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원 시인의 TI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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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詩를 읽다

너무 좋아서 / 정현종

금동원(琴東媛) 2018. 4. 14. 20:18

너무 좋아서

 

정현종

 

너무 좋아서

나는 너를 번역하기 시작한다

네 눈을 '눈'이라고 번역하고

네 얼굴을 '얼굴'이라고 번역하고

네 손을 '손'

네 가슴을 '가슴'

네 그림자를 '그림자'

그리고 네 기쁨을 '기쁨'이라 번역하고

네 슬픔을 '슬픔'

네가 있으면 '있다'고 하고

네가 없으면 '없다'고 하고

흘러 흘러

피는 '피'로

 

네가 문장의 처음을 열면

나는 끝없는 그속으로 들어가

인제는 날개의 하늘이 된 거기서

자유형 헤엄을 치는데,

알코올 함유량이

부드러운 40도쯤 되는

가령 '술집'은 문맥을 부드럽게 하느니

그리하여 단어를 섞어서

수수께끼를 만들기도 하는데

열쇠는 사랑(사량?)

오 추억이 삶보다 앞서가는

신명의 묘약!

 

너무 좋아서

나는 너를 번역하기 시작한다

메아리와도 같은 숨쉬는 문장이여

내 죽음은 아직

마침표를 찍지 않으리

 

- 『정현종 시선집 1』, (문학과지성사, 1999)

 

 

 

      비양도에서 바라본 제주도 본섬, 꽤 이국적인 풍경으로 카메라 렌즈에 잡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