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된 인간』
토마스 만/ 최호 옮김/홍신문화사
근친 상간에 의한 죄악의 씨 그레고리우스는 기구한 운명의 장난으로 자신을 낳아 준 친어머니와 결혼하여 아이까지 낳게 되는 이중의 원죄를 입으면서도 열렬한 속죄의 고행을 통해 마침내는 신에 의해 선택된 인간인 교황의 자리에 오른다.
자신의 죄를 철저하게 속죄함으로써 인간성에 고귀함을 부여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이 무한한 은총의 이야기는 독일의 중세시인 하르트만 폰 아우에의 서사시 <그레고리우스>를 소설화한 것으로, 잃어버린 인간성의 회복이자 인간에 대한 찬미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1929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의 장편소설. 인간의 원죄와 신의 은총을 다루고 있다.
○작가 소개
1875년 북독일 뤼베크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토마스 요한 하인리히 만은 곡물상이자 시의회 의원이고, 어머니 율리아는 반은 포르투갈계이고 반은 크레올계인 남부 출신으로, 그는 아버지에게는 북독일적인 이성과 엄격한 도덕관을, 그리고 어머니에게는 남국인의 정열과 예술적인 재능을 물려받았다.
그는 소위 니체가 말하는 〈아폴로적인 것과 디오니소스적인 것의 모순〉을 유전적으로 물려받은 것이다. 토마스 만의 유년 시절은 부유하고 행복했다. 그러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회사가 정리되면서 가족들은 거기서 나오는 이자로 생계를 꾸려 나가게 된다. 학교생활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토마스 만은 일찍부터 글쓰기를 시작했는데, 1893년에는 산문 습작을 했으며, 자신이 발간하는 『봄의 폭풍우』지에 글을 기고했다. 토마스 만은 다니던 김나지움을 그만두고 가족이 이미 1년 전에 이주한 뮌헨으로 가서 화재 보험 회사에 취직해서 일을 시작하지만, 곧 회사를 그만둔다. 그리고 1895년에서 1896년까지 뮌헨 공과대학에서 미학, 예술 문학, 경제 및 역사 강의를 들었다. 그 시절, 김나지움 시절부터 이미 그를 사로잡았던 슈토름, 헤르만 바르, 폴 부르제, 헨리크 입센 등을 탐독하였고, 직접 『짐플리치시무스』지를 편집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1901년 첫 장편소설 『부르덴브르크 가의 사람들』을 발표하면서 국내외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되었으며, 이 무렵 단편소설들을 모아 단편집『토니오 크뢰거』(1903)도 발표하였다.
1905년 뮌헨 대학교 수학 교수의 딸인 카타리나(카챠라는 애칭으로 불림) 프링스하임과 결혼하여 3남 3녀가 태어났다. 하지만 토마스 만의 가족들에게는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었다. 토마스 만의 두 여동생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듯이, 아들 클라우스 만이 자살했고, 막내 미하엘 만도 신경안정제 과용으로 의문사했다.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영국에서 미국으로 탈출하다가 남편을 잃은 모니카 만은 정신병에 시달리기도 했다. 1912녀 폐병 증세가 있어 부인이 다보스 요양원에 입원했다. 그러나 문병을 간 토마스 만은 그곳의 분위기와 그곳에 체류하는 손님들의 모습뿐만 아니라 자신이 직접 느낀 인상에도 매료되었는데, 이런 체험을 글로 쓰기 시작, 점점 방대해져 12년 후에 완성된 것이 『마(魔)의 산』이다.
1914년 제1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자 그는 창작을 중단하고, 평론집 『비정치적 인간의 성찰』(1918)과 같은 정치 평론을 발표했다. 전쟁 초기 독일 문화와 독일 시민 계층의 와해를 걱정하며 국수주의적 입장을 보이며 형 하인리히 만과 불화를 겪게 되지만, 평론「독일 공화국」(1922)을 통해 민주주의와 시민 계급에 대해 옹호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던 중 1929년 『부덴브로크 가의 사람들』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다.
1931년 히틀러가 총통에 취임한 이후 나치에 협조하지 않은 작가들을 박해하기 시작했다. 1933년 바그너 서거 50주년이 되던 날, 토마스 만은 뮌헨 대학에서 〈리하르트 바그너의 고뇌와 위대성〉이라는 제목으로 연설을 했다. 이 연설을 끝으로 그는 망명의 길을 떠나게 되었다. 1935년에는 나치 정권에 대해 공개 반박을 하기에 이르렀고, 1938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로 이주, 프린스턴 대학의 객원 교수가 되어 나치 타도를 부르짖었으며, 1944년 미국 시민권을 얻었다. 1949년 괴테 탄생 200주년 기념 강연 청탁으로 17년 만에 독일 땅을 밟았지만, 고국으로 돌아가진 않았다. 토마스 만은 현실의 공산주의에는 찬성하지 않지만, 사회주의의 기본 이념인 사회적 평등을 존중했다. 그래서 구동독 정권에 대해 분명하게 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매카시 위원회는 그를 공산주의자로 몰아붙였다. 이에 환멸을 느낀 토마스 만은 1952년 미국을 떠나 스위스 취리히로 향했다. 그리고 같은 해 8월 12일 F.실러 사망 150주년 기념식 참석차 독일 여행 중 발병하여 취리히로 되돌아와 81세를 일기로 사망하였다.
저서로는 『키 작은 프리데만 씨Der kleine Herr』(1897), 『부덴브로크 가의 사람들Buddenbrooks』(1901), 「트리스탄Tristan」(1903), 「굶주린 사람들Die Hungernden」(1903), 「글라디우스 다이Gladius Dei」(1903), 「토니오 크뢰거」(1903), 「신동Das Wunderkind」(1903), 「벨중족의 혈통」(1905), 「피오렌차Fiorenza」(1906), 「대공 전하」(1909), 「베네치아에서의 죽음Der Tod in Venedig」(1912), 「주인과 개Herr und Hund」(1919), 『마의 산Der Zauberberg』(1924), 「무질서와 젊은 날의 고뇌」(1926)등이 있으며, 『요셉과 그의 형제들』(1943)는 1926년에 쓰기 시작해서 1943년에야 비로소 완간되었다. 또한 『바이마르의 로테Lotte in Weimar』(1939), 『파우스트 박사Doktor Faustus』(1947), 『선택받은 사람』(1951), 「속은 여자Die Betrogene」(1953)가 있으며, 1910년부터 쓰기 시작한 『사기꾼 펠릭스 크룰의 고백Die Bekenntnisse des Hochstaplers Felix Krull』은 1954년 〈회상록 제1부〉라는 제목이 덧붙여져 출간되었으나, 결국 이 소설은 그의 미완성작으로 남았다.
○작품해설
소설의 주인공 교황 그레고리우스의 이야기가 토마스 만의 작품에서 처음 등장한 것은 『파우스트 박사』(1947)에서이다. 이후 12세기 독일의 시인 하르트만 폰 아우에(Hartmann von Aue)의 운문궁정서사시 『그레고리우스』를 알게 된 토마스 만은 이를 새롭게 소설화해서 참회와 은총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근친상간에 의해 태어난 그레고리우스는 운명의 장난으로 자신을 낳은 친어머니와 결혼하여 아이까지 낳게 되는 이중의 근친상간의 죄악을 저지르게 된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기독교적 변형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이야기에서 두 번째 근친상간은 피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도덕적 ‘죄’의 문제가 발생한다. 하지만 이 소설은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처럼 비극으로 끝나지 않고 열렬한 참회의 고행을 통해 마침내 신에 의해 ‘선택된 인간’인 교황의 자리에까지 오른 그레고리우스를 보여준다. 인간의 도덕적 죄과에도 불구하고 ‘선택’의 은총과 의미는 이성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신의 영역으로 유보된다.
토마스 만(Thomas Mann)
○작품 요약
후계를 이을 자식이 없었던 그리말트 군주는 쌍둥이 남매 빌리기스와 지빌라를 얻게 된 대신 부인을 잃는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이들 쌍둥이 남매의 근친상간으로 태어난 아이는 자신의 출신을 짐작할 수 있는 귀중품들과 함께 작은 배에 담겨 바다에 버려지고, 빌리기스는 순례의 길을 떠난다. 어부 부부에 의해 발견된 아이는 섬에 있는 수도원에서 그레고리우스라는 이름으로 세례를 받고 훌륭하게 성장한다.
17년 후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그레고리우스는 섬과 수도원을 떠나 세상으로 나간다. 한편 빌리기스는 순례 중 사망하고, 왕권을 이어받은 지빌라는 자신과 자신의 영토를 탐내는 강압적인 구혼자로 인해 곤경에 빠진다. 그레고리우스는 결투에서 적대자를 물리치고 여왕 지빌라를 아내로 맞는다. 둘째 딸이 태어나기까지 행복한 생활을 영위하던 두 사람은 자신들의 관계가 밝혀지자 각자 참회의 길을 떠난다.
그레고리우스는 외딴 섬의 절벽에서 가혹한 참회의 시간을 보내고, 지빌라 또한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허름한 수용소에서 불구자와 환자를 돌보며 속죄의 생활을 한다. 17년 후 새로운 교황을 선출해야 할 시기에 로마의 한 경건한 그리스도교인은 꿈에서 교황으로 ‘선택된 자’는 그레고리우스라는 계시를 받는다. 신의 섭리에 의해 교황이 된 그레고리우스 앞에 어느 날 늙은 여인이 고백성사를 하기 위해 나타난다. 이제 두 사람은 사랑과 고뇌, 참회와 은총 안에서 형제자매로 상봉한다.
교황 그레고리우스의 이야기를 들려준 화자인 사제 클레멘스는 이렇게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다. 그레고리우스와 지빌라는 참회를 통해서 자신의 태생적, 도덕적 죄악을 씻어 내고 새로운 결실을 맺는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낯선문학 가깝게 보기: 독일문학)
『파우스트 박사 』1~2 토마스 만/ 민음사
○출판사 리뷰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토마스
만이 남긴 최후의 걸작 『파우스트 박사』가 민음사 출간되었다. 토마스 만은 이 소설을 자신이 가장 아끼는 작품으로 꼽았을 뿐만 아니라, 집필 과정에 관한 300쪽가량의 책을 따로 출간할 만큼 심혈을 기울였다. 고독하고 오만한 천재 작곡가가 창작의 위기에서 자신의 영혼을 담보로 악마와 거래를 하고, 결국 정신적 파멸에 이른다는 내용으로, 중세 파우스트 전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였다.
토마스 만은 이 작품에 양차 대전 당시 파시즘에 열광하고 유대인 학살을 묵과한 독일의 실상을 투영하여 날카롭고 진중한 자기성찰을 보여었다. 다른 한편으로 가장 독일적인 면모를 보이는 전위적인 음악가의 생애를 통해 독일 정신의 본질과 독일의 역사, 사상, 문화와 예술을 총망라한 철학적인 작품이다
끝내 구원받지 못하는 20세기의 슬픈 파우스트
히틀러 치하의 독일에서 인문학자인 차이트블롬은 이 년 전에 죽은 친구이자 천재 작곡가인 아드리안 레버퀸의 전기를 집필한다. 레버퀸은 창작의 위기를 겪다가 악마를 대면하고, ‘누구도 사랑하지 않고 이십사 년 후에 영혼을 바칠 것’을 조건으로 계약을 맺는다. 이후 그는 시대적 혼란과 주변의 불행 속에서도 뛰어난 곡들을 창작하지만, 결국 십 년간이나 정신 착란에 시달리다 죽는다.
그는 파멸에 이르기 직전, 마지막 작품인 「파우스트 박사의 비탄」을 들려주기 위해 지인들을 모은 자리에서 자신의 작품들이 악마와의 계약을 통해 탄생한 것이며, 주변 사람들이 당한 불행은 이 계약을 지키기 위해 자신이 꾸민 것이라는 비밀을 털어놓는다
이 작품의 모티프가 된 파우스트 전설은 르네상스와 종교개혁 시기에 실존한 기인(奇人) 파우스트를 둘러싼 이야기들이 민담으로 굳어진 것이다. 신학과 마술에 몰두하고 예언자 노릇을 하던 그의 모습은 당시의 시대적 분위기로 인해 악마적인 것으로 간주되었고, 그는 사람들의 입을 거치면서 악마에게 영혼을 판 인물로 형상화되었다.
독일 문학에서 사랑받는 소재로, 괴테를 비롯해 레싱, 하이네 등 수많은 작가들이 다뤄 온 이 전설은 토마스 만의 『파우스트 박사』에 이르러 현대판으로 완성되었다. 작품의 제목은 주인공 레버퀸이 파멸 직전에 마지막으로 작곡한 「파우스트 박사의 비탄」에서 따온 것이며, 20세기의 파우스트인 레버퀸 자신을 가리키는 것이기도 하다.
레버퀸은 남들보다 뛰어난 지성과 창조력을 타고났지만 태생적으로 오만하고 고독하다. 그는 곧잘 발작적으로 웃어 대는데, 정황을 따져 보면 인간성과 생명을 비웃는 웃음이다. 그리고 그는 주변인들을 이름으로 부르는 일이 없을 뿐 아니라 이름을 기억하지도 못하며, 오랜 친구에게도 쉽사리 말을 놓지 않는다. 자신과 같은 부류의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에도 ‘우리’라는 말 대신 ‘자네들’이라고 하는 등 인간적인 교류나 인간 정신을 비하하고 그로부터 스스로를 격리하며 그 이상의 것을 추구하려 하는 인물이다. 작품을 위해서라면 진정 사랑하는 사람이 불행해지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레버퀸의 삶은 작중 서술자인 차이트블롬이 레버퀸의 전기를 쓰는 시기, 즉 보다 이상적이고 위대한 것에 대한 환상에 빠져 인간 정신과 인도주의를 사지로 내몰고 나치와 파시즘을 맹신한 양차 세계 대전 당시의 광기 어린 독일에 대한 서술과 교차하며 하나로 연결된다.
그러나 지금 세상에서는 경건하고 고지식한 방법으로는, 정당한 수단으로는 어떤 것도 만들어 낼 수 없으며, 아궁이에서 활활 타오르는 지옥의 불꽃이 없으면, 마귀의 도움이 없으면 예술이 불가능한 시대라는 걸 깨달았단 말입니다……. 친애하는 동료 여러분. 그렇습니다. 예술은 정체되고 난관에 부닥쳤습니다. 예술은 스스로를 비웃기 시작했습니다.
레버퀸을 둘러싼 주변 인물들 역시 타락하고 모순된 독일 정신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신성을 이성의 잣대로 왜곡하고 악마보다 더 극악한 사고를 부추기는 신학 교수들, 새롭고 특이한 것에 무분별하게 열광하며 인간적인 수준의 재능은 하찮은 것이라 여기는 예술 애호가들, 사랑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고 욕정에 사로잡혀 결국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하는 연인 등. 이들의 사회적 지위나 지적 소양에는 부족함이 없지만, 진정성은 찾아볼 수 없다. 짐짓 열띤 논쟁을 벌이는 대학생들이건 부잣집 살롱에서 우아한 모임을 갖는 지식인들이건, 그들이 끝없이 늘어놓는 현학적인 장광설 속에는 정작 조국에서 벌어지는 문제에 대한 고민이나 반성이 들어 있지 않다.
그리고 가장 양심적인 인물로 보이는 작중 서술자 차이트블롬 역시 악마적인 환상에 사로잡힌 친구 레버퀸을 걱정한다고 하지만 그를 말리기는커녕 호기심 때문에 방관하며, 전쟁에 미친 조국과 인간성을 폄훼하는 주변 사람들을 경계하지만 은둔한 채 탄식만 하는 그의 나약한 휴머니즘은 전혀 실효성이 없다. 냉소, 광신, 방관. 이것이 당시 양차 대전과 나치즘을 대면하는 독일 국민들의 태도이자, 오늘날 진정성을 상실한 인간 문명을 대면하는 우리의 태도일 것이다.
괴테의 파우스트는 죽음에 이르러 자신의 죄를 회개하고 결국 구원받지만, 토마스 만의 파우스트인 레버퀸은 정신을 놓기 직전 청중들 앞에서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스스로를 단죄하면서 그 어떤 구원의 가능성도 배제한다.
제가 지은 죄는 용서받을 수 있는 한도를 넘었습니다. 자비와 용서의 가능성을 철저히 불신하면 오히려 끝없이 자비심을 자극할 거라는 계산까지 함으로써 저의 죄는 극단으로 치달았습니다. 보시다시피 저는 저주받은 몸이며, 어떠한 용서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어떠한 용서의 가능성도 이미 그런 계산적 사고로 차단되었기 때문입니다.
레버퀸 최후의 작품 「파우스트 박사의 비탄」이 인간적인 것을 부정하고 새로운 것을 향한 욕망으로 악마와 결탁한 레버퀸이 지옥의 나락으로 떨어지며 그 어떤 희망도 차단한 채 감내하는 극단적 절망과 비애의 표현인 것과 마찬가지로 『파우스트 박사』는 독일 민족이 저지른 극단의 광기에 대한 절망적 고백록이며, 누구보다 독일과 독일 정신을 사랑하는 토마스 만은 이 작품을 통해 독일 지성을 대표하여 통렬한 자기비판과 속죄를 수행하는 것이다. 한편, 전통적인 인간 정신이 무너지고 이성에 대한 맹신이 오히려 폭력과 야만 행위를 낳는 시대에 대한 날카로운 진단이기도 한 이 책은 다시금 문명의 위기에 처한 문명 시대를 때로는 냉소하고 때로는 광신하고 때로는 방관하며 살고
있는 오늘의 독자들에게도 깊은 울림이 될 것이다.
다양한 기법과 방대한 사상을 총망라한 대가의 걸작
『파우스트 박사』는 “내가 있는 곳에 독일 문화가 있다.”라고 한 토마스 만의 말을 여실히 증명하는 작품이다. 독일 정신에 대한 자기 성찰적 작품이니만큼, 작품 전반에 독일의 정치, 역사, 사상, 문화가 풍부하게 녹아 있다. 토마스 만이 현대판 『파우스트』의 주인공을 음악가로 설정한 것도 음악이 가장 악마적인 동시에 ‘가장 독일적인’ 예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주인공 레버퀸은 독일 철학자 니체에게서 영감을 얻어 창조한 인물이며, 음악, 예술에 대한 그의 주장이나 그가 선보이는 작곡 기법 등은 독일 철학자 아도르노와 오스트리아 태생의 작곡가 쇤베르크에게서 차용한 것들이다. 또한 독일의 종교개혁을 주도한 루터의 신학이 중요한 논쟁점이 된다. 비단 독일 문화뿐만 아니라, 성경을 비롯한 다양한 고대중세 문헌들과 근현대 문학, 당대의 세계적인 온갖 사상과 예술이 집약되어 있다.
이 소설은 토마스 만의 작품 중 가장 방대하고 난해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작가의 말처럼 “가장 모험적이고 비밀스러운” 작품이기도 하다. 액자 안팎의 두 이야기가 교차하며 하나의 이야기처럼 이어져 비극으로 치닫는 데서 느껴지는 음악적인 긴박감과 정교하게 짜인 각 장의 일화들이 결말에서 놀라운 반전으로 밝혀질 때의 전율은 독자를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가장 치밀한 계산을 통해 가장 원초적인 감성을 표현하는 레버퀸의 작품이나 추상적인 사변과 신비적인 감성의 극단을 오가는 독일적인 인물들의 이중성같이 작품 전체를 역설적으로 구성하는 ‘비동일성의 동일성’ 기법과 한 인물의 개인사를 시대사 전체와 연결해 조형하는 몽타주 기법 또한 작품에서 주목할 만한 토마스 만의 장기이다. 옮긴이 임홍배 교수는 “다양한 구성 원리와 기법을 통해 허구와 현실, 신화와 역사, 작품의 부분과 전체, 형식과 내용을 노련하게 엮어 가는 솜씨야말로 토마스 만의 대가다운 면모를 여실히 보여 준다.”라고 말한다.
한편, 토마스 만은 이 작품을 어렵게 느낄지 모를 독자들을 위해 한 가지 독서법을 추천했다. 즉, 처음부터 끝까지 작품을 한 번 통독해서 전체 개요를 조망한 다음, 결말을 아는 상태에서 처음부터 다시 아주 천천히 음미하며 읽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그가 말한 “모험적이고 비밀스러운” 재미를 충분히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역자: 임홍배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독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괴테 연구로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 서울대 독문과 교수로 재직중이며, 문학평론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독일 명작의 이해』(공저), 『황석영 문학의 세계』(공저), 『살아있는 김수영』(공저)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헤세의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루카치의 『미학』(공역), 괴테의 『서동시집』(공역) 등이 있다.
박병덕 서울대 독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전북대 독어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는 『구니터 그라스의 문학세계』, 『독일현대작가와 문학이론』(공저), 『카프카 문학론』(공저)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헤세의 『싯다르타』, 프롬의 『소유냐 존재냐』, 슈바이처의 『나의 생애와 사상』, 카네티의 『군중과 권력』, 솔즈베리의 『새로운 황제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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