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김춘수
샤갈의 마을에는 삼월(三月)에 눈이 온다.
봄을 바라고 섰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새로 돋는 靜脈(정맥)이
바르르 떤다.
바르르 떠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새로 돋는 靜脈(정맥)을 어루만지며
눈은 數千(수천) 數萬(수만)의 날개를 달고
하늘에서 내려와 샤갈의 마을의
지붕과 굴뚝을 덮는다.
三月(삼월)에 눈이 오면
샤갈의 마을의 쥐똥만한 겨울 열매들은
다시 올리브빛으로 물이 들고
밤에 아낙네들은
그해의 제일 아름다운 불을
아궁이에 지핀다.
-시집『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2000, 답게)
○김춘수(1922~2004)
시인. 경남 통영 출생. 1946년 광복 1주년 기념 시화집 “날개”에 ‘애가’를 발표하면서 등단했다. 사물의 이면에 내재하는 본질을 파악하는 시를 써서 ‘인식의 시인’으로 불린다. 시집으로 “구름과 장미”(1948), “꽃의 소묘”(1959), “처용”(1974), “쉰한 편의 비가”(2002) 등이 있다. (다음백과)
<샤갈 러브 앤 라이프 展> '비테프스크위에서'
<샤갈 러브 앤 라이프 展> '연인들'
'나의 마을(1911)' 뉴욕미술관
'시인의 詩를 읽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의 아마추어/ 폴 발레리 (0) | 2018.12.11 |
---|---|
굉장한 일/ 정현종 (0) | 2018.12.02 |
래여애반다라/이성복 (0) | 2018.11.08 |
역(驛) /한성기 (0) | 2018.10.29 |
너에게 / 김남조 (0) | 2018.10.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