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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생의 이면/ 이승우

금동원(琴東媛) 2018. 10. 7. 00:21

 

 

생의 이면』

  이승우/ 문이당

 

 

  제1회 대산문학상 수상작. 종교적 사유, 인간에 대한 이해와 성찰이라는 진지한 주제를 독특한 소설 영역을 확보하고 있는 이승우가 유년을 향한 고통스러운 여행을 감행하는 한 작가의 내면을 밀도 있게 형상화한 장편 소설이다. 이 작품은 소설가인 화자 '나'가 다른 한 소설가를 추적하여 그 삶을 재구성하는 평전체란 특이한 형식으로 쓰여진 자전성 강한 소설이다.

  인격 이면에 숨어 있는 근원적인 실체가 인간을 성장케 한다는 작가의 믿음으로 이 소설을 썼다는 저자는 어린 시절의 상처로 인해 대인 기피증을 가진 인물이 운명적인 사랑을 하고 신에게로 나아감으로써 그 콤플렉스를 치유, 승화시키는 과정을 밀도 있게 그려내고 있다. 문장 하나하나가 평론적이라 할 만큼 분석적이면서 깊이가 있어, 작가의 감칠맛 나는 글쓰기 스타일의 전형을 보여주는 대표 작품이다

 

작가 소개

  Lee Seung Woo,李承雨 1959년 전남 장흥군 관산읍에서 출생하였으며, 서울신학대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을 중퇴하였다. 1981년 [한국문학] 신인상에 『에리직톤의 초상』이 당선되어 등단하였고, 현재 조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있다. 1991년 『세상 밖으로』로 제15회 이상문학상을, 1993년『생의 이면』으로 제1회 대산문학상을 수상했고, 2002년 『나는 아주 오래 살 것이다』로 제15회 동서문학상을 수상하여 형이상학적 탐구의 길을 걸어왔다. 이후 2003년 『심인광고』로 제4회 이효석문학상을, 2007년 『전기수 이야기』로 현대문학상을, 2010년 『칼』로 황순원문학상을 수상했다.

『생의 이면』, 『미궁에 대한 추측』 등이 유럽과 미국에 번역, 소개된 바 있고, 특히 그의 작품은 프랑스 문단과 언론으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다. 2009년에는 장편 『식물들의 사생활』이 프랑스 갈리마르 출판사의 폴리오 시리즈 목록에 오르기도 했는데, 폴리오 시리즈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문고본으로 세계 유명 작가들의 작품들을 엄격한 기준으로 선정해 펴내고 있으며, 한국 소설로는 최초로 그의 작품이 선정되었다.

  소설집으로 『구평목씨의 바퀴벌레』, 『일식에 대하여』, 『미궁에 대한 추측』, 『목련공원』, 『사람들은 자기 집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아주 오래 살 것이다』, 『심인광고』 등이 있고, 장편소설 『에리직톤의 초상』, 『내 안에 또 누가 있다』, 『생의 이면』, 『식물들의 사생활』, 『그곳이 어디든』 등이 있다. 이 외에 『당신은 이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소설을 살다』 등의 산문집이 있다.

 

 

  ○줄거리

 

「그를 이해하기 위하여」는 심한 정신분열증으로 자살한 아버지와 어머니의 개가 등 박부길의 어두운 유년기를 객관적 서술자의 시각으로 다루고 있다. 주인공이 서술자가 되는 특이한 형식의 「지상의 양식」은 아버지의 산소를 찾아가서 산소에 불을 지펴 태움으로서 고향과 인연을 끊어 버린다. 그 후 고향을 떠나 단절된 삶을 살아가는 박부길이 세상과 맞부딪치면서, 세상의 늪에서 어떻게 격리되고 벗어나는가를, 모성의 상징인 연상의 여인과 운명적인 만남을 중심으로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낯익은 결말」은 박부길이 한 여자를 깊이 사랑하였으나, 신학대학에 입학한 후 대학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랑하는 여인과의 사랑에도 실패하고, 또다시 세상과 격리되어 깊은 절망의 나락에 빠지는 과정을 서술자의 시선으로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연보를 완성하기 위하여 1?2」는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후 사랑했던 여인의 결혼과 임신 소식을 듣게 된 박부길이 늙은 어머니와 재회하고, 아버지의 존재를 인정함으로써 세상과의 화해를 시도하고 있다. 동시에 그의 내면에 잠재한 아픈 마음의 상처와 은폐된 욕망이 맞물려, 마침내 한 작가로 탄생하기까지 그의 의식 세계를 치밀한 추적을 통해 기록하고 있다

 

  ○출판사 리뷰

 

  작가는 인간의 인격 이면에 숨어 있는 근원적인 실체가 인간을 성장케 한다는 믿음으로 이 소설을 썼다고 말했다. 저자는 어린 시절의 상처로 인해 폐쇄공포증을 가진 인물이 운명적인 사랑과 신에게로 나아감으로써 그 콤플렉스를 치유, 승화시키는 과정을 밀도 있게 그려내고 있다. 특히 문장 하나하나가 평론적이라 할 만큼 분석적이면서도 은은한 비장감이 들어 있는 장편소설 『생의 이면』은 진지한 통찰의 정신이 만들어낸 그의 감칠맛 나는 글쓰기 스타일의 전형을 보여주는 대표 작품으로서, 삶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독자들에게 묵직한 감동으로 다가갈 것이다.

 

[독자 리뷰]

  ■생의 이면

  주리야 | 2018-06-05

 

   "우리가 우리의 불행을 스스로 선택했다는 생각만큼 교묘한 위안은 없다. "

 [생의 이면], 흥미로운 소설이다. 여러 가지 면에서. 이야기 내용이 그렇고 소설가가 소설가의 삶을 돌아보며 유추해가는 전개도 재미있고 한 인간의 내면을 이토록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싶어서 다 읽고 나서도 여운이 오래도록 남았다. 쉽게 읽힐 듯 읽히다가도 멈춰 서게 만드는 소설이다. 그 의미를 알고 싶어서, 새기고 싶어서, 왠지 그 마음을 알 것 같아서.

 

   나는 나 자신이면서 나를 좀처럼 이해하지 못한다.
  그것은 내가 하나의 단순한 내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얼마나 많은가. 나는 누구인가, 나의 행동의 근거는 무엇인가, 하고 질문하고 설명하려고 시도하는 나 또한 그 수많은 나 가운데 하나의 나에 불과할 뿐이다. _본문 157쪽

 

  어머니가 다녀갔다. 돼지고기볶음과 한 달치 돈 봉투가 어머니의 흔적이었다. 그것들을 보자 갑자기 눈물이 나왔다. 나는 처음으로 돼지고기가 놓인 상 앞에서 울었다. 밥이, 밥을 먹어야 하는 인간이, 밥을 먹기 위해 비순수로 무장해야 하는 현실이 눈물을 흘리게 했다. 삶은 얼마나 쓸쓸한가. 얼마나 참혹하게 슬픈가. 그런 식의 어처구니없는 감상들이 ‘문학적’으로 솟구쳤다. 나는 숟가락을 들지 못했다.

   _본문 168쪽

 

  생각해 보라.
  그것은 전혀 기대하지도 않고 상상하지도 못한 행위였다. 그런 행위를 하게 하는 힘은 무엇이겠는가. 사사롭고 하찮은 뿐만 아니라 유치하고 우스꽝스럽게까지 보이는 일에 뜻밖의 의미를 부여하여 그 일을 행하게 하는 힘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것은 감격인데 그 감격의 배경에는 사랑이 자리하고 있다. 사랑이 아니라면 무엇이 사사로움에 의미를 부여하겠는가. 사랑이 아니라면 무엇이 상상할 수도 없는 뜻밖의 감격을 우리에게 선물할 수 있겠는가. _본문 213쪽

 

 [생의 이면]은 나에게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책이기도 하고, 참 오래도록 붙잡고 읽은 책이기도 한데, 그 느낌 어쩌면 그 감격(이 책을 알게 되었다는)을 글로 남길 글재주가 나에겐 없다. 누군가의 삶도 마찬가지겠지만 나는 여전히 삶에서 방황하고 흔들린다. 무엇을 도전해야 하는지도 잘 모른다. 정말 잘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도 모르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그렇다고 모르는 채 그냥 멈춰 설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 버릴 각오를 하고 진흙탕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저자는 오래전부터 생각해 왔던 것 같다.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모든 소설은 허구이다. 그러나 진실을 드러내기 위한 허구이다. 혼돈의 삶에 형태를 부여하기 위한 인공의 혼돈. 소설적 진실은 허구의 입을 통해서 말해진다. 소설을 쓰는 즐거움 가운데 중요한 것은 가짜의 인물, 가짜의 역사를 그럴듯하게 창조하여 생명을 불어넣는 데 있다. 그런 뜻에서 이 소설은 지어낸 것이다. 곧 허구이다. 그러나 모든 소설은 결국 자신의 이야기라는 명제를 우리는 또한 기억하고 있다. 모든 소설은, 어떤 식으로든 글쓴이의 자전적인 기록이다. 소설을 읽는 즐거움 가운데 무시할 수 없는 것은 다른 사람의 삶을 들여다보는 은밀함이다."

  그렇다. 은밀함이었던 것 같다. 작가의 삶일지도 몰라, 하며 그 삶을 엿보고 있는 것만 같은 그 은밀함. 그 은밀함을 맘껏 즐기고 싶다면 절대 실망감을 주지 않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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