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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詩

사춘기.3/ 금동원

금동원(琴東媛) 2021. 9. 4. 11:28

사춘기.3

 

금동원

 

목욕이 끝나면 망아지처럼 벌거벗고 뛰어다니던

작은놈이 별안간 앞을 가리고 욕탕을 나옵니다

이유를 물어보니 사춘기가 왔다는군요

사춘기가 되면 가릴 곳은 가리는 거냐고 생트집을 잡으니

이놈 빙그레 웃으며 그것이 조금 커졌다는 겁니다

어디 하루 이틀 새 커졌겠냐며 다그치자 요놈 언성을 높입니다

한 번 커진 고놈이 이제는 꼼짝 않고 있다고 말입니다

작은 아들도 다 키운 것 같습니다

시키지 않아도 소중함을 알아가고 감출 것은 감추는

아들을 보며 울컥 서운했지만 할 수 없습니다

천진스레 발가벗은 그 웃음과 시절을 이제는 접어야겠습니다

사춘기(思春期)란 엄마에게는 형벌 같습니다

춥고 매워 가릴 데 없는 슬픔 말입니다.

 

-《 여름낙엽》, (2008, 월간문학출판부)

 

(짧은 노트) 열 두살 무렵 즈음 작은 아들과 있었던 에피소드를 소재로 썼던 아주 오래전의 시가 새삼 떠올랐습니다. 첫 시집에 수록했으니 시집에 들어가고도 14년이 지난 작품입니다. 그사이 둘째 아이는 어엿하게 자라 멋지고 매력적인 성인이 되었습니다. 대학 입학 후 지금까지 계속 자신의 공부와 연구에 매진하여 이제 그 분야 전문가로서 첫걸음을 뗀 김성준의 박사학위 취득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고 싶습니다.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지만, 힘든 고비마다 늘 의연하게 잘 견뎌 준 김성준 고맙고 축하하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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