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시간
잉게보르크 바흐만
늙은이는 말한다: 나의 천사여, 네 뜻대로,
네가 이 열린 저녁을 달래고
나의 팔짱을 끼고 잠시만 걸어간다면,
마법에 걸린 보리수들의 주문을 이해한다면,
푸른 빛 속에 섞여 한깟 부풀어 있는 램프들,
마지막 얼굴들을! 네 얼굴만이 또렷이 빛나는구나.
책들은 죽었고, 세계 양극의 긴장은 풀어져,
어두운 물결이 겨우 붙들어매놓고 있을 뿐,
네 머리칼의 머리핀은 빠진다.
나의 집에는 쉼없는 바람과
달의 휘파람소리- 이어 자유궤도의 도약과
기억에 의해 끌려온 사랑뿐이야.
젊은이가 묻는다: 당신은 앞으로도 그럴 건가요?
내 방의 그림자들 앞에서 맹세하세요,
그리고 보리수의 주문이 어둡고 참되다면,
꽃들과 더불어 그것을 읊고, 당신의 머리칼과,
흘러사라지려는 밤의 맥박을 열어놓으세요!
그러면 달의 신호가 오고, 바람은 잠들거예요.
램프들은 푸른 빛과 사이좋게 어울리고,
마침내 이 방은 모호한 시간과 작별하고,
부드러운 음식에 당신의 입은 나의
입맛에 들겠지요. 고통은 당신에게 가르쳐줄거예요:
세상을 얻고 세상을 패로 돌리고 잃어버리는
그말은 살아 있고, 그때 사랑은 시작된다.
처녀가 침묵한다, 물레가락이 돌 때까지.
별의 은화가 떨어진다. 장미 속 시간이 흘러간다:-
신사님들, 제 손에 칼을 주세요,
그러면 잔다르크가 조국을 구할거예요.
여러분, 우리는 얼음을 헤치며 배를 움직이고,
내가 항로를 안내하겠어요, 나만이 아는 항로를.
아네모네를 사세요! 세 가지 소망 한 묶음을,
그것들은 터지려는 한 가지 소망 앞에 입을 다물거예요.
나는 서커스 천막의 높은 그네에서
세상의 불타이어를 향해 뛰어내리고,
나의 주인의 손에 나를 맡길거예요.
그러면 그 분은 내게 사랑스레 샛별을 보내주시겠지요.
-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 (자연사랑, 1998)
천년의 고도 마드리드 중세도시 똘레도 시내 전경
알함브라 궁전 경내에 있는 사이프러스 나무
돈키호테의 배경지 풍차언덕에서 바라본 라만차 평원
알함브라 궁전 내 헤네랄리페 정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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