에 위치한 안나푸르나 영봉을 끼고 동쪽에서 서쪽으로 한 바퀴 도는 만만치 않은 트레킹 코스다. 안나푸르나의 아름다운 산과 고개를 두루 볼 수 있으며, 동부 마낭 지역과 서부 무스탕 지역의 다양한 문화도 경험할 수 있는 천혜의 여정으로, 해발 5416미터의 쏘롱라패스(Thorung La Pass)를 통과해야 하는 미션이 있다. 전문 산악인이 아닌 일반인도 다녀올 수 있는 트레킹 코스지만,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이 없이는 쉽게 도전할 수 없고 지대가 높아 고산병의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그는 주변의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 환상종주에 도전하기로 한다.

  안나푸르나의 품에서 삶에 다시 질문을 던질 용기를 얻다
정유정의 소설 속 주인공들은 남도의 섬, 저수지 아래로 잠든 마을, 무궁한 속을 알 수 없는 해저, 개썰매를 타고 달리는 알래스카 등 언제나 낯선 세상을 여행 중이다. 소설만 봐선 세계여행 전문가일 것 같은 그는 사실 여행을 결심하기 전까지는 여권도 없었던, 자타공인 골방 체질에 타고난 길치였다. 오직 소설 쓰는 일밖에 몰랐다. 막상 히말라야로 떠날 결심을 하자, 여행사 알아보는 일부터 막막했다. 결국 주변의 도움을 얻어 채비를 꾸리는 과정에서 후배 소설가 김혜나와 의기투합하여 여정을 떠나게 된다.

  그런데 세상에 다시 맞설 용기를 얻기 위해 나선 여행인데, 자꾸 사고가 일어난다. 날씨는 좋지 않고 말 못할 속병까지 생긴다. 게다가 왠지 지금 앓는 감기가 고산병이 아닐까 의심이 들고, 고산병 예방을 위해 챙겨먹은 약은 웃지 못할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한다. ‘풍요의 여신’ 안나푸르나를 끼고 도는 ‘환상종주’는 어느새 갈 길을 잃고 빙빙 도는 ‘환상방황(環狀彷徨)’이 되어버린다. 이렇게 자신에게 닥친 고난을 술술 풀어놓는 정유정의 입담은 때로는 마음 아프거나, 때로는 킬킬 웃게 만드는 묘한 힘을 발휘한다. 여행에 서툰 그가 저지른 실수에 미소 짓다가도, 육체의 고통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강인함에 감탄하게 된다. 울고 웃으며 행군을 이어간 그가 따뜻하고 든든한 동료들의 도움으로 최고 난관인 쏘롱라패스를 무사히 넘었을 때, 전해지는 감동은 그의 소설 못지않다.


  더불어 지금의 정유정을 만든 과거의 이야기가 마치 소설처럼 톡톡한 재미를 안겨주며 현재의 여정과 엮여 펼쳐진다. 작가의 과거와 현재 모습, 앞으로 걸어갈 길이 궁금한 독자라면, 처음으로 내적 고민을 고스란히 털어놓은 이 에세이가 큰 선물이 될 것이다.

  길 위에서 정유정은 계속 질문한다. 여행이 끝나면, 다시 돌아가면 이제는 세상에 맞설 수 있겠는지. 힘이 소진되어버린 자신을 다시 링 위에 올라선 선수로 바꿀 수 있겠는지. 마침내 오르고야 말았던 안나푸르나의 품에서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다시 일어설 힘을 달라고 염원하기도 했다. 그는 여정을 마친 후 전혀 쓸 생각이 없었던 여행에 관한 에세이를 쓰게 되면서 비로소 안나푸르나의 대답을 얻는다.

  안나푸르나를 향해 묻던 내 목소리를 생각했다.
  나는 세상으로 돌아가 다시 나 자신과 싸울 수 있을까.
  그때 답해왔던 목소리가 똑같은 답을 들려주었다.
  죽는 날까지.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