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메르헨』
니콜라우스 하이델 바흐 그림/ 김서정 옮김/ 문학과 지성사
어른뿐만 아니라 어린이에게도 익숙한 그림 형제 이야기 101편이 수록된 선집이다. 우리에게 친숙한 「백설공주」 「헨젤과 그레텔」 「라푼첼」 「브레멘의 음악대」 「빨간모자」 신데렐라로 알려진 「아셴푸텔」 등의 이야기와 「하얀눈이와 빨간눈이」 「훌러불러부츠」 「가지가지털가죽」 「춤추다 해진 구두」 「다알아 박사」 등 생소한 이야기도 담겨 있다.
현재 독일에서 가장 각광받는 일러스트레이터인 니콜라우스 하이델바흐는 그림 메르헨의 본질을 날카롭게 꿰뚫어 보는 그림을 보여 주는데 이는 독자를 메르헨의 진실에 한 발짝 더 가깝게 데리고 가는 역할을 한다. 정교하면서도 텍스트에 충실한 그림은 상상력까지 갖춰 글과 함께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하이델바흐는 메르헨이 꿈과 환상으로 가득 차서 붕 떠 있는 다른 세계가 아니라 지극히 현실적인 세계의 반영이라는 것과 인간성의 한 단면을 드러내는 이야기라는 것을 생생하면서도 은유적으로 잘 표현해 냈다. 그래서인지 텍스트에서는 공주나 왕자의 외모를 극찬하지만 실제로 그림에서는 너무도 평범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이런 것도 그림 메르헨을 보는 새로운 발견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작가 소개
니콜라우스 하이델 바흐
독일 출신 그림책 작가. 1955년 독일의 란슈타인에서 화가 카를 하이델바흐의 아들로 태어났다. 쾰른과 베를린에서 독문학과 예술사를 공부했다. 지금은 쾰른에 살면서 어린이 책 분야에서 활발한 창작 활동을 하고 있다. 그의 그림책은 아이들에게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려 줄 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놀라움과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올덴부르크 어린이 책 상, 트로이스도르프 그림책 상,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 주 그림책 상, 볼로냐 라가치 상, 오일렌슈피겔 상을 비롯해 많은 상을 수상했다. 특히 두 번이나 안데르센 상 후보에 지명되었고, 2000년에는 전 작품에 수여하는 독일 청소년상 특별상을 수상했다.
그린 책으로 『새로운 피노키오』 『브루노를 위한 책』 『엘리베이터 여행』 『여왕 기젤라』 『그림 메르헨』 등이 있다.
○김서정(옮긴이)
중앙대 초빙교수. 동화작가, 평론가. 중앙대학교에서 문예창작을 공부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독일 뮌헨 대학에서 공부했다. 오늘의 젊은 예술가 상을 받았으며, 현재 제주대학교 스토리텔링 학과에서 그림책에 대해 가르치면서 동화 작가 및 평론가,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평론집 『어린이 문학 만세』, 『멋진 판타지』, 『동화가 재미있는 이유』, 『캐릭터는 살아 있다』
, 동화책 『나의 사직동』, 『두로크 강을 건너서』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어린이 문학의 즐거움』, 『용의 아이들』, 『일 주일 내내 토요일』, 『공주의 생일』,『행복한 어린이 날』, 『미오 나의 미오』, 『로테와 루이제』, 『내가 아빠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세요?』『우리 친구 할래?』 등이 있다
○ 책 속으로
[101번째 이야기]
황금 열쇠
눈이 펑펑 내리는 어느 겨울, 한 가난한 소년이 나무를 해서 썰매에 싣고 와야 했습니다. 나무를 모아 싣던 소년은 너무나 추워서, 집으로 가기 전에 불을 피워 몸을 좀 녹이려고 했습니다. 불 피울 자리를 만들려고 눈을 치웠는데 땅이 드러난 자리에 조그만 황금 열쇠가 있는 거예요. 열쇠가 있으면 자물쇠도 있을 거라는 생각에 땅을 더 파보자 쇠로 된 상자가 나왔습니다. 소년은 열쇠가 상자의 열쇠 구멍에 딱 맞기만 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어요. 틀림없이 상자 속에는 값진 물건들이 들어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아무리 찾아보아도 열쇠 구멍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마침내 눈에 보일락 말락 하는 열쇠 구멍을 찾았는데, 다행히 열쇠가 딱 맞았어요. 소년은 열쇠를 구멍에 넣고 돌렸습니다. 이제 우리는 상자 뚜껑이 활짝 열릴 때 까지 기다려야 해요. 그래야 상자 안에 어떤 값진 물건이 들어 있는지 알 수 있을 테니까요.(끝)
○출판사 리뷰
■ 그림 메르헨의 탄생
독일의 언어학자이자 문헌학자인 그림 형제, 야코프 그림Jacob Grimm(1785~1863)과 빌헬름 그림Wilhelm Grimm(1786~1859)은 오랫동안 전해 내려온 이야기들을 묶어 1812년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옛날이야기』라는 제목의 옛이야기 모음집을 출간했다. 이것이 소위 말하는 ‘그림 동화’의 출발이 된 것이다. 그림 형제는 그로부터 몇 년 후 제2권을 출간하고, 1819년에는 이 두 권과 다른 이야기들을 더 모아 제2판을 출간하기에 이른다. 그 후로도 판을 바꿀 때마다 이야기가 늘어나 그림 형제 생존 시에 낸 마지막 제7판(1857)에는 200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판을 거듭할수록 그림 형제는 이야기를 계속 다듬었다고 알려졌다. 그림 형제의 옛이야기 모음집은 이후 출간된 수많은 옛이야기 모음집의 기폭제가 되었다.
이번에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한 『그림 메르헨』은 어른뿐만 아니라 어린이에게도 익숙한 그림 형제 이야기 101편이 수록된 선집이다. 그 동안 우리가 가장 흔하게 접했던 그림 형제 이야기들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많이 정화되고 다듬어지고 축약된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그림 메르헨』은 대부분의 중요한 작품들이 모두 그림 형제가 모았던 때의 판본에서 크게 훼손되지 않은 상태로 수록되어 있는 것을 번역했다.
101편의 이야기 안에는 우리에게 친숙한 「백설공주」 「헨젤과 그레텔」 「라푼첼」 「브레멘의 음악대」 「빨간모자」 신데렐라로 알려진 「아셴푸텔」 등의 이야기와 「하얀눈이와 빨간눈이」 「훌러불러부츠」 「가지가지털가죽」 「춤추다 해진 구두」 「다알아 박사」 등 생소한 이야기도 담겨 있다. 이 다양하고도 새로운 이야기들은, 독자들을 그림 메르헨의 다양하고도 깊은 세계로 거침없이 인도하게 될 것이다.
■메르헨은 무엇인가?
독일어 메르헨Mahen은 흔히 우리말로 옛이야기, 민담, 전래 동화 등으로 번역되지만 원래의 뜻을 모두 전하기에는 약간씩은 거리가 있는 용어들이다. 독문학계에서는 오래 전부터 메르헨을 그냥 메르헨으로 부르자는 주장도 있어서 책 제목도 굳이 우리말로 옮기지 않고 그냥 메르헨으로 사용했다.
메르헨은 구비 문학의 한 갈래로서 어원상으로는 ‘작은 이야기’라는 뜻을 갖고 있다. 문학적인 특징을 말하자면 다른 구비 문학 갈래인 신화, 전설과 견주어 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세 갈래 모두 초현실적이고 마법적인 사건과 캐릭터와 도구 들이 사용된다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메르헨은, 신화처럼 신성성이나 어떤 권위를 강조하지 않고, 전설처럼 공포나 불안을 일으키지 않으며, 오직 재미를 추구하는 데 있다는 설명이 지배적이다. 어떤 권위적인 억압이나 불안을 주지 않으면서 부담 없이 짧고 재미있으니, 메르헨은 소박한 민중들이 즐기기에 딱 좋은 이야기였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메르헨이 아무 의미 없는 시간 보내기용 오락거리인 것은 아니다. 메르헨 안에 들어 있는 내용은 삶과 인간의 온갖 면모를 그 이면까지 꿰뚫어 보여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난쟁이나 마녀나 요정이 불쑥불쑥 나타난다든가, 부모가 자식을 내버리거나 죽인다는 등 황당하고 희한한, 가끔은 불쾌하고 끔찍한 모티프들은 깊이 들여다보고 뒤집어 보면 모두 우리 삶의 어느 한 국면, 인간성의 한 단층이 떠오른다.
_「옮긴이의 말」 중에서
■시대를 관통하며 과거와 현재를 이어 주는 옛이야기의 매력
옛이야기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누구나 좋아한다. 저자도 명확치 않고 이야기가 언제 생겨났는지도 정확하지 않지만 옛이야기를 듣고 읽는 이들은 그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옛이야기를 통해 그 안에 담긴 인간의 본성을 꿰뚫는 주제나 현실에서는 도저히 일어날 것 같지 않은 환상성 등을 즐기며 이야기의 생명을 대대로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많은 옛이야기 중에서도 대중적으로 가장 사랑받는 이야기가 바로 그림 형제 이야기일 것이다. 그림 형제의 옛이야기 모음집이 처음 출간된 지 거의 200년에 가까운 시간이 흐른 지금도 전 세계에서 많은 판본으로 출간되고 있고, 다양한 컬렉션으로 선을 보이기도 한다. 그림 형제도 그 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들을 묶은 것이니 옛이야기의 생명력은 그야말로 대단하다.
그림 형제의 이야기들이 이제는 완전히 어린이용 읽을거리로 자리를 잡았지만 처음 이야기가 씌어졌을 때는 대상이 어린이가 아니었다. 하지만 책이 출간되었을 때 실제 독자는 어린이였고, 그림 형제가 판을 거듭하며 아이들 교육에 걸맞게 순화시킨 것이 이어져 내려온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잔혹한 장면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어 금기시되기도 하고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는데 그런 이야기들이 탄생하게 된 역사적 배경을 고려해 봐야 할 것이다. 메르헨의 이야기들이 민중의 삶과 인간의 온갖 면모를 그 이면까지 들여다보게 해 준다는 것을 기억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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