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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詩를 읽다

우리에게 더 좋은 날이 올 것이다

금동원(琴東媛) 2018. 3. 7. 21:44

우리에게 더 좋은 날이 올 것이다

 

장석주

 

 

너무 멀리 와버리고 말았구나

그대와 나

돌아갈 길 가늠하지 않고

이렇게 멀리까지 와버리고 말았구나

 

구두는 낡고, 차는 끊겨버렸다.

그대 옷자락에 빗방울이 달라붙는데

나는 무책임하게 바라본다, 그대 눈동자만을

그대 눈동자 속에 새겨진 별의 궤도를

 

너무 멀리 와버렸다 한들

이제 와서 어쩌랴

 

우리 인생은 너무 무겁지 않았던가

그 무거움 때문에

우리는 얼마나 고단하게 날개를 퍼덕였던가

 

더 이상 묻지 말자

우리 앞에 어떤 운명이 놓여 있는가를

묻지 말고 가자

멀리 왔다면

더 멀리 한없이 가버리자

 

 

 

- 시집『다시 첫사랑의 시절로 돌아 갈수 있다면』(세계사, 1998)

 

 

 

 

 

  출판사 서평

 

  1975년 `월간문학` 신인상 받고 197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온 이후 지금까지 스물네 권의 책을 간행한 바 있는 전방위 작가 장석주 시인이 1979년 간행한 첫 시집 `햇빛사냥` 이후 9번째 시집 `다시 첫사랑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을`출간하였다.

  이번 시집은 뛰어난 감수성과 깊이 있는 상상력을 통해 지금까지 장석주 시인이 그려왔던 절망과 죽음에 깊숙이 침윤되어 있던 세계를 심도 있게 보여주면서 사랑에 빠져 있던 순간,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들을 회복하고자 한다. 강박증적으로 반복되는 불안과 절망이라는 주제, 음울한 색채가 담긴 한 북유럽 화가의 화집(畵集)을 시적 모티프로 삼고 쓰여진 이 시집은 역으로 고독과 절망으로 지쳐 있는 현대인들의 마음을 위로해주며 순수한 사랑의 순간으로 인도한다.

  또한 이번 시집에 들어 있는 시들은 `오로지 사랑이라는 한 가지 주제에 집중되어 있다. 사랑의 불꽃, 사랑의 재, 그리고 사랑의 소금이 함께 단정하고 사이좋게 자리잡고 있`(김한길·소설가)는데 마치`눈에 눈물이 없으면 그 영혼에는 무지개가 없다고 말하는 것`(천양희·시인)과 같아서 읽을수록 `영속적인 감정과 겸손과 연민`(이충걸·아트 디렉터)을 느끼게 한다.

  시인은 표제시 `다시 첫사랑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에서 `어떤 일이 있어도 첫사랑은 잃지 않으리라`는 다짐을 통해 `첫사랑`이라는 다소 이상적이고 이성에 반하는 감성에 집착하고 있다. 또한 시인은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기에 무지로 흘려버린 것들-첫번째 키스, 첫번째 애인, 첫번째 실연, 첫번째 성교, 첫번째 아이, 첫번째 시집, 첫번째 죽음에 대해 그리워한다. 그러한 첫번째의 경험들은 닳지 않은 마음으로 순수하게 치러졌던 인생의 순간들이다.

  그러면서 이성과 과학의 절정인 현대문명 사회에 대한 혐오와 비판의식을 드러낸다.`생각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어리석다는 증거`( 모자」 )라는 비판과 `단순해지리라/그리고 첫눈에 반하는 사랑을/ 무조건 믿으리라`( 「하늘문방구에서 파는 시집」 )는 다짐은 또 다른 시 「여행」 을 통해 사랑에 빠져 있는 사람만이 어둠을 밀어내고 환한 마음을 가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복잡하고 생각이 많은 사람은 순수한 것을 볼 수 없고 믿음을 갖지 못한다. 사랑과 믿음을 가진 사람만이 `물 젖은 어둠이 세상의 슬픔에 깊이를 만들 때/ 누군가 상처받은 마음에 매다는/ 등불이`( 「여행」 )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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